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늘
바 늘
  • 전주일보
  • 승인 2011.05.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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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한(郭翰)이란 사람이 어느해 여름 더위를 피해 마당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하늘에서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운 미녀가 내려왔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하고 묻자 "저는 천상의 직녀(織女)입니다" 한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여자가 입고 있는 아름다운 옷에는 이음새가 보이지 않았다.

곽한이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물어보자 천녀(天女)는 천의(天衣)라고 하는 것은 바늘과 실 같은 것을 쓰지 않습니다."했다. 여기서 생긴말이 천의무봉(天衣無縫)인데 영괴록(靈怪錄)에 나오는 얘기다.

칼라일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자면 먼저 반짇고리를 정돈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반짇고리는 바늘이나 실 가위 골무 헝겁과 같이 바느질에 쓰이는 기구를 담는 그릇이다.

요즘에는 없어도 그만이지만 전에는 여자라면 지니고 있어야 할 필수품이었다. 이 반짇고리는 바느질고리라고도 한다. 고리버들이나 대오리로 네모 반듯하게 만드는데 여러 모양으로 종이를 오려 붙이기도 하고 칠을 하거나 자개를 붙이기도 했다.

이 반짇고리와 함께 부녀자들이 가장 소중히 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바늘겨례다. 바늘겨례란 바늘을 꽂아두는 도구. 부녀자들이 집에서 손수 만들어 쓰던 이것에는 바늘방석과 바늘집이 있었다.

여자들의 솜씨는 이 바늘겨례를 보면 알 수 있었다. 특히 침낭이라고도한 바늘집은 여자들이 놀이개처럼 차고 다니기도 해서 장식품으로도 쓰였다.

이 때에는 바느질이 음식 솜씨와 함께 부도(婦道)의 으뜸으로 치이던 때라 부녀자에게 바늘이 갖는 비중은 아주 컸다. 이 바늘은 구석기 때부터 쓰던 도구. 그 최초의 것은 짐승의 뼈나 뿔로 만든 것들이다.

금속제 바늘이 나온 것은 금속기 발명 이후부터. 바늘은 다른것 하곤 달라 튼튼하고 정교해야 했기 때문에 양주땅 상품 쇠를 써서 만들었던 모양.

몇년전에는 이 바늘을 잘게 잘라 캡슐에 넣어 남편에게 먹여 죽이려한 주부도 있었지만 요즘 전남도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바늘 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라고 한다.

앞으로 금품수수 등의 비위행위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부서 상급자들도 연대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 까딱 잘못하면 부하직원 때문에 목이 날아가게 생겼으니 이러다가는 운수를 점치는 점집만 미어터지는 것 아닐지 모르겠다.

/무등일보 주필  김 갑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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