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갈길이 멀다
전북특별자치도, 갈길이 멀다
  • 전주일보
  • 승인 2024.02.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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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8일 전북 특별자치도가 출범하고 한 달이 지나갔다. 물론 연말까지 관계 법령이 정비되어야 하고 후속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어떤 찜찜한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구실로 전북 예산을 사정없이 칼질하는 바람에 상처를 입고 비대발괄 끝에 일부 예산을 돌려받던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 덕분에 가까스로 전북 특자도 특별법도 개정했지만, 재정 특례가 없는 속 빈 강정일 뿐이다.

세상만사에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던가? 사실 전북 특자도 출범예산도 정부가 지원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출범 첫해인 올해 예산은 전국 각 자치단체가 모두 실질 증액되었는데 전북만 제자리, 아니 실질적으론 감소한 셈이 되었다.

전북특자도 출범을 알리고 곳곳의 명칭만 바꾸는 데도 상당한 예산이 들었다. 이런 비용을 모두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는 무늬만 특별자치도라는 서글픈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전북은 정부, 정권의 눈 밖에 난 지역이 아닌가 생각한다.

새만금 잼버리에서 세계 청소년과 지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폼나게 연설하고 뜨거운 박수를 기대했는데, 어처구니없는 준비로 망신만 당한 화풀이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듯하다. 사실상 준비는 여가부가 주관했는데 불똥은 전북에 튀었다.

대통령이 지나가는 말처럼 연구기관 카르텔어쩌구 했다는 말 한마디에 R&D예산이 뭉텅 잘려나갈 만큼 눈치만 남은 그들이다. 가뜩이나 세금이 걷히지 않아 세수 결손이 심각한 판이니 대통령이 입맛만 다셔도 그것을 구실로 예산을 깎는 듯하다.

여소 야대 상황에 아홉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하며 법에 있는 모든 권한을 남김없이 행사하는 대통령이니 눈 밖에 나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 대척점에 선 전북이 남은 3년을 견뎌야 하니 걱정이다. 더구나 총선 분위기도 최근에 여당 쪽으로 흐른다니 문제다.

전북이 2025년 예산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보도가 잇따르지만,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매년 갖은 노력을 다해왔어도 지난해처럼 미운털에 찍히면 허사로 돌아서기 마련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전북에 유리한 흐름을 만들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다. 그래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 덕이라도 보아야 할 형편이다. 이름만 특별자치도라는 전북이 지역주의의 드높은 파도를 헤쳐나가려면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

어설프게 알랑거리기보다 우리의 색깔을 분명하게 나타내며 갈길을 가는 의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남이 가는 뒤를 따라가기보다 내가 앞장서서 깃발을 흔들어야 무시하지 못한다. 전북특별자치도라는 확연한 특색으로 실질적인 특별함을 만들고 앞세워서 편견을 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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