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구 원장 "먹고, 쉬고, 즐기는 농업을 만들자"
박동구 원장 "먹고, 쉬고, 즐기는 농업을 만들자"
  • 김주형
  • 승인 2023.06.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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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구 전북농업기술원장 특별인터뷰, 전북 농업의 길을 찾는다
- 전주시농기센터 소장으로 전북과 인연 맺은 경남출신 농업전문관
- "도시민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농촌 소멸위험 막아내"
- "농진청, 농수산대학과 시너지 효과 창출해 전북농업 변화 추구를"
박동구 농업기술원장
박동구 농업기술원장

박동구 전북농업기술원장이 36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경남 합천 출신으로 경북대학교와 경기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박동구 원장은 지난 2022년 1월 25일 제20대 전북농업기술원장으로 취임했다.

박 원장은 1987년 청도군 농촌지도소에 공직의 첫 발을 들인 후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전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장,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기술지원과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경남 출신임에도 누구보다 전북농업을 사랑한 박동구 원장이 우리 지역과 인연을 맺은 것은 농촌진흥청에서 전주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교환근무를 하면서부터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주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재직한 박 원장은 주말농장과 학교텃밭(School Farm)등 도시농업을 활성화해 자연친화적인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도시민의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 도시와 농촌이 함께 발전하는 기반 구축에 앞장섰다.

이어 그는 2019년 7월 29일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농촌지원국장으로 부임했으며 전북과 농촌진흥청, 지방과 중앙을 두루 거친 농업전문가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인정받아 20대 전라북도농업기술원장으로 임명됐다.

박동구 원장을 만나 36년간 농업전문공무원이자 전북농업의 수장으로서의 소회와  앞으로 인생2막 그리고 전북농업의 길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 전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전북농업과 인연을 맺은 특별한 이유는?

-제가 전북농업과 인연을 맺게된 계기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지방이전이 확정되고 실행에 옮겨지던 시기에 한국농업대학에 근무하고 있었을때인데요. 당시 전북농업기술원 조영철 원장님의 제의로 전주시농업기술센터에 중앙과 지방간의 인사교류(2011~2013/2년)로 오면서 전북농업과의 인연이 시작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전북에 연고가 전혀 없었습니다만, 농진청, 한국농업대학 등에서 경험하고 기획했던 농촌지도사업을 현장에서 펼쳐 보고 싶은 마음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농진청이 전북혁신도시에 이전해 오기 전에 제가 먼저 전북의 자연과 인문사회 영역을 경험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전북농업기술원장님의 제의를 받아들였고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께서 받아주시면서 인연이 시작이 된 것이죠.

△ 전주시농기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보람이나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 그당시 전주시농업기술센터는 농촌지도 인력(전체 16명)과 시설, 장비가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전북의 으뜸도시지만 농업과 농촌에 대한 재정지원은 열악한 상태였고 행정의 관심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는 느낌도 들 정도 였습니다.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전주시 여건에 맞는 도시농업육성을 위한 플랜을 기획했습니다. 제일 먼저, 농진청의 도시농업연구과제 출연금 공모에 응모해서 3년에 걸쳐 3억원의 연구비를 수주하여 지역자원을 활용한 전주시에 맞는 시민농원, 학교텃밭(스쿨팜), 도시농업을 통한 지역농업인과의 연계협력사업을 추진하면서 작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농업기술센터 단독 추진은 어려움이 있어서 전북연구원(황영모 박사),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임경수 박사), 전북지역농업연구원(배균기 박사) 등과 협력하여 세부과제를 수행하면서 변화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도시농업을 통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학생들이 만들고 가꾸고 생산한 농산물을 통해 즐거움을 체험하고 지역농업인과 학부형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지역생산 농산물을 사고팔고 그런 활동들이 도시민과 상생협력의 결과물이 생겨나 보람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전주 미나리를 보다 더 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산, 선별, 포장,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 최고품질 복숭아, 배 생산을 통한 지역농산물의 우수성을 기술적 뒷받침한 일 등의 기억들도 새록새록 납니다.

