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나간 화살, 새만금 예산 삭감
빚나간 화살, 새만금 예산 삭감
  • 김규원
  • 승인 2023.10.30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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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구실로 정부가 새만금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사실상 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할 형편이다. 신항만 조성 등 기반 시설 조성 사업을 중단해야 하고 그에 따라 새만금에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도 여건 불비로 투자를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21대 마지막 국회 국정 감사 기간 내내 전북도 관련 국감은 새만금에 집중되었다. 여당 의원들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이 전라북도에 있다고 몰아세우는 데 열중했다. 정부가 새만금 예산을 삭감한 일이 타당하다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읽혔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밝혀진 내용은 전북이 돈만 쓰고 사업 집행은 대부분 정부 뜻대로 이루어졌는데 그 잘못된 책임만 둘러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김관영 도지사는 이름만 집행위원장이었을 뿐, 집행에 대한 결재권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30<프레시안>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전북이 잼버리 개최에 든 예산 1,171억 원의 1/3 이상인 410억 원(35%)을 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비 410억원, 국비 303억원(26%), 부안군의 군비 9억원, 조직위 참가비 449억원(38%)으로 구성된 예산이다.

그렇게 조성된 예산은 조직위원회가 사무국 운영비와 급식, 안전관리, 보급 등에 870억원(74%)을 쓰고 전라북도는 상하수도와 주차장 등 기반시 설 조성에 235억과 대회장 조성에 30억원, 부안군이 수상 교육장과 직소천 조성 등에 36억원을 집행했다.

전북은 부안군과 함께 419억원을 부담하고 301억원만 쓴 셈이다. 정부와 조직위원회는 64%를 부담하고 74%를 집행하여 전권을 행사하고 전북은 부담한 예산액만큼도 집행하지 않았다. 예산집행이나 사업 진행 자체를 조직위원회가 주관하여 전북은 실권이 없었다.

김관영 도지사는 개최지 도지사여서 집행위원장이라는 명칭만 부여받았을 뿐, 사업 집행에 대한 결재권조차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위 조직도를 살펴보아도 집행위원장은 결재 과정 어느 곳에도 없고 집행위원회도 의사결정과 조정권이 없는 기구였다.

조직위 전북도 파견공무원은 교육청까지 합해 35명으로 전체 인원 115명 가운데 1/3에 미치지 못하는 수였고, 여가부 등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중요 결재 라인을 형성하여 전북 파견 공무원들은 보조 역할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종합하면 전북은 가장 많은 419억원을 부담하고도 업무를 주도하지도 못했고 들러리로 고생만 한 셈인데 결과가 파행으로 나오자 정부가 전북에 덤터기를 씌워 예산까지 삭감하며 억지를 부리는 만행을 저지른 셈이다,

정부는 사의를 표한 여가부 김현숙 정관 후임에 무자격 후보자를 추천했다가 사퇴하자 후임자도 지명하지 않고 슬그머니 김 장관을 유임시키는 방법으로 감싸고 있는 눈치다. 모든 책임은 여가부가 주관한 조직위에 있다.

밝혀진 대로 정부는 공연한 전북 몰이를 중단하고 새만금 예산을 복원하여 도민의 자존심에 그은 상처를 다소나마 보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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