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예산 복원, 안 하나, 못 하나
새만금 예산 복원, 안 하나, 못 하나
  • 김규원
  • 승인 2023.10.26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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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구실로 삭감한 새만금 관련 예산 복원을 촉구하는 전북인들의 열망이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북도의회가 지난달 5일부터 새만금 SOC 사업 예산 삭감에 항의하여 51일째 릴레이 단식투쟁을 이어오고 있지만, 정부는 귓등으로 듣지 않는 눈치다.

도대체 새만금 SOC 예산과 잼버리 파행을 연결하여 진행 중인 사업 예산을 싹둑 잘라버리는 행패라니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잼버리 파행은 여성가족부가 전담하여 준비하고 시행한 일로 전북은 계획에 따라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폭염과 장맛비, 한꺼번에 몰리는 인파를 예상하지 못하고 일을 망쳐버린 건 순전히 여성가족부의 어설픈 준비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라북도에 책임을 뒤집어씌워 주어진 예산을 뭉텅 잘라 버렸다.

정작 일을 그르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자 깜이 안 되는 인사를 내정하여 국회 청문회에서 부적격 판단이 나오게 한 뒤 후임자를 내정하지 않고 김 장관이 그대로 업무를 집행하게 하고 있다. 정녕 묘수(?) 중의 묘수라고 할 만하다.

어떤 이는 지난 잼버리 파행을 두고 전북을 몰아세우기 위해 일부러 어설픈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이 도대체 그처럼 터무니없이 진행될 수 없다는 짐작이겠지만, 어찌 보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오해도 가능할 만큼 괴이하다.

정부가 부자들을 위해 법인세와 다주택 보유 세금을 깎아 준 데다 불황으로 세금까지 덜 걷히면서 나라 재정 운용이 어렵게 됐다. 세입이 줄어들자 만만한 세출 예산을 찾아 삭감하는 방법을 선택했고 잼버리 파행을 기회로 새만금 예산을 삭감한 거라는 짐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도의원들이 단체로 단식투쟁하다 죽는다 해도 정부는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이다. 세입이 줄어 곳곳에서 예산을 삭감하는 형편에 만만하게 걸린 새만금 예산을 얼씨구나 하고 깎았는데 그걸 다시 복원해줄 턱이 없다.

국회에서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살리려 해도 그만큼 세입 예산이 있어야 세출 예산을 살릴 수 있다. 세입 예산이 남아 있을 리 없으니 다른 세출 예산을 새만금 예산만큼 삭감해야 한다. 결국 기재부의 협조 없이 새만금 예산을 살릴 방법은 없는 셈이다.

이 정부가 다른 국책사업 예산을 삭감하여 새만금 예산을 살려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선거 때 내건 공약이라고 기대하는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일 것이다. 이명박 씨가 당선 후에 선거 때에 무슨 말을 못하냐?’라고 했다던가?

32년 걸린 새만금 사업은 다시 3년 반을 기다려 다음 정권에서나 논의되어야 할 것 같다. 머리 깎고 단식하고 어설픈 보여주기 투쟁도 그만 접자. 그동안 지겨운 논쟁 끝낼 연구나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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