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에서 '통합'으로… '노무현 정신' 부활할까?
'분열'에서 '통합'으로… '노무현 정신' 부활할까?
  • 전주일보
  • 승인 2011.05.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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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를 이틀 앞둔 21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시민 분향소에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진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를 맞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더욱 역동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보수 집권 4년차이자 대선을 한 해 앞둔 올해 야권은 '노무현 정신'에 대한 향수와 함께 다시금 진보집권에 대한 희망을 품고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의 불을 지피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분열'을 거듭해온 '노무현의 사람들'의 움직임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그들이 과연 떠난 노무현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다.

23일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2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빗속에서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그를 그리워하는 국민들이 추모행사를 벌이고 시민분향소에는 다시금 그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서거일인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 묘역에서 노 전 대통령의 공식 추도식이 열린다.

이 같은 노 전 대통령의 기억은 정치권에서도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 살아있다. 친노(친노무현)그룹은 아직도 엄연히 야권을 지탱하는 한 축인 동시에, 야권 내에서 노선 등을 결정짓는 데 있어 핵심 키워드로 남아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더욱이 야권통합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보수 집권여당의 거침없는 일방통행이 2년간 계속돼온 현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전혀 옅어지지 않은 채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는 하나의 커다란 동력이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2년간 구심점을 잃은 야권은 정부·여당의 일방독주를 막지 못한 채 단결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부유해왔고, 이에 대해 진보개혁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실망은 커져왔다.

그러나 정권교체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야권은 분열이 아닌 통합을 통해서만이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고, 최근 있었던 몇 차례 야권 단일화를 이룬 선거에서 보였던 진보세력의 '희망의 불씨'로 인해 야권통합만이 유일한 통로라는 게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사실 그동안 야권이 보인 모습은 통합이 아닌 분열이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특히 이 같은 책임론은 친노그룹을 향해 더욱 거세게 쏟아졌다.

소수야당으로서 힘을 모으기도 버거운 형국에서 친노그룹의 상당수가 남아있는 민주당과 유시민 대표가 이끄는 국민참여당으로 갈라진 상황 속에 친노는 분열의 주축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이뿐 아니라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그룹과 함께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중립적인 성향의 그룹 및 김두관 경남지사·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으로 친노인사들이 산재돼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손학규 대표의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등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점은 이들 모두 내년 총선·대선에서 야권 단일화만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출구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참여정부 시절 경제·교육부총리를 역임한 인물로서 친노그룹의 지원에 힘입은 김진표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가 된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이번 원내대표에게 야권통합이 가장 커다란 과제 중 하나라는 점에서, 김 원내대표가 친노그룹의 힘을 야권통합에 싣게 된다면 친노의 또 다른 '긍정적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그동안 원내 진입을 통한 독자노선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온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후보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잇따른 선거 패배와 관련해 당내 토론을 이어가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참여당의 원내 진입 관철을 통해서든, 과거 의도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든 간에 정권교체라는 대전제에 앞서 야권통합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더욱 절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재 재야에 머무르고 있는 친노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대거 제도권 안에 들어올 경우 친노세력의 부활과 함께 대선국면에서 분위기를 주도해나갈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미 현 정권 하에서 각자 정치권에 들어와 각자 '노무현의 길'을 가고 있는 친노인사들의 행보도 만만치 않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김두관 경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가 각각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들어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등 나름의 위치에서 현 정부에 대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이번 4·27 재·보궐선거에서 '강원도의 힘'을 이끌어내면서 잠재력을 보여줬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이사장의 경우 본인은 정치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4·27 재보선에서 경남 김해을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중재에 나서는 등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역시 정치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서 있지만 시민사회단체 '시민주권'의 대표로서 4대강 사업 반대, 야권연대추진 등 시민정치운동을 진행하거나, 6·2 지방선거에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는 등 저마다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친노가 내년 대선국면에서 곧바로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초 차차기 대선후보군에 포함되던 김두관 지사나 문재인 이사장 등은 이번 차기 대선에서의 역할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은 최근 김 지사에 대해 "잠룡 중 아주 유력한 잠룡"이라고 언급하는 한편, 문 이사장에 대해서는 "대선후보군에 합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하는 등 두 인물이 내년 대선후보로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시금 '노무현의 추억'이 꿈틀거리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전환점을 맞은 내년 정치권에서는 친노가 이끄는 지각변동으로 인해 과연 '노무현의 부활'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이틀 앞둔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따스한 열기가 내려쬐는 뜻 무더운 날씨 속에서 관광객들이 연신 땀을 훔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때 이른 더위 속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하나같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는 이들은 한 손에는 하얀 국화꽃을 들고 또 다른 한 손에는 상위 옷을 벗어 들고 묘역을 향했다. 누가 마치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묘역을 참배한 뒤 곧바로 이어지는 순번은 추모의 집이다. 추모의 집에 들어서기 전에 노 전 대통령의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사진들을 관람한다.

이어서 추모의 집 입구에 마련된 '1인1매 노무현 전 대통령께 드리고 싶은 글을 적어 담쟁이 벽에 붙여 주세요'란 벽면에다 예쁜 글씨로 나만의 글귀를 적어 붙인 뒤 그때서야 추모의 집으로 직행을 하고 있다.

추모의 집에서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무언의 한 마다씩 소감을 내뱉는다.

전남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여길 오길 정말 잘했다"면서 "당일(23일) 추도식은 평일이라 찾아오지 못할 것 같아서 이날(21일)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을 찾아뵙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하얀 국화꽃이 넘쳐나고 있었다.
분향소 옆에서는 '김제동 토크콘서트-노하우'를 열기 위해 무대장치를 하느라 공연 관계자들이 더위에도 불구하고 비지땀을 흘리며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창원에서 왔다는 한 주부는 "가족들과 함께 바람 쐴 겸 이곳을 찾았는데 막상 마을에 들어서니 1년 전 일이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또 노무현 재단이 운영 중인 생가 옆 아름다운 봉하가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각종 기념품을 구입하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임옥상 화백이 직접 작품을 구상하고 설치한 노 전 대통령의 기념상이 이날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사저 앞 추모의 집 입구에서 제막식을 갖고 관광객 등에 본격 공개되면서 추모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제막식에는 아들 건호씨를 비롯해 문재인 노무현 재단이사장, 송영길 인천시장, 노사모 회원, 민주당 경남도당 도·시의원, 관광객 등이 참석했다.

임 화백이 직접 작품을 구상하고 설치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념상은 가로 5m, 세로 1.2m, 높이 2m 규모다.

한 참석자는 "이제야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의 집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게 된 것 같다"면서 "추모의 집이 빛나는 것 같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에게 취재진은 물론 참석자들의 카메라가 집중됐다. 또 노사모 회원들은 노 전 대통령 추모곡의 가사가 담긴 봉투를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나눠 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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