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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의 힐링노트]
목욕탕에서 한 젊은이가 아버지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때밀이 타월에 때가 뭉텅뭉텅 묻어나온다고목에도 꽃 피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한 시절 그늘을 만들었을 것이다아버지의 등은어린 아들의 넓은 운동장이자 쿠션 좋은 침대였다나는 목욕탕에서 아들의 등을 찰싹찰싹
전주일보   2018-09-16
[정성수의 힐링노트] 복숭아
복숭아를 베어 물자 길 하나 보인다꽃길이다나는 얼른 그 길로 들어섰다꾸불꾸불하게 패여 있는 좁은 길가에복사꽃이 피어 있었다꽃마다 연분홍이다길이 끝나는 곳에는 아기 복숭아가 맺혔다봄비가 살금살금 내려와젖을 물려주고햇볕이 쨍 안아주자복숭아는 볼이 붉은 열
전주일보   2018-09-10
[정성수의 힐링노트] 힘의 논리?
바다에 그물을 던지면고래는 웃고새우들은 죽을상이다아무리 촘촘한 그물이라도고래에게는 거미줄이고 새우에게는 동아줄이다강에 그물을 던졌다큰 고기는 다 빠져 나가고 잔고기들만 잡혔다그물 속에도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있었다 /군산 어망 가게 : 군산시 월명동 소재
전주일보   2018-09-02
[정성수의 힐링노트] 망해사
망해사에서 바다를 보며 마음의 목탁을 두드린다잃어버린 것들을 잊어버리고 싶어서입으로 목탁소리를 낸다소리 몇 개는 허공으로 새가 되어 날아가고소리 몇 개는 물고기가 되어 물속으로 사라진다그리하여 망망한 바다는망해望海였다가 망해忘海이고 싶었다가지는 해가
전주일보   2018-08-26
[정성수의 힐링노트] 문신
근육질의 남자가 샤워를 한다세상을 향해 내민 등에용 한 마리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려고 비를 부르고 있다흑룡이다갑자기 운무 일더니 천둥번개가 친다사람들이 납작 엎드린다비눗물을 뒤집어 쓴 나는 궁금했다검은 잉크를 먹은 바늘이 남자의 몸을 콕콕콕 쫄 때형님
전주일보   2018-08-19
[정성수의 힐링노트] 이별
그대가 나를 버리고 전주를 떠날 때밤하늘의 별들은모두눈물이었다잊지 않겠다는 그 말은 순전히 사기였다사랑했다는 말도 거짓 같아서그대 눈을 들여다 봤다그리워하리라오랫동안기다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그대가 손을 흔들며 전주를 떠날 때내 마음보다그대 마음이 더
전주일보   2018-08-12
[정성수의 힐링노트] 복숭아 리어카
늙은 부부가 리어카에 복숭아를 가득 싣고청과물시장에 간다목에 수건을 걸은 남편과 챙이 큰 모자를 쓴 아내가일심동체를 끌고 가고 밀고 간다리어카도 힘을 보태서 두 바퀴를 굴려준다남편은 뒤에서 밀고 오는 아내를 생각하는아내는 앞에서 끌고 가는 남편을 생각
전주일보   2018-08-05
[정성수의 힐링노트] 밥상
전주 덕진 노인복지관 구내식당 입구에는안내문이 어서 오라고 손을 내밉니다친환경농산물로만 밥상을 차렸습니다화학비료도 안 쓰고 농약도 안 줬습니다맛과 향기가 어르신들의 가슴을 적시고도 남습니다비타민과 미네랄의 함량이 무지무지 합니다농협과 농민을 살립니다이
전주일보   2018-07-22
[정성수의 힐링노트] 화들짝
완산 칠봉 오르는 길가천년 가부좌를 튼 바위 위에 한 마리 나비가살픗 내리 앉는다 오수를 즐기던 바위등이 근지럽다고 몸을 비틀더니화들짝두 눈을 뜬다 언제 왔는지 185m 장군봉이 장군처럼 웃고 있다 /완산칠봉完山七峰 : 전주시 중앙에서 남서쪽에 위치하
전주일보   2018-07-15
[정성수의 힐링노트] 황방산 대추나무
황방산 아래 금만이네 할머니가 대추나무를 향해두 손을 모으는 것은수십 년 전에 집을 나간 막내가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등불이다고목에도 꽃은 피고 열매가 열린다는데늙은 대추나무는꽃이 피는지 열매가 열리는지도통 알 수가 없다올 가을에도 쭈글쭈글하고 못
