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크게보고 경영하라
길게, 크게보고 경영하라
  • 전주일보
  • 승인 2009.10.29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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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손님이 적으면 점점 마음이 위축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결코 그래서는 안 되는 관망적 자세가 되기 쉽다. 반대로 손님이 많으면 바쁘다는 핑계로, 자만심에 빠져 초심을 잃어버리는 사례를 왕왕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장사를 잘 하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이미 앞에서 거론한 이야기들과 더불어 이달에 짚어가고 싶은 부분은 바로 직영점처럼, 프랜차이즈 본점처럼 관리하라는 것이다.

이야기의 핵심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직영점, 프랜차이즈 본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것의 역할은 개개인의 손님을 위한 장사가 아니라 창업을 결심하는 그래서 적지 않은 목돈을 투자하기 위해 준비하는 덩치 큰 창업자를 위해 보여주는 의도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자신의 재산을 투자하는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허술하게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름은 호감적인지, 가게 분위기나 디자인은 섬세한지, 의탁자는 불편하지 않은지, 차림표는 군더더기가 없는지, 하다 못해 숟가락 하나도 평범함의 여부를 살피기 마련이다.

가게의 청결과 위생상태, 종업원의 복장과 서비스 멘트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처럼 다면적 관찰을 통해서 마음을 정해도 해당 아이템을 후발 주자로 따라가는 것에 대한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이것은 손님 개인의 음식 타박이나 흠 잡기와는 차원도 다르고 깊이도 다르다. 때문에 이들 창업자의 마음을 흔들려면 어느 것 하나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입장 바꿔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절대 초심을 잃어서도 안되고, 약간의 지출 부담을 두려워해서도 안 될 것이다. 나의 허술함이 줄어들수록 가맹비나 기타 오픈 수익금이 발생하는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방치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사례를 살펴보자. 필자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독립 창업을 연간 20여개 창업하기 때문에 늘 그 빈번함을 보게 되는데, 예를 들어 오픈 때 근사하게 로고가 입혀진 네프킨을 마련해 준다. 3박스에 10만원으로 전체적인 창업 비용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그런데 두어달 뒤에 가보면 로고가 입혀진 네프킨은 이미 소진되고,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네프킨이거나 심한 경우 그냥 뽑아 쓰는 저가의 네프킨이나 두루마리 화장지가 탁자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본다. 더 이상 3박스에 10만원을 투자하는 것이 아깝다는 의미다.

테이블 메뉴판이나 벽 메뉴판을 멋진 디자인으로 준비해주는 것은 컨설턴트로서의 소임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준비했던 메뉴를 바꿔주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메뉴를 삭제하고 교체 메뉴를 넣거나 기존 메뉴를 두고 추가 메뉴를 얹힐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디자인 재수정은 물론이거니와 새롭게 제작된 메뉴판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막상 수개월이 지나서 가보면 손으로 갈겨쓴 메뉴, 대충 집에서 종이로 프린트한 조악한 메뉴판을 접하게 된다. 이유는 역시 돈을 더 이상 쓰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물론 가게를 운영하면서 소소한 지출은 부담이다. 나름의 매출이 나와 이익을 보지 않는 이상은 한 푼의 지출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그것이 매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해도 좋다.

그러나 그런 세심함이 내 가게를 보고 창업을 결정할 프랜차이즈 가맹예정자라면 과연 그런 허술함이 용납될 것인지 말이다. 그런 작은 지출과 섬세함도 갖추지 못한 본점, 직영점을 보고 누가 창업 투자를 결정하겠는가? 아마 입장을 바꾸어 바라보면 정답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꼭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라는 소리가 아니라는 점은 알 것이다. 그런 심정으로 가게를 관리하는 관점을 명심하자는 뜻이다. 그런 시각을 잃지 않는다면 투자에도 동기가 마련되고, 보다 공격적인, 스스로에게 엄격할 수 있는 관리 능력을 기르게 될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신뢰감을 주는 장사꾼이 되기 위해서 필자는 이 부분을 노하우로 토로하고 싶다.

적당한 타협은 집에서나 통할 일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같이 하여 식구 같은 직원이라고 해도 공과 사의 구별, 상벌의 원칙은 적용되어야 한다. 봐주고 눈감아서 스스로 잘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내 피붙이 외에는 기대하지 말자.

손님은 돈을 내고 그 이상의 값을 얻기를 원한다. 맛있는 음식 사진, 정성이 엿보이는 차림상이 필요한 이유는 그런 불만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불만보다 수긍하고, 흉보기보다는 격려의 말이 손님의 입에서 나올 때 당신은 번성하고 있는 가게를 피부로 깨닫게 될 것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프랜차이즈 직영점, 본점처럼 관리하려면 처음부터 이것이 갖춰져야 한다.
1. 호감과 웃음을 줄 수 있는 상호
2. 마감이 잘 된 내부 디자인
3. 시즐감이 풍부한 메뉴판
4. 안정감을 주는 서비스 동선
5. 정리 정돈을 할 수 있는 창고의 마련
6. 눈으로 즐거울 수 있는 그릇과 유니폼
7. 자꾸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서비스 멘트

현재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
1. 간판의 관리 (꺼진 등 교체, 오물 제거)
2. 메뉴는 생각나는 대로 추가하고, 삭제하지 않기
3. 몸에 배일 정도로 정리정돈의 습관화
4. 이가 나간, 불에 흉하게 그을린 그릇 교체
5. 후줄하게 늘어진 유니폼 교체
6. 형식이 아닌 진심과 고마움의 멘트 사용
7. 방향제, 이쑤시개, 네프킨과 같은 소모품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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