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기만 하고 책임은 모르쇠?
누리기만 하고 책임은 모르쇠?
  • 김규원
  • 승인 2023.10.2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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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10월도 하순에 접어들었다. 올해도 2달밖에 남지 않았다. 10월 하순이라는 생각과 함께 끔찍했던 지난해 1029이태원 참사가 생각났다. 153명의 소중한 생명이 무참하게 죽어간 그날의 아픈 기억이다.

밟히고 으깨져 죽어간 젊은 영혼들은 아직도 구천을 헤매고 있는데,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반성하는 기미도 없었다. 당연히 책임을 느껴야 할 내무부 장관을 국회가 탄핵했더니 법원이 우물우물하다가 기각처분으로 얼버무렸다.

책임의 꼬리 자르기로 구속됐던 용산구청장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풀려나 따박따박 월급을 받아 챙기더니 현업에 복귀했다고 한다. 국회에서 사고 당일 행적 등 거짓 증언이 문제되기도 했으나 보석 이후 뉴스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즐거운 밤을 생각하고 나섰던 젊은 생목숨들은 붐비는 골목에서 영문도 모르는 채 전혀 타의에 의해 이승을 하직했다. 당연히 붐비는 거리를 통제해야 할 경찰들은 전혀 걱정할 일 없는 용산 대통령실 경호에 동원되어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이상민 내부무 장관이 했다는 말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광화문 시위로 경찰 추가 투입이 어려웠다을 다시 뇌어본다.

경찰을 완벽하게 손 안에 틀어쥐기 위해 내무부에 경찰국을 신설한 이상민 내무부 장관이 했던 말이다. 좁은 도로에 사람이 걷기 어려울 만큼 모였는데 우려할 만한 인파는 아니었다 라니 기가 찬다. 그런 장관을 국회가 탄핵했는데 법원이 풀어주었다.

이게 이 나라의 정치 현실이다. 저마다 권리만 찾고 의무와 책임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와 정당들이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가운데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는 게 바른 정치다. 아무도 내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이런 정부는 과거에도 없었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와 책임을 회피하는 무능하고 엉뚱한 정치에 멍드는 건 국민이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정부 기구이고 예산인데 일을 맡아 처리하는 자들이 국민의 뜻에 상반되는 집행을 거듭한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데 그 국민의 30%만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61%가 잘못한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비율이 1/30 정도이니 실제 여론은 조사 내용보다 더 나쁠 것이다. 살기 바쁜 사람들은 응답할 여유조차 없다.

지난 17~19일간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 내용이다. 전국 각 지역에서 모두 잘못한다고 응답했고 전체 연령층에서 70대 이상을 제외하고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골수 지지자들만 잘한다고 응답한 듯하다.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당선되면 뭐든 내 맘대로 하는 것으로 아는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뜻에 따라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이 선거에서 표를 주는 마음은 내 뜻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에게 나라일을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취임 초에 기대감으로 과반의 지지를 받았다가 그 뒤로는 줄곧 3~40%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잘못하고 있다고 국민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멋대로 정치를 이어왔다.

오로지 내 편을 만들고 기용하여 추종 세력으로 만들었다. 총리를 비롯하여 각료들 상당수가 과거 정권에서 오명을 떨친 인물이고 정부 기관이나 투자기관장들도 대동소이하다. 정부 인사는 한마디로 엉망진창, 대부분 사적 인연으로 얽혀있다.

국민의 뜻을 전혀 따르지 않고 내 멋대로를 고집한 중간평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전력을 쏟아붓고도 참패했다. 범법으로 형사 처벌되어 직을 잃은 구청장을 대법판결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면 복권시켜 보궐선거에 나서게 한 오만방자에 국민은 분노했다.

보선이 시작되던 시점에서 국민 여론이 악화되어 선거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는데 대통령과 여당만 국민의 뜻을 몰랐었나 싶다. 주변에 잘하십니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라며 알랑거리는 자들만 가득하니 국민 마음을 알 수 없음은 당연하다.

오로지 상하 질서만 존재하는 검찰 생리 속에서 다른 세상을 접해보지 않은 인물에게 대통령 자리는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는 생각도 든다. 모르는 일에 주변의 말만 듣고 의견을 내다 보면 오류에 빠지기 마련이다.

과학계 카르텔 어쩌구 하는 대통령 말에 R&D 예산을 뭉텅 잘라 삭감한 일이 국회에서 지적됐다. 세계가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는 무려 4년간 23조 원을 삭감했다고 한다. 그에 따라 기구가 축소되고 많은 연구인력이 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지난 정부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20조 원이나 늘려 기술개발에 주력한 일도 못마땅한 이 정권의 속내인 듯하다. 뭐든 앞서가는 게 싫고 뒤따라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하루빨리 예산을 복구해야 한다. 뭐든 앞서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경쟁 시대다.

새만금 예산과 R&D 예산은 삭감하면서 대통령의 해외순방 예산 249억 원을 거의 소진했다며 328억 원을 예비비로 증액했다고 한다. 기회만 닿으면 순방에 나서는 재미에 빠졌는지 모르지만, 순방은 국익을 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해외 쇼핑에 재미를 붙여 자꾸만 나가는 건 아니기를 바란다. 누리는 데만 열중하고 국민 앞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 강서구청장 보선이 보여주듯, 민심은 정부에서 떠난 지 오래다.

대통령이 반성이라는 단어를 몇번 내놨다고 주변 언론들이 대서특필했지만, 실제 반성하는 태도는 전혀 없는 유체 이탈 화법 뿐이다. 잘못된 인사 모두 갈아치우고 그동안 잘못한 일을 조목조목 반성할 때다. 오만한 정부에 대한 심판 날이 170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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