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긴 한숨만
농민의 긴 한숨만
  • 이옥수
  • 승인 2009.11.16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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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화간척지…. 황금 물결로 넘쳐나던 들녘에 수확이 끝나면서 황량함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농민들의 한숨도 크게 늘어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마치 자식을 돌보는 심정으로 애지중지 가꾸어 왔던 벼를 거둬들여 농협을 통해 산물 수매를 하고 있지만 쌀값 폭락으로 농협의 수매가가 지난해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안군에 따르면 올해 부안지역의 쌀 생산량은 지난해 보다 7∼10% 증수되지만 쌀 값은 오히려 더 떨어져 지난해 대비 15%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농협이 선급금 형식으로 4만4000원선에 수매 가격을 결정하고 차후에 시중 가격 등을 고려해 추가 지급 등 정산을 하겠다며 산물 수매를 하고 있으나 농민들은 농협 측의 이같은 가격 책정으로 시중의 쌀값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3일 부안군 계화면 창북리에서 가을걷이 현장 체험을 하며 만났던 유정우(68)농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농협의 산물 수매가가 너무 낮아 1년 동안 뙤약 볓 아래서 죽어라 땀 흘린 결과가 겨우 이 정도밖에 지나지 않는다. 최소한의 인건비도 보장되지 않는 벼농사는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벼농사는 이제 끝났다며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농민들은 지난해와 같은 수매가를 원하고 있다. 농협 측은 경영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으나 농민들이 희망을 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으로 수매 가격의 상향 조정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날 창북리 마을일대 추수가 끝난 논 가에서 깊은 시름에 빠진 농민들 일부는 주변이 어슴푸레해지도록 장시간 떠날 줄 모르고 한숨만 길어지고 있었다. 마을 입구 아스팔트 위에서 하루종일 벼를 말리는 백발이 성성한 마을 주민들을 통해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차제에 농협의 건조 저장 시설을 권역별로 확충하여 산물 수매 물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고령의 노동력이 아스팔트 위에서 혹사 되는 일은 없을 것. 쌀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우리의 소중한 생명산업이다. 농업의 근간인 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행정과 농협, 농민이 중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농민들이 쌀농사에 전념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쌀값이 적절한 수준으로 보장돼야 한다. 전국적인 쌀 수급 조절의 문제를 해소하려고 생산 단계에서 생산량을 일부 줄이는 휴경제를 검토하고, 소비 단계에서는 일정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할 필요도 있다. 앞으로 부안 쌀에 대한 평생고객 확보 차원에서 부안을 떠나 타지에서 살고 있는 출향인사를 포함해 공직자와 군민들이 모두 나서 우리 고향 쌀에 대한 애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구입해 주고 팔아줄 때 농민들의 시름이 줄고 쌀농사가 제 자리를 잡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옥수/편집부 부국장(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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