△ 전북농업기술원과 전북농업, 그리고 전북농업을 위한 농촌진흥청의 역할은?

저는 농진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기술지원과장으로 재임 중에 2019년 7월 전북농업기술원 농촌지원국장으로 보임을 받으면서 두 번째로 전북농업과의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전북의 농업생산성 1위 작물은 단연 쌀이고, 밀과 보리 등 미곡 중심이면서, 양돈, 한우, 양계(육계 및 산란계, 계란 등)의 순서입니다.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농업소득의 비중은 33%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딸기, 복숭아, 수박, 토마토, 인삼, 사과, 고추, 포도 등 품목은 다양하지만, 전북을 대표하는 으뜸 농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위 특화계수가 높은 대표 품목이 적다는 것입니다.

우리 농업을 둘러싼 환경은 농업노동력의 고령화, 승계농 등 청년 창업농 부족, 기후변화에 따른 빈번한 농업 자연재해의 발생, 각종 농자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농사 비용은 증가하고 경영수익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적 위험요소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 전북농업기술원은 시설과 노지농업의 스마트팜 기술개발 보급,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의 개발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지역별 특색농업 생산물을 활용한 가공기술을 통한 부가가치 향상 기술개발 보급, 새롭게 발생하는 농작물병해충 예찰과 방제, 작물의 연작장애를 극복 할 수 있는 토양관리 기술의 개발뿐만 아니라, 농업인 학습단체 육성과 작지만 강한농업 육성, 품목별 농업인 연구회를 통해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 왔습니다.

농촌진흥청이 전북혁신도시에 안착하면서 9년여 동안 적지 않은 직간접적인 영향력이 있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농진청에서 개발한 신기술, 신품종을 신속히 전북이 받아서 실증 및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측면에서는 유리한 점도 많았습니다.

특히, 새만금 간척지에 나리 구근(알뿌리) 생산과 경관 농업을 전북도원과 함께 실증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든지, 연구개발 기술의 실용화를 위하여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의 협력사업을 통한 가공 수출상품 개발과 상품화를 도모하는 등 상생협력을 하고 있다는 점 등 입니다.

한편으로는 전라북도에서는 농진청이라는 중앙행정기관이 소재하면서 보다 큰 낙수효과를 바라지만, 농진청 입장에서는 전북만의 지원을 위한 사업을 만들어 내기에는 어려운점 등은 상호 관점의 차이는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북은 농진청의 정책방향을 공유하면서 전북의 사업화에 적합한 연구개발과제를 함께 기획한다든지 현장실증 연구사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면서 상생협력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전북농업의 강점과 약점은?

- 전북농업은 앞에서 언급한 바처럼 농업생산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기존 농업인의 아들 딸이 부모님의 농업을 승계 해서 경영 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전북에서 창업농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보다 편리하게 농업경영을 할 수 있도록 스마트팜 기술보급 역량강화가 필요하고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농산물종합가공센터를 활용하여 우리 지역만의 특화상품을 개발하여 소득을 창출해 나갈 수 있는 민관의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우수한 가공상품들이 유통 마케팅에 노력을 기울여 수출상품에로의 도약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을 해 나간다면 전망은 밝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고령의 소농들에게도 농업경영 안정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편적 농업경영기술 개발 보급과 이분들의 영농 성공을 위한 현장 중심 교육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겠지요.

전북농업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동부권(무주, 진안, 장수, 임실, 순창, 남원 등)은 경지면적이 적고, 산간지역이 많으며, 각종 기상재해에 취약한 점 등에 대한 극복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역설적으로 이러한 자연자원을 활용한 농업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겠지요. 섬진강, 옥정호, 마이산, 지리산, 덕유산, 채계산, 용궐산 등 풍부한 자연자원을 활용한 치유농업, 경관농업, 농가맛집, 쉼과 휴식이 있는 마을상품을 개발하고 연계해서 도시민들이 전북만의 느림의 공간을 상품화하는 방안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김제, 익산, 군산 등 평야지의 경우에는 늘어나는 빈집을 활용하여 들판을 상품화 할 수 있는 마을호텔, 농촌폐교 활용 문화 체험공간화 해서 계절별 농촌문화를 마음에 담아가게 할 수 있는 먹고 보고 놀고, 계절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연계된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이 미래 농촌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민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농촌소멸 위험은 점점 가속화 될 것입니다.

