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 페 인
샴 페 인
  • 전주일보
  • 승인 2011.06.0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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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와인은 역시 프랑스다. 드골은 그래서 "프랑스 처럼 여러가지의 치즈를 즐기는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포도주는 세계 50개 나라에서 생산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산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론 루아르, 알자스… 모두 프랑스의 이름난 포도주 생산지다. 발포성 포도주는 주로 프랑스 북동부의 상파뉴 지방에서 나온다.

여기에 붙은 이름이 샴페인이다. 백포도주의 한가지인데 발효가 덜 된 것을 병에 담은 것이다. 마개를 따면 펑 소리와 함께 거품과 술이 솟구치는 것은 그래서다.

큰 배를 진수할 때에는 샴페인병을 뱃머리에 부딪쳐 깨트리거나 배밖으로 내던지는 의식을 갖는다. 배에 대한 명명도 여자가 한다. 이런 관습은 바다를 다스리는 바다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풍습에서 온 것이다.

옛날에는 출항을 앞두면 바다신을 달래기 위해 노예를 제물로 바치고 바다 날씨가 순조롭기를 빌었다. 이 제물을 사람 대신 포도주로 바꾼 것이 고대 로마인들. 여기에 샴페인이 쓰인 것은 프랑스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32대 대통령 루스벨트가 해군 차관으로 있을 때 일. 금주연맹 소속의 부인들이 진수식에 샴페인을 쓰는 것을 반대하면서 루스벨트에게 몰려와 따졌다.

"아니 여러분." 루스벨트는 그를 에워싼 부인들을 향해 말했다. "샴페인을 쓰는 편이 오히려 금주연맹의 취지에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째서지요?" "처음에는 술을 즐기지만 그후로는 줄곧 물에 잠기지 않습니까." 뱃머리에 샴페인 한병 터트리는 것이 계속 망망대해를 항해할 배에게는 술이랄 것도 없지 않느냐, 그런 뜻이었다.

샴페인은 펑소리와 함께 호기 있게 치솟는 술 거픔 때문에 좋은 일이 있을 때 많이 쓰인다. 프랑스 샴페인 제조업자들은 그래서 좋은일만 생기라고 기원하는 게 생활화 됐다고 한다.

그 샴페인도 터트리는 때가 있는 법. 우리는 너무 일찍 터트리는 조급증 때문에 온 세계에 웃음거리가 되곤 했지만 최근에 발표된 LH공사와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와 관련해서도 진주와 대전은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아직 이르다.

광주시가 재심을 청구했고, 채점 결과에 대한 정보 공개도 요구했기 때문. 경우에 따라서는 전주와 광주가 최후의 샴페인을 터트리는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무등일보 주필  김 갑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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