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날, 아픔을 새겨보며
다시 그날, 아픔을 새겨보며
  • 김규원
  • 승인 2023.10.2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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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1029. 오늘이 그날이었다. 159명 생때같은 목숨들이 무개념 정부를 지키느라 경찰력이 한눈을 팔아버린 바람에 희생되었던 날이다. 대부분 팔팔한 젊은이들, 젊음이 넘치는 거리 분위기를 즐기겠다고 나선 이들과 우연히 지나가던 행인까지.

그들이 희생되고 뒤에 남은 사람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친구 이웃, 그리고 그 아픔을 기억하는 국민과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깊은 상처와 그리움, 아련한 아쉬움이 넘친다. 그리고 뻔뻔한 정부와 슬픔조차 비웃는 인간들의 만행에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지난해 5월 윤 정권이 시작된 이후 그들 집권 세력이 저지른 부끄러운 일들, 이태원 참사와 수해 때 사고 등 숱한 인명피해까지 발생했지만, 어떤 일에도 내 잘못이라고 나서는 인간은 없었다. 정권을 맡아 시작하는 순간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어떤 일에도 책임을 감당하거나 사과하는 일이 없는 정부다. 잡은 권력을 이용하여 으스대고 위압적인 태도로 군림하려 했을 뿐,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는 나몰라라 했다. 자당의 비위에 맞는 인물들이 모든 기관과 단체를 장악하여 뒤흔드는 재미에만 탐닉했다.

국민의 삶은 국민이 사는 것이니 저들끼리 치여 죽든, 밟혀 죽든 정부가 간여할 일이 아니라는 황당한 생각으로 정권만 갖고 놀겠다는 심산인지도 모르겠다.. 정권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지난 시절 악명높았던 망령들을 불러내서 일부 주요 언론사의 지배구조를 바꾸고 통제를 시작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나갔다. 그렇게도 빠르던 시간이 요즘은 너무 더디게 간다. 아직도 3년 반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에 큰 돌이 얹힌 듯 답답하다. 그동안에 이 나라가 제대로 서 있을지 마저 걱정된다.

참사 이후 1, 정부와 서울시는 291주기와 31일 핼러윈데이를 대비하여 엄청난 경찰력을 동원하여 군중을 통제하고 분산시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뉴스다. 인명사고를 대비하기 보다는 인파가 몰려 정부에 대한 반감이 확산하는 걸 막겠다는 속내가 보이기도 한다.

28일 치 경향신문은 당시 희생된 고 최 아무개(22) 씨의 아버지 최정주 씨(54)와 인터뷰를 실었다. 최 씨는 “1년 동안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 참담하고 절망스럽다고 했다. 유족들은 지금 우리 정부와 사회가 보이는 모습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어요. 바로잡아야 하고, 바로잡을 겁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그 누구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그 누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어요. 이후에도 수많은 재난과 참사가 일어났고요. 이대로 1주기를 맞을 수밖에 없나 하는 의문과 분노가 가슴 속에 있습니다.”

작동하지 않은 시스템은 갖춰진 시스템이 아닙니다. 정권이 바뀌든 사람이 달라지든, 누가 움직이더라도 시스템은 작동해야 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제대로 된 새 시스템을 만드는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기사의 내용처럼 유족들은 특별법을 제정하고 조사기구를 설치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와 피해자들의 권리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건 발생 직후인 1030일 윤 대통령은 우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에 무한책임을 지는 공직자라고 말했지만, 그책임은 용산구청과 말단 소방과 경찰 일부에만 국한했다. 탄핵당한 행안부 장관도 법원이 풀어주고 구속됐던 구청장도 복귀하여 정상근무하고 있다.

희생된 159명은 그저 저들끼리 모여 놀려다가 서로 밀치고 밟혀 죽은 사람들이라는 그들의 시각에 희생자 유족들은 괴롭고 참담하다. 희생자 분향소에 찾아와 위로는커녕 험담과 행패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 참사를 단순한 남의 일로 치부하며 공권력이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는 사람들이 나라의 요직에 두루 포진해 있다. 국가는 세금이나 받아 가고 세금을 내는 국민은 저 혼자 알아서 살아야 하는 나라, 이게 대한민국 정부의 민낯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화두에 마음이 끌려 표를 주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났다. 국민이 기대했던 정부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거듭하며 실망을 안겼다.

보수 세력 가운데서도 꼴통 보수로 지목되는 인물들을 골라 요직에 앉히고 대통령의 복심이랄 수 있는 인물로 당을 꾸려 ‘1인 천하를 완성하다시피 했다. 지극한 충성심으로 뭉친 수하들은 오로지 대통령의 말 한마디를 따르는 데만 열중했다.

경제는 매분기마다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하고 전망조차 틀려 세수가 줄어들자 곳곳에서 세출예산을 줄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부분인 과학기술 연구 예산과 청소년 예산까지 뭉텅 잘라버렸다. 부자 감세를 위해 나라의 장래와 희망을 잘라버리는 무식한 정치다.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참패하자 번쩍 정신이 들었는지 대통령이 보수세력 집결을 위해 박정희 추모제에 찾아가 박근혜를 만나고 TK 유림을 만나는 등 집토끼 단속을 시작했다고 한다. 본바닥 민심마저 절반에 미치지 못하자 나름 긴장한 듯하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메시지에 기대하는 듯하나 과연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모습은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최근 기용한 유명 보수 인물들을 다시 내치는 일은 없을 터이니 말만 무성하다 말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쩌다가 정말 참회하는 듯한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설 수도 있겠으나 지금까지 행태로 보면 말 그대로 국면 전환용제스처에  불과할 것이다. 더 정나미 떨어지는 정치 기반을 만들기 위한 악어의 눈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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