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원한다”
“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원한다”
  • 김규원
  • 승인 2023.06.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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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수상詩想隨想 - 22

 

 

동네쌈지공원을 맨발로 접신하는데

느닷없이 아닌 일상처럼

푸른 음악이 흘러넘치는 게 아닌가

 

발신인이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느라

새들은 주요3화음만으로

주기도문 외워대기 바쁘기만 한데

 

먼 데 먹구름 몰고 오는 바람 맞아

벼락 맞을 죽비竹篦 한 자락에

흔들리는 나뭇잎마다 불립문자더라

 

-졸시녹음천국 -내 서정의 기울기 13전문

 

 

도날드 월쉬의 책신과 나눈 대화에 보면 신[여호와]에 대한 다양한 풀이를 하고 있다. 그의 설명이 매우 설득력이 있어 신이 나와 그리 멀지 않는 듯이 여겨진다. 이를테면 여호와라는 말을 풀어내면 지금 여기 있는 자라고 한다. 신은 아주 오래 전 있었던 자가 아니고, 나와는 멀리 떨어져 하늘에 있는 것도 아닌, 지금 여기 나와 함께 있는 자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신이 그러해야지, 수 천 년 전에 있었거나, 현실과 너무 멀리 떨어져 하늘에만 있는 신이라면 어떻게 인간의 삶 일거수일투족에 간여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여호와는 지금 여기 나와 함께 있어야 신성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신[여호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했다. 신은 거룩하고 영험해서 인간 따위와는 다른 차원의 것을 원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이 인간의 삶을 옭죄는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의아하게 생각할 때도 있어 이 말이 참신하게 들렸다. 다행히 신[여호와]도 인간이 바라는 것을 바라고, 인간이 원하는 세계를 원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한 그림, 즐거움이 넘치는 실감, 그리고 평화로운 세계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행복이나 즐거움이나 평화는 원한다고 쉽게 이룰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인간이 바라는 이런 요소들을 신의 능력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반드시 불행의 그림자에 눌려 지낼 때 행복을 원하게 되고, 괴로움에 처해 있을 때 즐거움을 바라게 된다. 평화라고 해서 그냥 오지 않는다. 다툼[전쟁]이 없는 인간 세상을 원하는 것은 차라리 생명수가 넘치는 사막을 원하는 만큼 난감하다.

 

그래서 신도 인간처럼 불행은 싫지만 쉽게 이룰 수 없어 행복을 원하며, 신도 인간처럼 즐겁게 살고 싶지만, 고통의 그늘을 피할 수 없어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신이 인간 세계에 전쟁[다툼]을 없앨 수만 있다면 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지 못하겠는가. 인간들의 소망처럼 그저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인간과 더불어 살아갈 뿐이라는 것이다. 신이 천국[하늘나라]에만 살 수 없는 요인이기도 하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생리작용에서 발생하지만, 환경오염, 과도한 대기오염, 술과 담배 등 유해 물질의 과다한 흡입 등이 그 요인이 되기도 한다. 활성산소가 과다하면 노화를 촉진하고, 암 등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활성산소를 적절하게 제어하는 방법으로 맨발 걷기가 권장되는 추세다.

 

맨발로 걸으면 땅의 음이온에 접속하여 활성산소를 제어[방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맨발 걷기를 통해서 무슨 암이 치료되었다고도 하고, 누구는 맨발 걷기를 몇 년 하면서 만성병이 다 나았다고 한다. 이 분야의 선구적인 업적을 밝힌 책맨발로 걸어라(박동창. 국일미디어. 2022)에 보면 이런 실증 사례들은 물론 접지earthing의 이론체계, 맨발로 걷는 방법, 그리고 접지가 다섯 가지 천연 치유제라는 설명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오월에 시작하여 유월로 넘어가면서 맨발 걷기를 했다. 안성맞춤으로 우리 집 가까운 동네 쌈지공원에 알맞은 산책길이 있어 맨발로 걸었다. 아직 이 운동의 효과에 대해서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점심 후의 자투리 휴식 시간이면 홀로 걷는 경우가 많았다연두가 어느새 초록으로, 초록이 짙은 녹음 천국을 이루고 있는 동네 쌈지공원을 맨발로 걸으며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으로 ‘Kong(KBS클래식FM음악방송)을 열어 두고 음악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맨발로 걷기보다는 환경이 주는 영향에 넋을 잃었다. 녹음 짙은 푸른 숲이 주는 녹색의 평화로움, 이따금 새들이 지저귀며 나무 위를 날아다니는 음향의 아름다움, 이따금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일렁이는 푸른 잎이 보여주는 즐거움에 도취되곤 하였다.

 

이럴 때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 천국이 있다면 바로 지금 여기이겠구나!’ 이 말을 엿듣기라도 했다는 듯, 때아닌 봄비를 예보하듯, 바람자락이 휘몰아치며 철 이른 강우가 쏟아지는 것이다. 천국 타령하는 나의 혼잣말이 무슨 망발이냐는 듯, 멀리서 천둥[遠雷]가 울리기도 했다. 그리고는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것이 아닌가. 내 복에 무슨 천국이란 말인가. 그래도 녹음 천국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 비를 온몸으로 견디며 세상 천지에 행복과 즐거움과 평화의 파노라마를 펼쳐내고 있었다.

 

세계는 날마다 전쟁으로 지새우는데, 어디서 천국 타령을 한단 말인가. 살기 힘든 사람들을 더욱 살기 힘들게 한다며 나라 안 사람들은 투쟁으로 지새우는데, 어디서 천국 타령을 한단 말인가. 즐거움의 끝에 괴로움이, 괴로움의 끝에 즐거움이 있을 뿐이거늘 어디서 천국 타령을 하느냐고, 내 어깨를 강한 죽비竹篦가 내려치는 듯했다그러고 보니, 눈앞에 펼쳐진 나뭇잎들이 우둔한 자에게 말하는 듯하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니라. 진실은 묘유 하느니라. 진공묘유眞空妙有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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