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전북'을
'메이드 인 전북'을
  • 전주일보
  • 승인 2023.11.0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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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대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한 가구회사 광고 카피다.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렇지만 아이들 학습에 오류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중단되었다. 근데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보니 “침대=과학”이라는 문구로 다시 등장했다.

 “아빠, 메이드 인 하와이(Made in Hawaii)야.” “어∼ 그러네. 메이드 인 하와이” 신천지를 발견한 듯 신이 났다. 가족여행 중 한 마트에서 티셔츠를 고르다 마주한 하와이산 라벨이다. 여기뿐인가 호주에서도 ‘메이드 인 퀸즐랜드(Queensland)’를 만났다. “우리는 단지 메이드 인 코리아 뿐인데...”

김관영 전라북도 지사가 지난 15일까지 미국 서부를 다녀왔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먼저 워싱턴주 시애틀과 타코마를 찾았다. 보잉·아마존·스타벅스·마이크로소프트·코스트코 등 다국적기업 본사를 방문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한상비지니스 대회에 참석해 내년 전북 유치를 홍보했다. 전북과 인천이 양립한다. 이어진 LA한인축제와 오렌지카운티 아리랑축제에 참여해 전북기업을 격려했다. 전북은 23개사가 참가해 45만달러 현장 판매와 90만달러 수출 상담이 이루어졌다. 김치·홍삼·누룽지·쌀·박대·게장 등 전북산 농수산식품이다. 

특히 냉동 농산물, 떡볶이를 생산하는 한 회사는 내년 초 10만달러 정도의 수출을 논의하였다. “미국에서 한류 열풍으로 최근 김치와 떡볶이 등 한국 음식에 관심이 엄청납니다. 가능성이 크다고 할까요.” 참여업체 대표는 전한다. “행사 참가 지원뿐 아니라 사후관리를 통해 실질적 수출이 성사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도지사는 흔쾌히 화답했다.

한편 TV뉴스에서는 미국 내 마트 내부를 보여주며 한국산 냉동김밥이 품절이라고 전한다. 경북 구미의 한 중소업체가 만들어 수출했다. 영하 45°C에서 급냉동해 고기 대신에 두부를 넣었다. 골고루 잘 데워지게 중간중간 띄어서 수분 증발을 막은 아이디어 상품이다. 비건음식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전북은 ‘농생명산업 특화지역’이라 외친다. 국내 어떤 지역보다도 농산물이나 축산물에 강점이 있다. 실제 정읍시 소 사육두수는 한때 전국 대비 12%를 오르내리기도 했다. 산외한우마을은 전남 장흥이나 강원도 횡성에서도 벤치마킹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한산하다. 

고창수박, 임실치즈 그리고 순창고추장 역시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 또 올 쌀 예상 생산량이 57만 톤으로 지난해보다도 7.5%나 추락했다. 재배면적도 5% 이상 줄었다. 위기다.

쌀 기반 식품 으뜸 전북이다. 전국에서 가장 밥맛이 좋은 쌀이 전북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동진’이다. ”쌀 생산량의 절반이 전북에서 타지역으로 유출되는데요. 전북 도내 RPC(저장고)에서 ‘나락더미로 수도권으로 이동해 경기미(米)로 바뀝니다. 이천이나 여주의 길가 쌀밥집 태반이 전북미(全北米)를 사용할 겁니다. 경기미로는 물량이 안되요.“ 농협 쌀 판매자 이야기다.

10월초 김제종자박람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수출계약이 70억원이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몸집이 몇 년 새 많이 커졌다. 지원이 절실한 대목이다.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도 전주발효식품엑스포가 막 마무리되었다. 굿뉴스 기대한다. 여기에 순창고추장민속축제와 임실치즈축제, 장수사과랑한우랑축제, 완주와일드푸드축제, 익산식품클러스터는 앞으로 전북을 견인할 먹거리 이정표다.

전북은 이미 9조 원대의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새만금에 유치했다. 어제는(30일) 중국 롱바이사가 1조 2천억 투자를 발표해 도민들에게 큰 선물을 마련했다. 노력한 만큼 얻어진 결과다. 그렇지만 세계잼버리대회 파행 결과로 새만금 예산이 정부안에서 대폭 삭감돼 비상이다. 하이퍼튜브 사업까지 정부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해 다시 원점이다.

최근 기후 위기로 미래학자들은 우리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식량 위기가 닥칠 걸로 예측한다. 올해도 불규칙한 비와 한파로 이미 지구촌이 난리를 겪었다. ”올여름이 금세기 가장 덜 더운 날이 될 거다.“고 기후학자는 말했다. 인류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미디어·IT강국 대한민국. 1997년 IMF시절 김대중 대통령은 무모하다는 IT산업에 투자했다. 당시 도전은 2∼30년 뒤 오늘날 먹거리를 마련했다. 대기업 유치 정말 필요하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에게 우선순위는 농생명축산식품산업 자강(自彊)이다. 전북 농생명축산식품에는 무모함이 없다.

”전북이 가장 잘하는 농생명바이오식품 분야를 우리가 힘을 모아서 대한민국 1등으로 꼭 만들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주시고 도지사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2023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서 김 지사는 힘있게 축사했다. 도민에게는 ’격려보다는 함께‘가 절실한 이유다.

다시 찾은 하와이에서, 퀸즐랜드에서, 더 너른 세상에서 전북을 만나고 싶다. ”메이드 인 전북(Made in Jeonbuk)은 상품이 아닙니다. 정성입니다.“

 

#김정기 대표(前KBS전주 편성제작국장). KBS PD로 입사.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다큐멘터리를 시작으로 꾸준히 ’지역문화와 한민족 디아스포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3.1절 기획 ’무주촌 사람들‘ ’키르기즈 아리랑‘. ’한지‘ ’백제의 노래‘ 등 30여편의 다큐와 ’아침마당‘ ’6시내고향‘ 등 TV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지금은 (사)천년전주한지포럼에서 대표로 ’한지 알림이‘ 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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