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어려운 이들을 생각할 때
연말연시, 어려운 이들을 생각할 때
  • 김규원
  • 승인 2023.11.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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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도 저물어 이제 곧 12월이 시작된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기, 이맘때면 등장하는 구세군 자선냄비와 이웃돕기 성금 모금이 시작되어 전주 오거리에 사랑의 온도 탑이 세워질 참이다. 또 다른 이웃사랑인 적십자회비도 이즈음에 낸다.

우리 전북은 인구도 적고 도세도 빈약하여 나라의 지원도 적게 받지만, 연말 이웃돕기 성금 모금 실적은 늘 최상위를 차지 했다. 도세가 크고 지역 경제 사정이 넉넉한 지역에서는 가까스로 목표액을 채우거나 미달로 마감하는 해가 많았다.

남을 위하여 내 것을 아낌없이 내는 마음은 가진 재산이나 겉으로 보이는 인품과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 외려 부자 아닌 사람들이 어려운 이들을 더 생각하고 가진 것을 선뜻 내어 놓는다. 어렵게 살아오면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생각하는 정이 생기는 것일까?

지난 22일 오전 정읍시 연지동 주민센터. 일상적인 민원 업무를 보던 시민들 사이로 한 노인이 복지팀 직원에게 다가왔다. 노인은 가슴 팎에 숨기고 있던 하얀 봉투를 꺼내 직원에게 건넸다. 봉투에는 담담한 글씨체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노인은 직원에게 적은 금액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고 싶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직원은 봉투 안에 든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1,000만 원짜리 수표 4장이 들어 있었다.

돈을 기부한 이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넉넉지 않은 형편에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노인이었다. 기부자는 혼자 살면서 돈을 쓸 일이 크게 없어 조금씩 모았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기부를 결정했다떠들썩하지 않게 조용히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한두 푼씩 모은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전하고 살며시 자리를 피한 노인의 마음엔 우리 전북인의 착한 심성이 녹아 있었다. 기업을 운영하여 큰 돈을 버는 이들이 이웃돕기 성금 100여만 원을 내고 신문 기사를 확대하여 액자에 넣어 사무실에 걸어 자랑하는 마음과 대비되는 사례였다.

전북인의 심성은 원래 남과 나누기를 좋아했다. 어려운 이들을 보면 내 아까운 식량을 나눌 줄 알았고 배고픈 이들이 있을까 햐여 밥 세 그릇을 더 지어 아랫목에 묻어두는 착한 심성을 지닌 전북인들이다.

전북인들은 그런 심성을 지녔기에 큰 재난을 겪지 않았고 재앙이 와도 전북은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이제 본격 추위가 시작되고 어려운 가운데서 다시 연말을 맞는다. 우리 주위에, 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의 어려운 이들을 생각할 때다.

먹고, 쓰고 남는 것을 내기보다 내가 덜 먹고 덜 쓰고 아낀 것을 남을 위해 흔쾌히 내놓는 전북인의 아름다운 전통을 생각한다. 추워지는 날씨에 움츠리는 이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모아 주는 훈훈한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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