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길 어디쯤에
내가 걸어온 길 어디쯤에
  • 김규원
  • 승인 2023.10.1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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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수필

 

이용만/수필가
이용만/수필가

내가 걸어온 길 어디쯤에 나의 행복이 있었는데 내가 비켜 온 것일까.

내가 살아온 길 어디쯤에 내 사랑 있었는데 내가 스쳐와 버린 것일까. 그 길은 왜 돌아볼 수는 있어도 돌아갈 수는 없는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도 내가 가야 할 길인가. 아니면 비켜 가고 있는 길인가.

내가 지나가야 할 저 고갯길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를 홀리는 여우가 기다리고 있을까, 끼니때마다 몰래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는 우렁각시가 있을까. 아니면 나를 잡아먹어 버릴 무서운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조금만 두리번거리며 살았더라면 내 사랑, 내 행복 더불고 왔을 터인데, 발끝만 바라보고 오다가 어디에서 놓쳐 버린 것일까. 가끔 뒤만 돌아보았더라도 놓쳐 버린 내 사랑, 내 행복 되돌아가 함께 왔을 터인데, 어쩌다가 돌아갈 수도 없는 먼 곳까지 와 버린 것일까.

! 구름이여, 바람이여! 너는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마음대로 돌아갈 수도 있으니 내 행복 어디에서 방황하고 있으며, 내 사랑 어디에서 울고 있는지 알 수 있으련만 이내 몸은 사방천지가 막혀 옴나위도 못 하니 어찌하란 말이냐.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행복이란 무엇인가. 만남은 무엇이며 사랑은 또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이며 인생의 끝은 어디인가. 나는 무엇을 하면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오늘은 어제와 무엇이 다르며 내일은 또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가족은 무엇이며 사회적 동물은 또 무엇인가. 공중을 나는 새와 물속의 물고기는 혼자서도 잘만 사는데 인간은 왜 혼자서 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을까. 세상은 무엇이며 출세는 무엇인가. 정치는 무엇이며 정권은 무엇인가.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누구는 하늘의 무지개라 했고 누구는 새장 안의 파랑새라 했다. 내 주제에 처음부터 행복하게 태어나기를 바란다는 것은 천륜을 어기는 것이니 언감생심 죄지을 일이요, 내가 살아온 길 어디쯤에서 좋은 친구나 이웃을 만났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았으려나 생각해 보는 것은 부질없는 일임을 안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산에 가면 사람들이 다 산으로 모인 것 같고, 바다에 가면 다 바다로 모인 것 같은데, 같은 시각, 교회나 성당에는 시내 사람들을 다 모아 놓은 것처럼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저렇게 많은 사람을 교회나 성당에서 붙들어 두고 있는데 길이 좁다 하게 자동차를 몰고 가는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 자동차 때문에 자동차가 못 가고, 사람들 때문에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가 없다. 한강 물을 퍼다가 기름으로 써도 엄청날 터인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웬 자동차는 그렇게 많은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경기장에 모여 있는 건강한 사람은 누구이며, 병원에 가득 몰려 있는 환자들은 또 누구인가.

어디 내 눈에 띄는 사람들뿐이랴. 내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으며 우리나라 사람들 외에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많은 나라의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 가운데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며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어쩌다가 이 시대, 이곳에서 태어났으며 우리 부모 형제와 만났고 아내와 자식들과 만났을까. 나와 만난 사람들은 행운인가 불행인가. 나는 나와 만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인가 짐이 되는 사람인가. 내가 스스로 우렁각시가 되려고 하지 않고 우렁각시를 만나기를 바라고 있으니 짐이 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살아온 길 어디쯤에 내 행복이 있었고 내 사랑이 있었는데 나의 과욕으로 이렇게 비켜 와서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제대로 길을 따라왔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과욕을 부려 비켜 왔다고 생트집을 잡고 있는 것일까. 그래, 그랬을 것이다. 저 욕심 많은 인간 족속 중의 하나인 나도 지금의 나의 위치가 족하거늘 허황된 꿈에 젖어서 과욕을 부리고 있을 것이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인생길의 궤도이거늘 세월이 갈수록 청춘이 가고 몸이 늙어 가는데 지금이 그래도 괜찮은 때인 것을 알고 자위하며 살아가야겠다.

또 한 차례의 세월이 흘러간 뒤에도 지금처럼 내가 살아온 길 어디쯤에 내 행복이 있었고 내 사랑 있었느냐고 두리번거릴 것이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다시 오지 않을 나의 삶을 오늘 이곳에서 꼬옥 붙들어 두어야겠다.

누군가의 말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지금의 자리에서 만족하며 살아가야겠다.

세상에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그들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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