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정치 속임수에 걸려들지 말자
교묘한 정치 속임수에 걸려들지 말자
  • 김규원
  • 승인 2024.01.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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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지난 토요일(20)이 대한이었다. ‘대한 지나면 얼어 죽을 놈 없다라던 속담처럼 큰 추위는 다 지났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지구 온난화 덕분인지 올겨울 추위도 며칠 반짝 추위를 보이고는 그럭저럭 넘어갔다.

하지만, 아직 속담 속에서 벼르는 추위가 남아있다. ‘설 추위는 꿔서라도 한다는 속담이 20여일 앞둔 설날까지는 추위가 남아있다는 걸 암시한다. 다음 달 4일이 입춘이니 또 입춘 추위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터이고 보면 설날이 지나야 봄이 오는 걸 실감하려나 싶다.

21세기를 사는 사람이 묵은 속담이나 뒤적거리고 있다고 핀잔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 묵어 터진 삶의 지혜들이 제법 잘 들어맞으니 어쩌랴. 요즘처럼 세상만사가 억지와 생떼로 점철되는 세상에선 선인들의 웅숭깊은 지혜가 고맙기만 하다.

지난 17일 조선일보가 팍팍해진 살림에 보험부터 깼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고금리 속에서 대출이자 갚기도 어려워지자 서민들은 알토란처럼 모아온 보험을 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보험사들의 해약환급금과 효력상실 환급금 액수가 384,357억 원이었다고 한다.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 여태 부어온 금액의 절반도 찾지 못하는데도 보험읗 해지해야 하는 사정을 용산에서는 짐작조차 못 할 것이다.

보험을 깨지 않고 버티려는 사람들은 보험을 담보로 대출받아 어려움을 풀어가는데, 보험 담보 대출금도 70조 원이 이른다고 한다. 수입은 줄고 잘 나가던 한때 쓰던 가락은 남아 지출을 줄이기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설날이 20일도 채 남지 않아 서민 살림에 주름이 또 하나 느는 시기다. ()에 걸리고 매달려 사는 민초(民草)들의 심상에선 설 명절은 모른 척 넘어가는 날이 아니다. 그야말로 빚이라도 내서 고마운 마음, 그리운 마음들을 전해야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사람들이다.

곤고(困苦)한 서민들의 부대끼는 사정과는 달리 정치판은 총선을 80일 남겨둔 지금이 한철이다. 무도한 정치를 끝내게 할 수 있는 총선이라는 변수를 물타기로 흐리기 위한 정치 쇼가 갖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20일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어 창당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개혁신당 대표를 맡아 양당 정치를 뛰어넘는 개혁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혁의 길을 선도하고 앞장서서 개혁의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반대하는 세력을 모아 제3지대를 형성하겠다는 그의 구상은 시의적절하고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가 창당 연설에서 몇 번이나 눈물을 흘리며 국민의힘과 문제에 아쉬움을 보인 대목은 의미심장했다.

이날 개혁신당 창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허은아 위원은 당의 방향성을 보수정당, 민주정당, 자유정당이라고 규정했다. 허 최고위원은 또, "홍범도 장군을 부정하고, 김구 선생을 폄훼하고,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정의 내려 버린 저들의 길은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허 위원은 "개혁신당은 자유 정당이다. 어느 누가 입을 막으려 해도 우리는 소리 낼 자유를 지켜낼 것"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국민의 행복과 자유가 흔들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창당대회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 김종민·조응천·정태근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류호정 전 의원 등이 모두 나와 축하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추락을 목격하고 있다. 경험과 준비가 없는 사람이 국정을 맡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처참하게 경험하고 있다""무능하고 타락한 사람이 정치를 독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프게 체험하고 있다"라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꼬집었다.

창당을 축하하러 온 제3지대 인사들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저마다 새로운 정당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윤석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비난하며 새로운 정치집단을 구상하는 깃발을 들고 있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창당하여 국회의 의석을 얻었을 때, 여당 편에 설까? 아니면 야당 편에 설지를 생각해보면 아리송한 대목이 있다. 국회가 구성되면 국민의힘과 합당이나 아니라면 표결에서 여당 편에 설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으로 마음이 기운다.

중도라는 이름으로 나오긴 했지만, 여권에서 검사들에 밀려 권력을 쥘 수 없다는 현실에 불만을 품고 새로운 지대를 찾아 나온 이들의 귀소 본능이 강하게 작용할 거라는 말이다. 여러 차례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와의 갈등 귀결처럼.

2022년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12,906명이었다. 전보다 줄어들었지만 2023년 통계는 다시 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지난해에는 더 살기 어려워졌다. 나라 정치가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따로 놀기 때문이다.

정치하는 자들은 입만 열면 국민이지만, 하는 짓은 를 위해 아무 짓이라도 감행하는 성취욕만 강한 자들이 대부분이다. 지금 정치판을 흔들고 있는 모두 입으로는 국민을 뇌이지만, 그 속내는 아무리 보아도 국민과는 먼 거리에 있다.

그렇게 80일을 보내며 속고 채이고 밀리다가 어느날 눈을 뜨고 보면 역시 구정물 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건 만만한 국민뿐일 터이다. 그들 정치판을 흐리는 미꾸라지와 큰 입으로 마구 삼키는 메기들 사이에서 송사리 국민은 버겁고 지겹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고 정치꾼들의 보이스피싱에 속지 말자. 이제부터, 아니 진즉부터 그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가스라이팅 당해 정신이 혼미해진 머리를 찬물에 헹구어 정신차리자. 바른 소리를 듣고 바른 눈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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