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사라졌다
소금이 사라졌다
  • 전주일보
  • 승인 2023.09.0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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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김정기 대표(이야기 곳간/Story House) 

“탕 안에 소금이 없어∽” “소금값 올랐다고 없앤거야?” 
“그래도 너무했다.” 동네 목욕탕을 찾은 손님들이 아우성이다.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이야기가 나오자 소금값이 폭등해 품귀현상이 났다.

정부는 비축 소금을 풀어 어느 정도 가격을 진정시켰지만 국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소금이 목욕탕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공기와 물처럼 필요하다는 걸 각인시켜주었다. 그렇게 동네 목욕탕에서 소금이 없어졌다.

새만금 개발사업 내년 예산이 거짓말처럼 싹둑 잘렸다. 전북인이라면 누구나가 분통이다. 정부·여당은 일찍이 잼버리 파행 직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원인을 전라북도 탓으로 돌렸다. 

전북은 이틀을 침묵했다. 그리고 긴 숙고 끝에 나온 답이 “중앙정부의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가 전라북도 공식 답이었다. 참 답답하다. 처음부터 진단이 잘못됐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핵심 원인을 중앙정부 예산지원, 즉 돈으로 봤다.

미국 대통령 클린턴은 1992년 미 대선 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아주 간단한 선거 구호로 승리했다. ‘커다란 보(保)도 작은 물구멍 때문에 무너진다.’ 많은 도민들이 지적한다. “바보야! 이번엔 돈이 아니야, 정성이야. 처음부터 마음이었다고∼” “지금까지 윤 정부의 행태를 못읽었다는 말이야? 아주 바보구만.” “정부·여당에서 전북이 준비를 잘못해서 말하기 시작할 때 아주 그러려니 한 거야?”

전북도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윤 정부와 똑같이 새만금 잼버리대회 파행에 피하려고만 했다. 한심하다. 영국 잼버리 4,500명, 미국 1,100명, 싱가포르 팀이 연이어 떠났다. 그 뒤 전라북도 일성이 도지사가 잼버리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에서 도정을 운영하고, 잼버리 지킴이로 함께한다는 사진이었다. 도민들도 여기저기서 나섰다. 아니 허둥댔다. 군산에서, 전주에서 도내 전역에서 자원봉사로 달려갔다.

당초 잼버리 파행의 가장 큰 원인은 아주 작은 것에 있다. 잼버리 행사 준비 때부터 모든 것이 ‘현장에 답’이 있었다. 그렇지만 전라북도는 가로50cmx 세로50cm 작은 책상머리에서 답을 찾았다.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가장 큰 원인 중 첫번째가 불볕더위 밑 속수무책 ‘폭염과 벌레’ 해충이었다. 화장실과 식수는 같이 따라온 세 번째 네 번째 지적사항이었다. 도지사는 지난해 취임 직후 전북도청 간부회의에서 분명 챙기셨을 것이다. 두 부지사와 실국장들은 “잘되어가고 있습니다.” 답했을 것이다. 또 과장 팀장들은 아래 직원들에게 되물었으리라 삼척동자도 훤히 짐작할 수 있다. 

담당 공무원은 해당 시설사업자에게 다시 물었을 것이고 그렇게 잘 준비되어가고 있다는 ‘답변서’만 거쳐 거쳐 집행위원장인 전북 도지사에 올렸다. 도지사가 속았다. 1년 전 프레잼버리 대회가 취소되었을 때 새만금 현장에 며칠이라도 텐트 치고 밤을 새웠다면 땡볕과 폭염 그리고 해충에 당하지 않았을까? 간단하게 ‘물새는 보(保)를 찾아냈으리라.’

