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 지키는 의대 정원 확대 절실
국민 건강 지키는 의대 정원 확대 절실
  • 김규원
  • 승인 2023.10.19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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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호기롭게 꺼내든 의대 정원 확대가 슬그머니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19일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다더니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저항에 부딪히자 연말까지 확대 규모 결정을 미루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막강한 검찰력으로도 의사들의 밥통 사수 생떼를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강서구청장 보선에 참패하고 마침 국민의 눈에 드는 정책을 호기롭게 꺼내 들었지만, 국민생명을 볼모로 잡아 흔들겠다는 의사들의 협박엔 속수무책이었나 싶다.

이 일은 당초 정부가 섣불리 꺼내 들 카드가 아니었다. 돈 많이 들여 공부했으니 오래도록 잘 우려먹고 살아야 한다는 의사들의 무한 욕심이 빚은 의료체계 불균형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여 적절한 방안을 내놓아야 했다.

의사들이 돈벌이에만 몰려들면서 시골에는 마땅한 의사가 없어 전국의 환자가 서울 대형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느라 몇 달씩 대기하는 진풍경도 해결해야 할 난제다. 응급환자가 의사를 만나지 못해 죽어가기도 하는 참담한 현실에 의대 정원 확대는 발등의 불이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불편 사항이어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꺼내 들자 야당에서도 환영한다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증원이라는 총론에서는 한뜻이었으나, 증원 각론에서는 뜻이 달랐다.

여당에서는 그냥 의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릴 생각이고, 민주당에서는 공공의료 분야와 지역 의사 등 현재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냥 정원만 확대하면 성형, 피부 등 돈벌이 진료 인력만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부족한 부분 의료인력 확대 문제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문제가 뒤따르지만, 현재 의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실한 사안이다. 분야별 의사 부족을 메우는 일에도 의사들은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의대를 향한 젊은이들의 열망은 뜨겁다. 최근 SKY 학생들의 중도 탈락자가 2,000명 대로 늘었다고 한다. 대부분 의학 계열에 진학하기 위해 자퇴하고 재수의 길로 들어선다고 한다. 서울대학 응용생물화학부는 전체 재적학생의 46.2%가 중도 탈락했다.

정년 없고 돈벌이 좋은 의사라는 직업을 향한 열망이 마침내 국가 인재 불균형으로 기우는 시대가 됐다. 국가도 어찌하지 못하는 이익집단의 일원이 되어 잘 벌어 잘 살겠다는 여망이다. 이런 판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라는 먹이를 내놓았으니 난리가 날 판이다.

문제는 앞에 지적한 대로 의사가 부족한 지방과 일부 돈벌이 적고 힘든 전문 분야 의사를 확보하는 일이다. 장기적으로 정부가 비인기 분야에 대한 특별 혜택이나 재정 지원 등 법적 제도를 마련하여 국민 건강을 제대로 지키는 방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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