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전 참패, 머쓱한 얼굴들
엑스포 유치전 참패, 머쓱한 얼굴들
  • 전주일보
  • 승인 2023.11.30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9일(현지 시간 28일 오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박람회기구 제173차 총회에서 2030 세계 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에서 사우디 리야드가 119표를 얻어 개최지로 확정되었다. 한국 부산은 29표, 이탈리아는 17표를 얻는 데 그쳤다.

투표가 진행되기 10분 전까지도 “표심은 한국에 우호적”이라는 문자를 띄우던 언론이 있었고 프레젠테이션 후 최소 10개국 표심을 확보했다느니, 막판 대역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유치전이 초박빙 접전이라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또 어떤 매체는 “한국 90표, 사우디 70표 수준...판세 뒤집혀”라는 자막을 띄우기도 했다. 기가 막히는 부분은 실패 후 입을 모아 이상한 프레젠테이션이라고 비난한 PT를 두고 “전문가, 더 이상 잘 할 수 없는 PT 평가”라는 자막도 올려졌다.

그리고는 참패 결과가 나오자 “엑스포 유치, 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자위하는 얼굴들도 보였다. 패배 원인으로 둘러댄 건 ‘사우디 오일머니’였고 부족한 정보와 헛다리 짚은 내용이나, 대통령의 해외순방 활동이 허상이었음을 지적한 언론은 없었다.

유치 실패까지 경과를 들여다보면 막대한 예산(2022년 2,516억 원, 2023년 3,228억 원, 도합 5,744억 원)을 들여 29표를 얻었으니 1표당 198억 원이 든 셈이다. 도대체 그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엑스포를 유치한다는 자체가 이상하다. 물론 고정 투자비가 대부분이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스마트 시대, AI가 거의 모든 것을 만들고 해결할 수 있는 이 시대에 굳이 엑스포를 개최하여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여론도 있다. 일본이 2025년 엑스포를 준비하고 있지만 일본인들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오사카에 인공섬을 조성하여 짓는 엑스포 건물의 사후 이용 문제 등 국고낭비를 지적하거나, 과연 기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인지를 걱정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흉흉한 세계정세도 불안감을 한몫 거드는 오늘이다.

이번 엑스포 실패 후 언론 매체들은 앞다투어 실패 원인을 분석하면서 만만한 새만금 잼버리 실패가 한국의 행사 추진 능력에 의구심을 유발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분석도 있었다. 거기에 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서둘지 않아서 실패했다는 국민의힘 ‘남탓’ 특기도 나왔다.

실패 후,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유치 실패 책임을 자임하는 간단한 멘트가 있었던 일도 특별한 일이었다. 아마 처음으로 자책하는 발언이 나왔지 싶다. 유치에 성공했다면 내년 총선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터인지라 아쉬운 뜻을 내비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유치 추진단이나 언론, 모두 헛다리에 헛물만 켠 유치전이었다. 오늘 아침 포털 뉴스라인에서는 엑스포 실패 이야기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언론이 알아서 기는 것인지, 통제가 효과적으로 먹히는 증거인지 암튼 언론의 장래가 걱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