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정치, 쇼는 오늘도 계속
혼돈의 정치, 쇼는 오늘도 계속
  • 김규원
  • 승인 2023.12.0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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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한 주일 동안 일어난 일들을 돌아보는 <월요일 아침에>를 위하여 지난 일들을 챙겨보는 시간이다. 지난 한 주일 재밌는 일, 답답한 일, 안타까운 일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 일주일의 평가는 오늘도 ‘혼돈(混沌)’이고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주일 사건 가운데 그런대로 재미(?)있던 일은 국회의 ‘미꾸라지 놓치기’가 아니었나 싶다. 민주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손준성 차장검사와 이정섭 검사 직무대리를 탄핵 결정하여 처리하려다가 이동관 위원장이 사표를 내는 바람에 ‘닭 쫒던 개’ 꼴이 되었다.

국회가 탄핵안을 상정하자 얼른 사표를 내고 대통령은 수리해주는 짬짜미에 민주당은 허방을 쳤다. 민주당의 탄핵안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 사택 점거 계획까지 세우길래 또 재미난 활극을 한 편 보겠거니 했는데 관중들도 맥이 빠졌다.

방통위원장을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몸을 던져 막는 광경이야말로 기가 막히는 볼거리였을 터인데, 몇 번을 생각해도 아깝고 아까운 일이다. 방통위원장을 지키려는 여당 의원들의 눈물 나올 만큼 감동적인 그 충정이라니…

방통위원장이 탄핵되면 최장 180일까지 직무가 정지되어 공백 사태에 이르는 일을 막기 위해 사퇴와 사표 수리라는 절차를 선택한 듯 보인다. 민주당은 방통위를 2인 체제로 계속 결정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탄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송 장악을 위해, 이동관의 아바타를 임명하기 위해 이렇게 국회를 무시하고 (이 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꼼수로 국정을 훼손하고 있다”며 “국가권력을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권 보위를 위해 남용하고 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대통령은 새 방통위원장 후보를 내놓을 것이고 국회 청문 절차에서 무난히 넘어갈 인물이 추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본다. 국회의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새 방통위원장은 임명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공영방송 뉴스가 전과 달리 정부 나팔수 노릇에 진력하고 여타 방송들도 지난 시절처럼 서슴없는 비판 보도를 내놓지 못하는 오늘이다. 언론에 어떤 방식으로든 제재를 가하여 언론자유를 구속하는 사례가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쟁취한 언론자유이던가?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거나 정보를 차단하는 일은 독재 시대에나 있던 일이다. 지난 군부독재 시절에 뉴스 시간이 되어 9시를 알리는 소리가 ‘땡’하고 나면서 바로 ‘전두환 대통령께서는’ 어쩌구 라는 소위 ‘땡 전 뉴스’가 끝없이 반복되었다.

최근 그와 비슷한 방송 형태가 가끔 눈에 뜨인다. 그동안에 없던 일이 공영방송에서 등장하기 시작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국민은 방송과 언론에서 바르고 감추지 않는 뉴스를 원한다. 원하지 않는 떠받들기나 과대 선전에 식상한지 오래다.

두 번째 지난주 관심사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야기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X에 “엑스포 발표 이틀 전 유력 일간지 헤드 타이틀로 49대 51 막판 역전 노린다 라고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 정보를 보도케 하고 미국서 돌아온 대통령을 박빙이라고 거짓 보고하고 하루 만에 파리로 출장 가게 한 참모들이 누군지 밝혀내 징치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무능하고 아부에 찌든 참모들이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정권을 망친다. 유치 실패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흐름을 바로 보지 못한 관계기관들의 무지와 무능이 문제다.”라고 적었다.

홍 시장의 지적대로 이번 엑스포 유치 관련자들의 행동은 그들이 과연 정부 기관의 공무원이거나 전문가 그룹의 일원인지 의심케 했다. 사우디가 119표를 얻고 한국이 겨우 29표를 확보한 유치전이었는데 모 매체는 표결 직전까지 박빙이라고 보도했다.

국민 모두를 끝까지 속인 관계자들은 아무런 사과도 어떤 징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인물도 없었다. 만만한 대통령실 비서관들만 경질되었을 뿐이다. 그것도 비서관 경력으로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것으로 처리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낭비할 일이 아니었다. 사우디는 우리보다 1년 먼저 유치에 뛰어들었고 2030년 네온 시티를 완공하여 그 기념으로 엑스포를 유치한다는 계획이었으므로 명분도 있었다. 우리는 그저 부산에서 개최한다고 했을 뿐, 명분도 내세울 게 없었다.

안 될 목표를 세우고 명분도 없이 각국을 설득하려 한 자체가 무리였다. 그런데도 가능한 일인 듯 대통령에게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고 국민을 기만하며 억지를 부렸다. 거짓 보고를 일삼은 그들을 찾아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MBC <뉴스 외전>에 출연해 “부산 엑스포의 올바른 정보를 본인이 거부하셨다"며 "여러 경로로 '이번에 어렵습니다' 이런 정보가 갈 때마다 화를 내서 내쫓으시니까 아무도 제대로 된 보고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고 프레시안이 보도했다.

이 전 대표의 말대로라면 아래에서는 거짓 보고를 이어가고 대통령은 가능성이 있다는 걸 믿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이런 사례가 비단 엑스포 유치 문제만이길 바란다. 매사에 이런 식으로 보고하고 듣다가 실패하면 그 결과는 온통 국민 차지가 된다.

지난번 잼버리가 실패하자 만만하게 새만금 예산을 삭둑 잘랐다. 전북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이었는데도. 이번 유치에 실패했으니 부산시 예산을 뭉텅 잘라야 하는 건 아닐까? 더구나 사태 파악을 못 했거나 허위 보고를 했으니 말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고 그저 대통령 비위맞추는 데 전력을 다하는 여당과 정부라면 심각한 문제다. 이래서는 나라가 어디로 가겠는가? 안 되는 일은 안 된다고, 어려우면 어렵다고 인정하고 다잡아야 한다. 나라 정치가 한 사람의 기분 맞추기로 흐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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