전주일보   2018-07-08
[정성수의 힐링노트] 덕진연못 배롱나무
연잎 사이를 스르르 지나가는뱀처럼연지교蓮池橋를 꼬불꼬불 건너갔다허공이 낮다연못 쪽으로 한 가지 뻗은배롱나무가백일홍을 수없이 달고서짝을 찾으러 어슬렁거리는 잉어들에게꽃잎을 배롱배롱 날리고 있다홍련 툭툭 터지는 짧은 여름밤을 못 참겠다는 듯이 /덕진연못
전주일보   2018-07-01
[정성수의 힐링노트] 간장물
김밥을 시켰더니 단무지 몇 쪽과 국물이 나왔다국물 한 숟갈을 떠먹었다색깔과 짠맛영락없는 어머니의 간장물이었다곤궁한 시절 어머니는물을 팔팔 끓여 간장 몇 방울 떨어뜨리고눅눅해진 김을 손으로 찢어국물을 만들었다그 국물을 나는 간장물이라고 불렀다간장물은 혈
전주일보   2018-06-24
[정성수의 힐링노트] 연애사
덕진공원 후미진 밤그늘 속에서 젊은 남녀가 영화를 찍는다안쪽 벤치에서는 사진을 박고 있다열 달 후엔 아이 하나가 제 발로 걸어 나오리라반세기 전만 해도 연애를 했다하면뉘 집 아들과 뉘 집 딸이 눈이 맞았다고동네방네 소문이 벌쭉했는데집안 망신이라고처자의
전주일보   2018-06-17
[정성수의 힐링노트] 헛것
낙엽이 지는 것이나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면왜 나는 고개를 숙이는가옆에 앉은 사내가 하늘을 본다나도 사내의 시선을 따라갔다새 한 마리가 곡소리를 내며 점 하나로 사라진다허공이다사내의 가슴은 빈 가슴일 것이고내 가슴도 빈 가슴이다모든 것들이헛것
전주일보   2018-06-10
[정성수의 힐링노트] 담쟁이
한 마리의 용이 혀를 낼름거리며 상아탑 꼭대기를 향해 기어오르고 있다기댈 것이 없는 학도學徒들은무엇이던지 움켜 쥐야 일어선다고 초록 비늘이 사운 대며 반짝인다전북대학교 구 정문 옆 기초교양교육원회색 벽을 감싸고 있는 실핏줄은 맥박이 팔딱팔딱 뛰는 젊음
전주일보   2018-06-03
[정성수의 힐링노트] 뚜껑 열린 소주병
덕진공원 벤치에서 귀때기가 새파란 소주병 셋이서병나발을 불고 있다한 놈은 벌써 취했는지 등짐을 지고 코를 골고한 놈은 아까부터 오징어 발을 질근질근 씹고 있었다고개를 처박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또 한 놈이세상을 다 살아본 것 처럼 말한다-다 그렇게 살다
전주일보   2018-05-27
[정성수의 힐링노트] 하루
아침부터 복사기를 돌리고 제책을 하는 것은여기서는 다 님의 뜻이라고이정규사장도씨불알 같은 성훈이 총각도할렐루야!잊었던 천국을 불러낸다농담들이 입에서 입으로 날아다녀도다 용서가 되는 호남복사인쇄소한 여름 고뿔도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여기는은혜가 있으므로
전주일보   2018-05-13
[정성수의 힐링노트] 주찬
“酒” 字를 보라!“氵”(물)에 “酉”(닭)가 아니더냐.술은닭이 물을 먹듯 조금씩 천천히 마셔야 하느니많이 마시면 몸에 해로운 것은 당연지사두주斗酒는 폐가망신 한다고 소인배들은 말하지만모르는 소리!한 잔 술을 마시면 근심걱정 사라지고두 잔
전주일보   2018-04-29
[정성수의 힐링노트] 전 ․ 군도로 벚꽃
눈꽃처럼 피었다가 눈꽃처럼 지는 꽃벚꽃허공을 건너와 눈길 닿는 자리마다연분홍이더니하르르 꽃 진다앞 다투어지상으로 떨어지는 것들때로는 짧은 것이 굵은 것이다 전 ․ 군간 도로에 도열한 늙은 나무들굽은 허리에함성 같은 꽃 달았다꽃 핀 뒤 잎 피
전주일보   2018-04-29
[정성수의 힐링노트] 겨울 덕진 연못
덕진 연못에 터를 잡고 사는 재두루미올 겨울에도고향 생각을 하는지목을 움츠리고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빙판 위에서는 입적한 연꽃들이목을 꺾고물속을 들여다 보며흩어진 향기를 고르고 있다홍련은 홍의를 입고한쪽 구석에서는 백련이 백의를 입고지난 여름을 불러
전주일보   201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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