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는 발등의 불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발등의 불이다
  • 김규원
  • 승인 2023.10.17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린다는 보도가 나와서 의료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당장 의사협의회는 반발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계획 발표를 미룬 채 여론을 경청하는 모양이다.

당초 보건복지부가 전문의료기관에도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300~500명의 의대 정원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자, 윤 대통령이 1,000명 정도로 확대하는 방안을 지시했다는 말도 있다. 이런 방침에 야당 의원도 환영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2006년부터 동결된 의대 정원은 17년째 3,058명에 묶여 있다. 역대 정부가 몇 번이나 정원을 늘리려고 시도했지만, 의사들이 밥그릇을 지키느라 극한 투쟁으로 맞서서 단 1명도 늘리지 못해서 곳곳에 의료 공백 사태다.

의사 절대 수가 부족한데다 돈벌이 좋은 전문과목에 의사들이 몰려 응급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부족하고 일부 기피 과목은 의사가 없어 환자가 죽어 나가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의료가 사람의 생병을 지키는 일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게 현실이다.

병원은 환자를 돌보는 역할보다 어떤 의사가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다 보니 비싼 특진료를 내고 정작 의사를 만나 진료받는 시간은 길어야 5분이다. 대개 2~3분이면 진료가 끝나고 주사를 맞거나 약 처방을 받느라 시간을 보낸다.

의대 정원이 늘어 의사가 많아지면 수입이 줄어들까 저어하여 의사들은 한사코 정원 확대에 반대한다. 몰려드는 환자들을 주마간산하듯, 설렁설렁 얼굴만 보고 내보내면 돈이 굴러들어오는 의료 체계를 고수하려는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 이슈가 나오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보도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의협은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16일 밝혔다.

의사들은 현행 의료수가가 턱없이 낮아 비급여 의료에 의사들이 몰려있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관계 규정과 제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17일 전국의사 대표자 회의를 열어 의대 정원 확대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2035년 경에는 27,000여 명의 의사가 부족해 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의사를 양성하는데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지금 의대 정원 확대를 결행해야 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는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는 말이다. 이번에도 의사들은 전면 파업 등의 방법으로 거세게 저항할 터이지만, 의사들의 밥그릇을 위해 국민건강을 송두리째 내줄 수는 없다. 정부는 의료수가 문제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정비하고 의대 정원 확대를 더는 미루지 않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