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만도 못한 사람? 사람보다 나은 짐승!”
“짐승만도 못한 사람? 사람보다 나은 짐승!”
  • 김규원
  • 승인 2023.07.03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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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수상詩想隨想 - 24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예요

서로 팔짱을 끼고 종로거리에서 입 맞춘 채로

청계천 인공하천에서 공중체위도 마음껏

즐기는 거예요,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예요

 

그렇대서 열 달 배 꺼진 뒤, 냉장고가 외로울까봐

눈 뜨지 못한 숨결을 얼리지는 않아요

또다시 열두 달 뒤, 열 달 배 꺼진 뒤, 냉장고 심심할까봐

얼린 고독 위에 또 다른 고독을 얼리진 않아요

 

보르네오에 사는 극락조 사랑놀음을 전하던 목소리 고운 아나운서가 그랬어요. 암컷을 부르느라 애간장을 태우던 수컷이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했습니다~!” 쾌재를 불러 주었어요. 나도 사람신선이 되어 함께 웃어 주었지요.그건 사랑도 아니어요, 그건 하는 것도 아니어요. 신선사람도 아니어요. 적어도 우리 사랑에 비하면

 

떨어질 줄 모르는 수집합의 정석

우리를 징그럽다, 수상한 최음제를 뿌리진 말아요

적어도 우린, 지상천국부터 하늘지옥까지 붙어살거든요.

아무튼, 극락엔 가지 못했을 거예요,

후딱 하고 후딱 날아가 버린 암수극락조는

-졸시러브버그 -내 서정의 기울기 14전문

인간이 부끄러운 때가 있다. 아니 이런 부끄러움이 잦을수록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회의가 일며, 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무엇이 사람을 이토록 참혹하게 바꿔놓고 있을까, 무엇이 잘못되어 이처럼 가혹한 참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주검 2구가 발견돼 경찰이 친모인 30대 여성을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한다.[한겨레.23.6.22.] 이 여성은 201811월과 이듬해 11월 각각 아이를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주검을 자신이 사는 아파트 냉장고에 4,5년 동안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혐의에 대하여 피의자는 아이를 낳은 뒤 살해했다며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어안이 막히며,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참혹한 일이다. 입에 올리기도 꺼림칙한 인간성 말살의 참상이다. 그래도 함구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명화되었다는 인류사회는 헛구호에 그치는 것일까?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의 영혼을 구원한다는 종교 세력은 날로 번창해 가고 있다. 그뿐인가? 각 급 학교의 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교육의 효율성을 최대로 높이고 있다고 하는데, 어찌 이런 참상이 벌어진단 말인가?

 

사람이 악행을 저지를 때 흔히 쓰는 말이 짐승만도 못하다고 한다. 그런데 짐승이 들으면 통탄할 일이다. 짐승은 이런 행태를 저지르지 않는다. 어떻게 제가 낳은 새끼를 제 손으로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신생아로 태어날 때 가장 사랑스럽고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비친다는데, 그런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다니, ‘짐승만도 못하다는 험담을 짐승이 들으면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같은 날짜 같은 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눈길을 끈다. “‘사랑벌레Lovebug' 또 서울 습격. 올해는 종로까지 덮쳤다이 사랑벌레는 교미기에는 암수가 한 몸이 되어 떼 지어 날아다닌다. 더러 민가에까지 날아들어 주민들의 주거 생활에 골머리를 앓게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랑벌레는 이름에 벌레가 붙어서 그렇지 인간에게-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한다. 사랑벌레는 풀 등을 먹고 분해해 생태계 내에서 환경 정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곤충이다.[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그래서 화학약품을 써서 방제하는 것은 오히려 포식 곤충을 사라지게 해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찌 사랑벌레뿐이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생물들이 종족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인간의 사랑본능을 훨씬 능가하면 했지, 결코 얕잡아 볼 일이 아니다. 그들이 비록 생물학적 본능에 의존하는 행태요, 기능일 뿐이라고 깎아내릴 일이 아니다. 생물들은 오로지 종족을 유지하려는 본능에 충실해서 새끼 보호에 자신의 목숨까지도 서슴없이 바치려 한다.

 

그러나 인간은 종족유지 본능만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무책임하게 벌어지는 사랑놀음이 짐승보기에 부끄러운 지경은 아닌지, 사람됨을 의심하게 하는 패륜행위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막꿩은 암수가 함께 둥지를 만들고 알을 부화한다. 천적을 피해 물이 있는 호수로부터 10km 정도 떨어진 사막에 둥지를 튼다. 문제는 새끼가 부화하면 곧 물을 마셔야 한다. 몇 시간 안에 물을 마시지 못하면 새끼는 죽고 만다.

 

이때부터 수컷의 거룩한 비행이 시작된다. 천적들이 득실거리는 호수로 날아가 가슴털[사막꿩은 자신 몸무게 절반가량의 물을 가슴에 난 미세한 털에 담아올 수 있다.]에 물을 담아 또 다시 10km를 날아와 새끼와 암컷에게 물을 먹인다. 둥지와 호수를 오가는 사이에 천적의 먹잇감이 되는 수도 있지만, 수컷꿩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 호수와 연못에 사는 만능입-글로사미아 에이피온이라는 수컷물고기는 자신의 입안에 2~3주 동안 알을 품어 새끼가 될 때까지 키운다. 이 수컷물고기가 기특한 것을 넘어 거룩하게까지 여겨지는 것은 이렇게 알을 입안에 품는 동안 다른 수컷의 알까지 품어 기르는 경우가 있다. 수컷물고기는 새끼들이 부화하여 독립할 때까지 먹이활동을 하지 못해 새끼들을 모두 출가시킨 뒤 장렬하게 생을 마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보르네오에 살고 있는 극락조들은 그 화려한 깃털색깔로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었다. 이들의 생태활동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수컷이 암컷을 불러들여 짝짓기를 하기 위해 짝짓기 터를 온갖 노력을 기울여 조성한다. 그런다고 암컷이 순순히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시험하기 간보기 시찰하기 염탐하기, 그러다가 어찌어찌 교미가 성립된다. 그러고는 암컷은 어디론가 줄행랑을 놓는다.

 

러브버그는 물론, 사막꿩이나, 만능입, 연어류의 회귀성 생물들이 종족을 유지하려는 지혜를 보노라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제는 못된 사랑놀음으로 인간됨을 부끄럽게 하는 사람을 일컬어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질책은 거둬야 한다. 이제는 사람보다 나은 짐승이라고 바뀌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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