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외출한 날
정신이 외출한 날
  • 김규원
  • 승인 2024.01.25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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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풍/수필가
최규풍/수필가

  감기로 인해 열흘 만에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 갔다. 남자 한 명과 여자 네 명이 운동 중이었다. 1라인 18층 여사가 반겼다.

  “오랜만에 오시네요.”

  “감기를 앓았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기에 집에 틀어박혀서 근신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입구 테이블 위에 놓고 근력 강화 운동을 했다. 헬스 사이클링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할 수 있다. 가져와서 보면서 라이딩 30. 총 한 시간이 흘렀다.

  집으로 왔다. 12시다. 점심을 먹었다. 한 시다. 카톡이 궁금했다. 스마트폰이 안 보인다. 이 방 저 방 찾아도 없다. 아내 폰으로 내 전화기에 걸었다. 받을 수 없으니 뭐 하란다. 다시 걸어도 마찬가지다. 다섯 번이나 걸어도 마찬가지다. 집안에는 없다. 들고 온 것 같기도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안개 속이다. 그러면 헬스장에 빠뜨리고 왔구나. 지금도 누군가 운동하고 있으면 그대로 있을 거야. 부랴부랴 지하 헬스장으로 내려갔다. 불이 꺼져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테이블 위가 깨끗하다. 마지막에 나간 사람이 가져갔을까? 신용카드가 있고 현금은 지폐 서너 장이 덮개에 들어있다. 집에 돌아와 급히 관리사무실에 가서 분실했다고 신고했더니,  CCTV 열람 요청서를 작성하라 했다. 결과를  아내 전화번호로 알려준다기에 집으로 올라왔다. 신용카드 때문에 해당 카드사에 전화를 걸었다. 엄청나게 밀려서 한참을 기다렸다. 무슨 분실자가 그리 많은가? 1분이 한 시간처럼 길었다. 애가 타는데 겨우 연결이 되었다.

  “내 카드를 혹시 누가 오늘 조금 전에 긁었는지 알아보세요.”

  “기다리세요. 어제 빠져나간 것은 라이나생명 22,100원이네요.”

  “맞네요. , 다행입니다.”

  스마트폰 통신사에 전화했다. 거기도 밀려 있다. 무슨 통화자가 그리 많을까? 겨우 연결되었다. 정지시켰다. 전화기는 다행히 잠금 화면 패턴으로 해두어서 남은 걸 수 없고 메모 앱에 저장해둔 카드 비밀번호나, 내 집, 아들딸 누님 집 등 현관문 비밀번호와 가족 주민등록 번호도 안전하다. 다만 내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사본을 복사해서 실물처럼 만든 사본을 덮개에 꽂았으니 혹시 유출할까 걱정이다.

 ​ 카드 분실 신고를 하여 정지시키고 미사용을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관리사무소에서 CCTV 확인을 했는지 내려갔다. 놀이터에서 일하던 직원이 달려왔다,

  “, 전화를 안 받으세요?”

  “여기저기 분실 신고하느라 통화 중이었지요.”

  “사장님이 가져가신 거로 화면이 떠요.”

  “! 그래요? 제가 늙으니 정신이 없네요. 야단법석을 떨고 미안합니다. 가서 찾아볼게요.”

  집에 돌아와서 다시 뒤져보았다. 있다. 가운데 방 옷장 위에 있다. 헬스장에서 돌아와 바지를 갈아입으면서 옷장 위에 놓았다. 아까는 안 보였는데 내 눈이 헛 것을 본 모양이다. 초조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보다. 그래서 급히 먹는 밥에 체한다고 했나 보다. 바쁘면 돌아가라고 했다. 아내 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안 울렸다. 내 전화기를 열어보니 묵음에 무진동이다. , 이런. 일요일에 법회를 보기 전에 소리를 죽여놓고 다시 살리지 않고 그대로 이틀째다. 법회 볼 때 카톡이 울리면 창피하다. 법회 진행에 방해가 된다. 법회가 끝나면 바로 소리를 되살려야 하는 데 깜빡했다. 한두 번이 아니니 치매 전조 증상인가 두렵다.

  다시 아내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통신사에 찾았으니 되살려주세요.’ 카드사에 전화했다. ‘찾았으니 카드 분실 해제해 주세요.’ 전화가 울렸다. 관리사무소 직원이다.

  “찾았어요?”

  “. 집에 있네요. 미안합니다. 묵음으로 되어서 안 울렸습니다.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다행입니다.”

  “괜찮습니다.”

아내가 내게 한마디 했다.

  “지옥 갔다 온 기분이 어쩌요?”

  “그러네. 지옥이 따로 없네.”

  그렇다. 아내 말대로 스마트폰 때문에 지옥 맛을 보았다. 지옥은 내 마음속에 있구나. 카드를 얼마나 긁었을까? 전화도 안 받고 꺼 버린 게 흑심을 품은 거야. 아까 운동하던 여자들을 하나하나 떠올려서 도둑으로 의심한 죄가 얼마나 큰가? 내 것 잃고 죄짓는다더니 내가 그 꼴이다.

  스마트폰이 나를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카드를 긁었을까 걱정하여 정신이 혼란했으니 물질의 노예가 따로 없다. 물질에 구속당하지 않고 벗어나야 마음이 자유롭고 정신이 오롯할 것이다. 재물에 얽매이면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물질이 개벽(開闢)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이 내 정수리에 죽비를 내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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