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재발견
김치의 재발견
  • 이옥수
  • 승인 2009.11.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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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섣달은 물론 일년내내 빠질 수 없이 우리가 먹는 음식 김치, 요즘 주부님 들이 허리가 휜다. 겨우 내를 지내려고 김장김치를 담그기 때문이다.   

조선 중종 때 대사간 공조판서 예조판서 대사헌 병조판서 대제학 찬성 등을 역임한 김안국(金安國) 선생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관찰사를 지낼 때 한문으로 된 농서(農書)와 잠서(蠶書)를 백성들이 알기 쉽도록 한글로 번역해 보급하는 활동도 하고, ‘벽온방’ ‘창진방’ 같은 의학서도 편찬한다. 그 중 ‘벽온방’에 “딤채국을 집안사람이 다 먹어라.” 하는 말이 나온다. 이는 곧 조선 중종 무렵에 김치가 이미 일반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어학자 박갑수 선생이 김치의 어원을 ‘딤채→김채→김치’로 설명하였으므로 김안국의 ‘딤채국’이 곧 ‘김치국’일 것이므로 그렇다. 그 무렵 민간에서 ‘딤채’라 부를 때 궁중에선 ‘젓국지’ ‘짠지’ ‘싱건지’ 등으로 불렀다 하니, 지금도 ‘오이지’ ‘짠지’ 등 ‘지(漬)’ 자를 넣어 부르는 것이 오랜 전통을 지녔음도 알겠다.

더 오래된 이름은 없는가? 3천 년 전의 책 ‘시경(詩經)’에 ‘저(菹)’라는 글자가 나온다. ‘저’는 과저(瓜菹)’ ‘집저(汁菹)’ ‘백저(白菹)’ 등이 있는데, 이는 육고기를 잘게 썰어 식초를 넣고 간을 하여 익히거나 맛이 신 오이지 등을 썰어 놓고 볶은 음식을 말한다. 그러고 보니 ‘저’는 우리 음식에 절인 배추와 무 등을 썰어서 젓국에 버무린 김치인 ‘섞박지’와 비슷하다.

김치의 원형이라 할 이런 예전의 김치류 음식은 주로 오이나 무를 활용한 것이었으며, 지금처럼 붉은 색을 띄지도 않았다. 배추를 김치의 주재료로 삼은 것은 20 세기부터이고, 붉은 색을 띄게 되는 것은 남아메리카에서 유럽과 일본을 거쳐 조선으로 고추가 전달된 임진란 이후부터다. 21 세기 들어 김치는 지구촌 사람들이 두루 먹는 음식으로 성장 진화하고 있다. 일본이 커닝하여 만든 ‘기무치’를 물리치고.

김장을 담그는 이 시기에 김치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어 이런 되새김을 해 보는 것이다. 과잉 생산하여 배추 값이 폭락할 조짐이므로 한 포기라도 더 사서 맛있게 담그는 것이 농업인에게 도움될 것인 점에서도 그렇다. 고추 마늘 파 생강 젓갈 등을 넣은 김치가 몸의 저항력을 길러 신종플루에도 좋다 하니 어찌 마다할 것인가.부안=이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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