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훔쳐오는 까닭
시를 훔쳐오는 까닭
  • 전주일보
  • 승인 2023.11.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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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시가 내게로 왔다고 파플로 네루다가 말했어
나는 동의하지 않아
시가 내게로 온 것이 아니라

내가 시를 훔쳐오는 것이지
훔쳐 올 때마다 시가 나를 위로해
가슴이 뜨거워지고 소리치고 싶어지거든
시가 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허기를 지워주는 것도 아니고 
회전의자에 앉혀주는 것도 아니거든
그렇지만 
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죽음으로부터 사색하게 하거든
열병을 앓으면서 시에 목숨을 거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영혼을 맑게 해주는 거야
시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믿어
나 또한 시를 포기하지 않아
오늘도 시를 훔쳐오는 까닭은 시는 희망이기 때문이야


시는 인간의 사상과 정서를 운율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한 문학의 한 갈래다. 한자로 시詩이며, 말씀(言)과 관청(寺)이 합쳐진 형성자다. 言은 의미 기호, 寺는 소리 기호이다, 시인들이 왜 시를 쓰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일부 사람은 시를 쓰는 것은 자신의 정신생활이나 자연, 사회의 여러 현상에서 느낀 감동 및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라 하고, 다른 사람은 시를 쓰는 것은 예술적 창작이라고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은 시를 쓰는 것은 삶의 의미나 가치를 탐구하거나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시를 읽을 때는 시인의 의도나 배경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또는 시에 사용된 언어나 기법, 형식 등을 분석하기도 한다. 또는 시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불러일으키는지 감상한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시를 읽을 때는 열린 마음과 상상력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시인들 사이에 회자하는 “시가 내게로 왔다.”라는 파 플로 네루다가 한 말로, 1924년에 그가 20세 나이로 낸 첫 시집 ‘이상한 집’ 서문에 있는 문장이다. 이 말은 그가 시인이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시에서 얻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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