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는 '저속철'이 아니다
호남고속철도는 '저속철'이 아니다
  • 신영배
  • 승인 2015.01.16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3월에 호남고속철도가 본격적으로 개통된다. 서울 용산역에서 익산역까지 불과 68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아침 먹고, 서울에서 업무를 본 후 다시 익산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코레일이 최근 들어 국토교통부에 호남고속철도 열차의 상당량을 서대전역을 경유토록 배정하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북과 호남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최근 코레일이 서대전역 정차횟수(하루 48회)를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호남고속철도 종합운영계획’을 인가해달라고 국토부에 신청을 했다.

코레일의 요청대로 호남선고속열차가 서대전역을 경유할 경우, 전문가들은 45분여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한다.

고속철도의 순기능은 문자 그대로 시속 300킬로 이상의 고속으로 달리는데 있다. 그래서 승객들은 높은 요금을 마다하지 않고 고속열차를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이용객들은 고속열차의 속도에 대한 편의성을 안정성과 함께 최대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코레일의 운영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호남고속철도는 ‘저속철’로 변경돼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진단된다. 호남고속철도 서대전 경유 논란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권선택 대전시장 후보(새정치연합)가 주장하면서부터 싹이 트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서대전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고속철도의 기능과 역할을 무시한, 어찌 보면 무책임한 발언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물론 서대전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의 편익을 위해 충북 아산역처럼 하루에 몇 차례씩 서대전역을 경유해 운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코레일의 운영계획안에는 호남고속철도 전체 운행열차의 20∼30%를 서대전역으로 우회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한다. 만약 이렇게 되면 오송역에서 공주와 익산으로 이어지는 호남고속철도의 순기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충청·호남권의 정치적·지역적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수일전 충북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경부·호남고속철 KTX 오송분기역의 위상이 급상승할 것이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서대전역 경유론과 현재 물밑에 있는 'KTX세종시역 신설론'까지 현실화한다면, 충북 오송지역 주민들은 물론 호남권의 큰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동안 서대전역 인근 주민들은 호남선 덕에 상당한 편의와 경제적 부를 창출해왔다. 반면 호남의 철도 이용객들은 서대전역으로 우회해야 하는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젠 호남선의 지형이 크게 변했다. 오로지 서대전역 인근 주민들의 편익을 위해 충북 오송과 호남지역 주민들이 또다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다. ‘호남고속철도는 결코 저속철이 아니다’는 점을 서대전역 주민들과 정치권이 이해했으면 한다. 국토부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