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없는 정치판
정치 없는 정치판
  • 김규원
  • 승인 2023.09.24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지난 한 주일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지지난 주에 여가부등 3부 장관개각 내정이 발표된 후, 사상 초유의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과 지루한 게임으로 진행되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 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지난 21일 이 대표 체포안이 과반수에 1표 넘어 국회에서 가결됐다. 부결은 원하던 이재명 대표는 단식을 중단하고 몸을 추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건강을 회복해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나가서 영장 발부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구속되어도 버틸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최소 39표의 반란표가 이 대표 체포 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친명계와 반명계가 갈등을 빚어 당이 갈라지는 게 아닌가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늘 이렇게 불협화음을 내며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 비명계의 행보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에 등을 돌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는 데 기여했다는 원망을 듣기도 했다. 이번 일로 다시 당의 쇄신과 단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분당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 가능하다.

최근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30% 초반까지 떨어지는데도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원인이 바로 이런 당내 리스크와 아직도 지난 시대의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인식 때문이다. 여야가 모두 정치는 없고 무시(無視)와 헐뜯기만 능하다.

국민의힘 속내는 민주당의 감싸기 방탄 국회가 형성되어 체포 동의안이 부결되기를 바랐던 듯하다. 그런데 덜컥 가결되자 간단한 논평만 내고 당내 입단속을 강화하며 신중한 움직임이다. 2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여당은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내부 갈등을 기대하며 의연하게 민생을 챙기는 제스처로 관망 중이다. 이 대표의 영장이 집행되고 민주당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상태로 총선을 맞이하는 게 여당이 바라는 최선의 각본이다.

반면 민주당이 새로운 대표 체제를 구축하여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부여당에 당당히 맞서게 되면 내년 총선에 여당에 뜨거운 맛을 보일 수도 있다. 총선에서 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면 윤 정권은 일찍 레임덕에 걸려 무력한 정부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전망 속에 국민의힘은 코앞에 닥친 총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과정을 걱정하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당내 김웅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이 대표 동의안 가결로 국민의힘이 더욱 불리하게 됐다고 총선 필패를 전망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종합해보면 민주당이 이 대표 체포 동의안 가결 이후 당내 내홍을 잘 수습하여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면 내년 총선에 대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보았듯이 민주당의 반명계는 내가 못 먹는 감이라면 꼬챙이로 찔러 터뜨려 버린전력이 있어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묵은 시대로 되돌아가는 정부

 

윤 대통령이 MB시대 언론 장악 문제로 말썽을 빚은 이동관 특보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하여 전국 언론이 떠들썩하더니 지난 13일에는 유인촌 전 장관을 문체부 장관에 신원식 의원을 국방장관에, 김행 전 청와대 비서실 대변인을 여가부장관에 내정 발표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MB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거쳐 방통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82513년만에 다시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방통위원장에 임명되었다. 이어 유인촌 MB정권 문체부 장관을 다시 내정하여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더구나 MB정부 당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과 방통위원장을 역임하는 동안 조선일보 기사 논란을 비롯하여 보도방해, MBC 정권 비판 뉴스데스크 문제보도로 관리 등 언론에 대한 간섭과 통제에 간여했다는 경력이 있다.

과거 언론 장악 시도 경력이 문제되었음에도 다시 같은 자리에 임명한 속내는 그를 이용하여 다시 언론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문제를 두고 여러 언론이 반대 기사를 실었고 국민의힘에서조차 의구심을 보였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그리고 방통위원장에 임명되자 바로 KBS 남영진 이사장을 해임하고 방송문화진흥위원회 권태선 위원장을 해임 결의 했다. 해임된 남영진 이사장과 권선태 위원장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서 권 위원장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 들였으나 남 사장은 기각되어 해임되었다.

13년 만에 다시 문체부 장관에 내정된 유인촌 후보자는 장관 재임 당시 예술인 지원대상자 가운데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배제하는 명단, 속칭 예술인 블랙리스트사건으로 이름을 날렸다. 민주 사회질서에 역행한 전력을 가진 이들이 다시 그 자리에 임명되고 내정된 사실은 역사를 위해 퍽 불행한 일이다.

문제를 지휘한 장본인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기용하는 건 그 잘못됐던 일을 지금 다시 해보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개과천선하여 새로운 질서를 시작해보자는 의미일까? 그런데 이미 방송 관련 인사를 보면 지난날 그 일을 되풀이 하라는 듯싶다.

새로 장관에 내정된 신원식, 김행 내정자도 언론을 통해 드러난 내용을 보면 부적격으로 보이는 문제가 여럿 나타나고 있다. 왜 이 정부 인사들은 거의 모두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인물들일까? 그들이 과연 국민의 뜻을 바로 헤아려 제대로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따라붙어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다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경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을 다독이고 모두 함께 마음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마음 맞는 이들끼리만 잘살아 보겠다는 심산인지, 아직도 이념 타령이고 국민 대다수를 비판 세력, 척결 대상으로 보는 듯하다. 나라에 정치는 없고 여야 대결, 정부 & 국민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다. 이래서는 이 시대를 건너기 어렵다. 답답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