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와 닭, 소만의 책임일까요?
돼지와 닭, 소만의 책임일까요?
  • 고재홍
  • 승인 2010.01.26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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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지역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더군요.

그러나 연천군에서 다섯 번째 확진판정 후 일주일째 확진가축이 나오지 않아 다행입니다. 구제역(口蹄疫, FMD, foot-and-mouth disease)이 뭔가 인터넷을 뒤졌더니 소와 돼지 등의 가축에 전염성이 높은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더군요. 사슴이나 양과 염소, 소과의 우제류 가축도 감염되는데 사람은 별 영향이 없어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됐을 뿐입니다.

인간과 밀접한 가축병은 많습니다. 이 중 위험한 것은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 즉 사람과 동물에 동시에 옮기는 병이지요. 14세기 유럽인구 3분의 1을 사망케 한 페스트에 광우병(BSE : Bovine spongeform encephalopathy)도 있고 O157, 신종인플루엔자, 조류독감 등 많습니다.

지난달 중반에도 신종인플루엔자A인 H1N1 감염 돼지가 전국에서 발견됐지요. 신종플루 감염돼지는 경기 양주와 경북 군위 등에서 처음 발견됐고 경기 파주와 경북 군위 등에서 추가 발견됐었지요. 다행히 새 해들어 확산되지 않는군요.

재미있는 것은 "신종플루는 돼지에 감기처럼 가벼운 질환이고 사람에 전염 사례가 없으므로 도살처분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고, "사람에게서 전염된 듯 돼지고기로는 감염 안돼"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전염된 듯하다면서 ‘인간독감(PERSON Influenza; PI)라 하지 않더군요.

'신종플루'는 처음 '돼지독감(SWINE Influenza; SI)’으로 불렸습니다.

애꿎은 돼지가 근원인 것처럼 오해 받아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하자 양돈농가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원인파악이 덜 됐다며 '신종플루'라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뒤늦게야 신종플루 감염돼지가 나온 것입니다.

그간 전북에서 발생한 신종플루 감염자는 1월 25일 현재 무려 2만1431명에 사망자만 6명에 달합니다. 보건소마다 감염여부를 알기 위한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타미플루 복용자만 도내에서 11만9천여명에 달합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닌듯 50만명 분의 '타미플루'를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했습니다. 동포애적 차원에서 잘한 일이지만 제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이 아닙니다. 반년 이상 세계각국이 신종플루로 떠들썩했는데 작년말에야 국내 감염돼지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신종플루로 죽은 돼지는 아직 없답니다. 발병 초기 북미에서 사람과 돼지에 기생하는 5종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뒤섞인 돌연변이를 만든 주체가 돼지일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에 SI라 했답니다. 상당 기간 우리나라도 돼지독감(SI)이라 하다 훗날 신종플루로 바뀐 과정입니다.

정확한 파악도 없이 죄 없는 돼지가 원인이라는 인간의 책임전가가 아닐 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축산농가의 엄청난 피해로 변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당연 돼지고기 가격폭락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국제 사료가 폭등, 인건비 상승, 각종 축사 건축비 및 부자재 가격앙등으로 고생하는 축산농가에는 ‘강 건너 불’이 아닌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으로 변했습니다. 축산농가에는 조류독감이나 신종플루 사태가 있으면 가슴이 덜컥 한답니다.

일단 언론에 보도되면 축산물 가격폭락이라는 엄청난 파동으로 이어집니다.

2006년 도내에서만 익산. 김제 등 3개소에서 조류독감(Avian Influenza: AI)에 걸린 닭 등이 나와 116만수나 한꺼번에 살처분됐습니다.

2008년에는 익산. 김제. 정읍. 순창 등 4개 시군 17개 농가에서 무려 554만3천여수가 살처분됐습니다. 180만 도민이 1인당 3.7 마리를 먹을 수 있는 물량입니다.

보상을 해주니 살처분 한다지만 양계농가 정신적 피해 등은 무엇으로 보상 받을지요? 당시 2~3kg이 넘는 토종닭 등 조류독감에 걸리지도 않은 닭까지 한꺼번에 매몰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크게 아팠습니다.

끓여 먹으면 괜찮다던데 아까운 닭 등을 필요한 분에 나눠줄 수는 없었는지 의문입니다.

신종플루도 처음 정확한 규명도 없이 돼지를 지목한 것은 아닐지요? 자연보호를 한다며 군산과 익산, 금강변에서 철새를 조망한다며 전망대를 설치하고 겨울철 먹이를 나눠주는 만물의 영장, 인간이 말 못하는 동물에 책임전가로 무수한 생명이 죽어가고 선량한 축산농가 피해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신종 전염병이 창궐하면 보다 확실한 원인파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편집부국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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