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감동
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감동
  • 김주형
  • 승인 2013.12.3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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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사람 위해 써달라"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4,900여만원 기탁

전주의 상징이 돼 이 맘 때면 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전주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세밑을 훈훈하게 달궜다.

30일 전주시는 이날 오전 11시 15분께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40대 후반 중년 남자의 목소리로 통화 내용은 “얼굴 없는 천사 비석 옆에 박스를 두고 가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는 딱 한 마디였다고 밝혔다.

‘얼굴 없는 천사의 비’는 얼굴 없는 천사의 숨은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주시가 2009년 12월 노송동 주민센터 화단에 시민의 마음을 모아 세운 기념비이다.

우연히 전화를 받은 문서윤 시민생활지원담당 여직원은 “목소리로 보아 40대 후반 중년 남자로 보였다”면서 “짧은 말 한마디만 남기고, 미처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주민센터 직원과 함께 현장으로 가보니 ‘천사의비’ 옆 화단 밑에 A4용지 박스가 놓여 있었고, 상자를 가져와 열어보니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1개, 그리고 연필 꽃이 통 형태의 캔으로 된 저금통 1개 들어있었다. 모두 4,924만6,640원으로 집계됐다.

또 별도의 A4용지 한 장에 컴퓨터로 타이핑한 큰 글씨체로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메모가 들어있었다.

이로써 천사가 14년 동안 15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 준 성금은 총 3억4,699만7,460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전주시는 이 성금을 예년과 같이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홀로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한편‘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장을 중노2동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져 불리게 된 이름으로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깜짝 등장한 지 올해로 14년째다.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이의 선행이 해마다 세밑이면 되풀이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왔고 올해도 홀연히 왔다가 사라졌다.

이에 전주시와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매년 계속되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본 딴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지역의 홀로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을 돕는 다채로운 나눔과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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