호남고속철도 서대전 변경은 ‘폭력’
호남고속철도 서대전 변경은 ‘폭력’
  • 전주일보
  • 승인 2015.02.03 18:5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힘 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프랑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파스칼의 말이다.

김경섭 금강방송 보도제작국장

이 경구는 파스칼이 활동했던 17세기 폭력의 시대는 물론 오늘에도 유효하다. 아니 보다 더 교묘한 형태로 변형돼 성행한다.

이 시대의 폭력은 미사여구와 논리로 무장한다. 과거와 같이 순진한 주먹질이 아니다. 그러니 모르면서 당하고 알면서도 당한다. 힘이 논리까지 갖추면 힘없는 자가 대응하기란 어렵기 짝이 없다.

이런 일이 오늘 우리 지역에서 목도되고 있다.

바로 호남고속철도 서대전 경유 논란이다. 논란이 일자 4월로 늦추어졌지만 당초 3월 개통을 2개월 가량 앞두고 터져 나왔다. 참으로 느닷없는 일이다.

운행노선을 결정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를 하기에는 턱없는 기간이다. 개통 바로 직전에 슬그머니 바꿔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호남 고속철도 노선 문제는 이미 10여 년 전인 2005년에 정리됐다. 당시 호남고속철도 노선은 용산-천안-익산-광주, 용산-천안-오송-익산-광주, 용산-천안-오송-대전-익산-광주 등의 안이 검토됐다.

당연히 지역에 따라 지지하는 노선이 달랐다. 전북과 전남·광주 등 호남은 천안에서 직통하는 안을, 충남·대전은 대전 경유안을, 충북은 오송 경유안을 각각 주장했다.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된 공청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노선의 타당성과 경제성 등 각 지역의 유리한 논리라는 논리는 모두 동원됐다.

그 만큼 고속철도 노선과 역을 유치해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는 의지가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결과는 오송 경유안으로 확정됐다. 나름대로 고속철도의 특성과 각 지역의 여론을 수렴한 결과였다.

고속철도는 시속 300km를 달리는 속도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노선이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천안-익산-광주안이 가장 적합했다. 국토의 서쪽 남과 북을 최단시간에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국에서 들끓는 여론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속도의 장점도 살리고 지역의 여론도 감안해야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전 경유 노선은 지나치게 우회하고 건설비도 많이 들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물류 분담 물량과 효율성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전 경유 노선 평가는 검토된 세 가지 안 가운데 가장 좋지 못했다.
그래서 선택된 게 오송 경유안이었다. 고속철도의 장점도 살리고 지역 여론도 받아들일 수 있는 노선이었다.

계룡·논산 쪽 충남 주민의 편의는 경부 고속철도가 경유하는 가까운 대전역을 이용하면 된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호남 여론은 불만이 강했지만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전체 국민을 생각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쇠할 수는 없었다. 오송 분기로 하는 절충안으로 양보한 셈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확정된 호남고속철도 노선이 개통 직전에 서대전과 계룡, 논산으로 돌아서 거치도록 바꾼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노선 확정이후 이 노선으로 바꿀 수밖에 없는 사정 변경이 생겼다면 모르겠다. 이 구간의 인구가 급증해 운송수요가 크게 늘었다든가 하는 것 말이다.

그러나 이 구간의 운송분담율은 7%안팎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당초 노선확정과정에서 검토되지 않은 변경 요인은 없는 셈이다.

오히려 노선 확정 당시보다 조건이 좋지 않다. 이 구간이 고속철도 노선으로 결정됐다면 속도라도 조금은 나아졌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구간은  고속철도가 아닌 일반철도 구간이다. 그 만큼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용산과 익산 운행시간이 66분이면 될 것을 111분으로 45분이나 늦어지는 것이다.

호남고속철도 거의 대부분을 이용하는 호남인들의 편의는 줄어들 것은 뻔한 일이다.
호남고속철도 서대전 경유는 절차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서대전 경유가 불가피하다면 이에 맞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과정없이 변경하는 것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는 파스칼이 갈파한 정의 없는 힘, 바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김경섭=금강방송 보도제작국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그만 2015-02-04 11:08:18
투쟁, 이재 그만하자! 대전과 계룡시도 시끄럽게 할텐데, 정부에서 어떻게 하겠나?
경영원칙에 의해서 하는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몇편 서대전을 경유한다해서 호남민이 크게 불편한것도 아닐성 싶은데 목슴을 건것처럼 떠드는 건 정치적 의도로 보일수도 있다.
관철되면 좋은일이나 실패하면 호남민 전체에 패배감만 깊이 심어줄 우려가 크다.
계속하려거든 직을걸고 하라!
더이상 도민들에게 상실감을 심어주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