“그늘막 만드는 거 아주 간단해요. 농촌에 가면 비닐하우스나 마당 위에 치는 까만 차양막만 지주에다 걸고 세웠어도 땡볕은 잡을 수 있었지요. 돈 안들어요. 아주 싸요”
“해충 벌레요? 그것도 커다란 해충 흡입판 있잖아요. 그걸 텐트촌 사방 귀퉁이에 대고 불을 틀어대면 벌레가 다 달려들어 타죽어요∼” 

“현장에 안갔지요. 윗사람은 밑에 직원한티 직원은 업자한티 전화하고 보나마나 뻔해요.” “농촌 고추 말리는 곳 한번도 안 가봤응게 그렇지요. 뻔뻔해요.” “잔치에 손님 초대해놓고 돈타령만 하고 있고∼. 주인이 정성껏 준비하지 않고 돈이 없어서 그랬다고 돈타령만 해요.” 
농촌에서도 전주에서도, 군산에서도 그리고 부안에서도 도내 전역에서 알만한 이들은 이렇게들 걱정이다.

처음부터 도지사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을 토했어야 한다. 국민이 아니라 먼저 도민들에게 용서를 구했어야 한다. 전임 도지사 때 어렵게 새만금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잼버리대회를 유치한 거 아닌가? "당신들이 말하는 게 맞습니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 된다. 새만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우리 전북 도민의 숙원이고 명제다. 변명하지 말자. 전북발전의 모멘텀으로 삼고자 수년간을 준비해왔다. 하루아침에 준비 부족으로 온갖 덤터기를 뒤집어쓰고 있지 않은가.

“전북도민 단결하여 새만금 예산 찾아오자” “전북이 동네북인가!” 정치인들이 전주시 길거리에 내건 플래카드 구호다. 비참하다. 그래 전북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동네북이었다. 심지어 노무현 정권 때 대통령을 뺀 국무총리·국회의장·여당 대표·야당 원내대표 모두가 전북출신이었다. 이때도 다른 동네 눈치 보는 동네북이었다.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 심지어 도민들이 압도적 1위로 찍어준 문재인 정권하에서도 돌아온 것은 ‘말의 성찬’ 뿐이었다. 여기뿐인가? 22년 전주시민·전북도민과 함께했던 KCC농구단 연고지 이전 문제. 또한 전주시가지 전역에 KCC를 성토하는 플래카드가 홍수다.

전주시가 동원한 흔적이 역력한 단체들이 내건 현수막이다. 유치하다. 애꿎은 전주 부시장이 나서 “노력했으나 일방적으로 KCC가 만나주지 않았다”고 인터뷰했다. “그전부터 이전 조짐이 있어 농구팬과 시민들은 간절했는데 무슨 일을 했단 말인지. 그저 답답할 따름이에요.” “이렇다고 제 책임이에요. 전주시장도 나서지 않네요.” 

그야말로 전주시민과 전북도민에게는 설상가상(雪上加霜). 눈 내린 위에 서리 내리는 형국이다. 새만금사업은 노태우 정부 때부터 시작해온 32년 된 국책사업이다. 성년을 훌쩍 넘긴 사업이다. 지금 정부의 ‘새만금사업 예산 싹둑에 이어 재검토하겠다는 망언’까지.

이제는 우리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지 않나 성찰해봐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준비 부족으로 세계에서 온 ‘미래손님’들에게 큰 결례를 범했다. 우리 후대 전북인들에 사실상 몹쓸 짓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지금의 윤 정부와 여당은 절대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제2, 제3의 ‘새만금 잼버리 파행’도 부족하다. 늦었지만 ‘전북이 대한민국 동네북’을 자임하고 처음부터 새만금 잼버리 문제점을 짚어가고 정리해나가는 진지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쓰리고 아프지만 ‘일상의 차분함’이 필요하다.

백서발간을 요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겸손함을 담아야 한다.  “당신이 하려는 말이 침묵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울 때만 입을 열어라.”(석가모니) 소금이 다시 돌아왔다. 동네 목욕탕을 찾은 이들 입가에 ‘간간한 미소’가 번진다. 

짜다. 쓰다. 달다. 그래도 입에 맞다.

 

#김정기 대표(이야기 곳간/Story House).

KBS PD로 입사해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다큐를 시작으로 우리 ‘지역문화와 한민족 디아스포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3.1절 기획 ‘무주촌 사람들’ ‘키르기즈 아리랑’. ‘한지’ ‘정유재란 그 후 400년’ 30여 편 다큐와 ‘아침마당’ ‘메이드인 전북’ 등 TV 교양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퇴직 후 지금은 문화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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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 2023-09-10 21:12:43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