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뒤치다꺼리는 차분하게
태풍 뒤치다꺼리는 차분하게
  • 김규원
  • 승인 2023.08.10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풍 ‘카눈’이 전북에 큰 피해까지는 내지 않고 지나갔다. 전국적으로도 일부 지역의 침수와 산사태가 발생했을 뿐 10일 오후 무렵까지는 심각한 피해를 내지 않고 북쪽으로 올라갈 듯하다. 끝까지 큰 탈 없이 지나가서 마음졸이며 지켜보던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카눈’은 다행스럽게 우리나라에 상륙하면서 오후 2시에는 중심기압이 980hpa로 높아지고 그에 따라 바람도 조금 약해졌다. 진로도 당초 우려했던 서쪽이 아닌 동쪽으로 약간 틀어 진행하는 바람에 우리 전북은 강풍도 덜하고 비도 강하게 내리지 않았다.

전국에서 산사태나 침수 위험을 피해 1만여 명이 대피하고 곳곳에 작은 산사태와 가로수가 부러지거나 뽑히기도 했다. 비바람 속에서 시민을 지키느라 애쓰는 소방대원과 관련 종사자들이 수고한 보람으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1명씩 나왔으나 아직은 심각한 사태는 없는 듯하다.

항공기는 물론, 철도 운행이 중지되고 600mm 강수량을 보일 것이라는 예보에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 지금도 동쪽으로는 초속 24~5m정도의 강풍이 불고 있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지만, 대충 한고비는 넘긴 듯싶다.

새만금 잼버리 실패로 가뜩이나 우울한 심사에 태풍마저 우리를 어렵게 하나보다 했더니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잼버리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한 세계의 자라는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다.

그들은 오늘 야외 활동을 못하면서 우리가 태풍에 대처하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차분하게 위난을 극복하는 광경을 보며 저런 이들이 어쩌다가 새만금 잼버리를 그렇게 소홀히 했을까 하고.

도대체 생각이나 기획하는 능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 과한 자리를 맡아 일을 그르친 사정을 이해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번 잼버리 실패를 보며 정부 인사가 얼마나 허술하게 기분 인사로 임명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새만금 잼버리도 11일 K-pop 공연을 끝으로 종결된다. 그리고 세계의 청소년들을 보낸 다음에 그간의 경과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카눈’이 어질러놓은 국토도 재정비하여 다시 이런 바람이 와도 아무런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본 사설에서 여러차례 지적했던 것처럼 산사태나 저지대 문제, 제방 유실이나 물 흐름 문제 등은 지금까지 경험을 기준 삼지 않고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여 복구작업을 해야 한다. 기상 재난의 규모가 달라졌으므로 그에 맞는 수준으로 복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 높이 쌓고 더 튼튼하게 정비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 다행스럽게 이번 태풍은 내륙에서 위력이 줄어 큰 피해를 면했지만, 앞으로 기상 재난은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다. 차분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정말 무서운 재앙을 당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