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정부, 어설픈 정책
어설픈 정부, 어설픈 정책
  • 전주일보
  • 승인 2024.03.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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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2,000명을 성급하게 발표한 정부가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슬그머니 한 발을 뒤로 물리는 모양새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는 수요만 따질 게 아니라 공급과 시행에 따른 제반 문제까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어떻게 된 정부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만 떨어지면 검토나 사안의 시뮬레이션도 없이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 그리고 반발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뒷감당하느라 진땀을 뺀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문제도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있었더라면 이런 곤란한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터이다.

24일 윤 대통령이 병원이탈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두고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총리실은 의료계와 대회를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대통령실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해왔다라며 대통령의 지시를 총리실에 전했다고 한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종섭 호주대사 문제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발언 등 대통령실 발 악재가 여당에 불리하게 나타나자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린 모양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를 유예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사들과 한동훈 위원장이 논의한 내용이 밝혀진 것은 없지만, 정부의 2,000명 정원 확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게 정부입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강 대 강이든 뭐든 대치 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을 듯하다.

그렇게 되면 고통을 받는 건 환자들이고 그 환자는 모두 국민이다. 국민 여론이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한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성급한 발표를 앞세운 게 일을 어렵게 만든 이유다. 아마도 총선에서 여당의 지지를 높이겠다는 속셈이었을까?

엊그제까지 서슬이 퍼렇게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강행할 것이라더니 금세 말을 바꾸어 유연하게 처리하라니 아마 머리가 좀 아플 듯하다. 과거 정부와 몇 차례 대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의사들이 처분을 유연하게 한 대서 고맙습니다하고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총선은 여러 전문가가 여당의 승리를 점쳤었다.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야권의 승리로 돌아서고 있다. 답답한 민주당 상대로 낙승을 예상한 여당이 대통령 발 악재와 조국혁신당 출현으로 갑분싸로 변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보름 남짓 남은 총선일이다. 조국 바람은 미풍에서 훈풍을 넘어 강풍으로 점점 거세지고 있다. 여당에 싸늘해진 선거 분위기를 전환할 카드도 만만치 않다. 의사들을 구슬려 어떻게든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라지만 쉽잖아 보인다.

기댈 곳이 없어서 자포자기하던 응징심리가 조국혁신당 출현으로 힘을 얻어 뭉치고 단단해지는 듯하다. 이 새로운 바람이 잠든 의식을 깨우고 나라의 주인이 주인다워지는 계기로 발전하기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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