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겨울단상
(데스크칼럼) 겨울단상
  • 이옥수
  • 승인 2009.11.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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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겨울단상 
 
어제는 겨울을 제촉하는 겨울비가 내렸다, 또 겨울이 시작 되는 입동(立冬)이다. 24절기 가운데 19번째이자 겨울의 첫 절기다. 오는 22일이 얼음이 얼 기시작 한다는 소설(小雪)이고 12월로 넘어가면 대설(大雪·7일), 동지(冬至·22일)가 이어진다. 해가 바뀌면 겨울 중 가장 추운 때라는 소한(小寒·5일)이 바로 닥친다. 대한이 소한 집에 왔다 얼어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듯 가장 매서운 때다. 소한이 지나면 겨울도 큰 고비를 넘긴다 싶지만, 겨울은 그렇게 고분고분하지 않다.
 이번엔 막판에 한 번 더 큰 추위를 몰아부친다는 대한(大寒·21일)이 겨울의 퇴로를 막아선다. 겨울의 절기는 그 이름만 들어도 몸과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강렬한 맛이 있다. 그러나 올 겨울은 절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얼음이 얼고,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까지 한 차레 휘몰아 친 뒤끝이어서 김 빠진 느낌이 없지않다. 그러나 날씨가 이렇게 얼마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해서 계절의 무게 중심이 흔들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때 이른 폭설과 추위로 이미 겨울의 절기를 다 압축해 겪은 듯도 하지만 입동을 맞는 오늘에야 비로소 겨울은 추인된다. 이제서야 겨울은 공식화 되는 셈이다. 역시 매서운 맛을 보여주는 것은 겨울답다. 온난화다 뭐 다해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나라의 계절지도가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은데 딱 부러진 겨울을 피하고 싶어할 이유가 없다.
 봄, 여름, 가을이 모두 제 몫을 다해야하는 것 처럼 겨울이 또한 본색을 잃지않는 것이 순리다. 그래야 계절의 톱니바퀴는 온 힘으로 맞물리며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 속담에 ‘겨울이 따뜻하고 여름이 서늘한 해는 나쁜 일이 많다’는 말이 있다. 입동을 맞으며, 겨울다운 겨울을 예감하는 일은 즐겁다.
 “겨울은 회상과 우울과 고독의 계절이다. 그것은 지나간 화려했던 계절들을 돌이켜 보고 해(年)가 지나가는 허탈감 속에서 차가운 밤바람소리에 가슴죄는 계절이며 집 떠난 방랑자가 방랑의 고독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계절이다.”(곽복록 ‘겨울과 문학’) 겨울은 대체로 이런 정서가 배경이 된다.
 그러나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1916~1984)은 “겨울의 아름다움이란 벌써 쓸쓸한 것을 딛고 넘어선 외로움의 세계요, 슬픈지 기쁜지 조차 분간할 수 없는 고독과 침묵에 뼈가 시린 재미”(‘겨울 안개 속의 서울’)라고 말했다. 오늘 이 겨울의 조락과 고독의 역설을 한번쯤 음미해 보는 것도 좋겠다. 하물며 ‘겨울이 지나지 않고 봄이오랴’하거늘. 부안=이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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