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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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23.08.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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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푹푹대지 마라 
평생을 함께했어도 가슴 한 번 맞댄 일이 없다고
오르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삶이었지만 
늘 등 뒤가 가려웠다고

불변의 간격으로 산모퉁이 돌면서 직각으로 꺾어보고 싶었다 
기차가 간이역을 지날 때 철길이 우는 것은 
슬퍼서가 아니라 
흔들어 주는 코스모스 손이 빈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앞으로만 뻗은 두 다리는 완고한 고집이었으니
그 고집으로 철길은 천 리를 오체투지로 기어서 간다

육중한 쇳덩이가 짓밟고 갈 때 철길은 철없이 철없이 훌쩍이는 것이다

 

철길은 인간의 발명품이지만, 인간의 삶을 상징하기도 한다. 평생을 함께하는 기차와 가슴 한번 맞대지 못한다. 그런 철길의 운명은 우리의 삶과 얼마나 닮았는가? 우리는 인생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삶을 살면서, 사회의 규율을 따르고, 빈손이라는 공허함에 울기도 한다.

하지만 철길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기차는 종착역에 도착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착역에서 다시 출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철길은 불변의 간격으로 육중한 쇳덩이가 짓밟고 갈 때 훌쩍이는 것이 아니라, 육중한 쇳덩이가 짓밟고 갈 때 웃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 인생 종착역에 도착하는 한이 있더라도 불변의 간격에서 변화를 찾아야 한다. 또한 두 다리로 걷고 달리고 뛰어야 한다. 철길은 우리의 삶을 대변한다. 그러나 철길은 인간과 다르게 자신의 방향을 정할 수 없다.

철길은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 때문에 그 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다양한 길을 걷고, 길을 만들기도 한다. 따가서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책임에 따라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된다.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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