농촌환경, 계절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과 먹거리, 인정과 향수를 달래며 다시 찾아와 쉬어가고 싶은 공간으로의 변화는 지금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박동구 전북농업기술원장이 농진청장에게 업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북농기원 제공
박동구 전북농업기술원장이 농진청장에게 업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북농기원 제공

△ 농업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전북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에서 언급했지만 고령농업인의 경영안정, 승계농을 포함한 청년농업인의 유입은 농촌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본요소가 될 것입니다. 농촌의 일손부족, 아기 울음소리 없는 마을공동체, 자연환경을 헤치는 곳곳에 산재한 축사, 축산냄새 등이 사람을 지역으로 찾아오지 못하게 하는 불편한 진실일 것입니다.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도시민들이 깨끗한 농촌에서 편하게 쉬고, 먹고, 경관을 보고 즐길 수 있는 농촌공간 재구조화를 통한 농가소득 창출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도시농업, 치유농업, 원예치료, 경관농업을 통해 도시와 농촌이 같은 공동체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노력이 더욱 필요 하다고 봅니다.

물론, 농업경영을 하는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보다 편리하게 농업활동을 하고 수익창출에도 걱정이 없는 전북농업이 될 수 있도록 스마트농업, 수출농업, 특색농업, 가공상품화를 통한 부가가치 향상 기술개발과 유통 마케팅에 더 많은 관심과 민관의 노력이 더해 나가야 할 영역이기도 하지요.

△ 최근 도시농업과 치유농업, 귀농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은

-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 중장년, 노인들이 급변하는 사회현상의 변화에 적응하고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다기능 사회를 통해 각종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우리는 뉴스를 통해 접하곤 하지요.

농작물 또는 식물을 심고 가꾸면서 생명이 숨쉬고 자라나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은 정서적 안정감을 찾곤 합니다.  더욱이 내가 직접 참여함으로서 느끼는 만족감은 배가 됩니다.  도시의 작은 공간에서도 흙을 만지고 식물을 관찰하고 성장한 채소를 뜯어서 나눠먹는 즐거움은 말할 수 없는것입니다. 그러면서 농부의 어려움도 공감하게 됩니다. 그것이 도시농업이라고 할 것입니다. 선도 지도자가 리더를 하고 안내를 해 준다면 좋은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노인층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인터넷 게임에 빠져 현실도피의 시간을 보내면서 인간 내면의 정신세계가 피폐하고 비정상의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례도 점점 더 빈발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원예치유, 동물교감치유, 곤충치유, 숲치유, 명상치유 등 농업적 활동을 통한 자아존중감 회복을 도와주는 치유 농업은 더욱 각광 받는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아직 초기이기는 하지만 선진외국의 경우 이미 의학적 접근에 필수영역이 되고 있습니다.

귀농은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 할 지라도 자연자원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농촌을 찾는 귀촌은 지금의 추세보다 더 늘어날 것입니다.

△ 이제 공로연수가 마무리되면 36년을 몸담으셨던 공직을 떠나서 이제 인생의 2막이 시작됩니다. 전주혁신도시에 계속 거주하면서 지역을 위해 봉사 하실거라고 들었습니다.  구체적 계획은?

- 저는 짧지 않은 공직생활을 전북농업기술원장으로 마감합니다. 그동안 농업과 농촌에서 농업인과 농촌청소년들과 함께하면서 나름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 작은 노력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부족한 역량, 좀 더 많은 성과를 내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 것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농업과 농촌, 농업인과들과 함께한 시간은 저의 일생에 소중한 기억으로 새겨질 것입니다.

앞으로 저는 전주에 터전을 잡고 지역사회에서 봉사도 하고 저의 작은 경험이 필요한 곳에 지원하고 도우면서 살 계획입니다. 물론 저도 많은 도움을 받겠지만 지역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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