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내려놓고 정신들 차리자
허세 내려놓고 정신들 차리자
  • 김규원
  • 승인 2023.06.1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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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6월 중순을 넘어서려는 18, 오늘은 전주시 기온이 32, 내일은 34라고 예보돼 있다.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이지만 아직 바람기가 있어 햇볕만 피하면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그런데, 무더워지는 기온이 무색하게 마음을 긁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이 세계 고가 브랜드 시장에서 1인당 지출액이 세계 1위라고 집계되었다. 보통 3억 원 이상이라는 벤틀리가 775대 팔려 아시아 시장에서 최다를 기록했고, 마세라티의 5억 이상 차도 완판되었다고 한다.

벤츠는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외제차로 한국 지사장을 거쳐야 벤츠의 임원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거리에서 보면 운행 차량의 1/3은 외제차인 듯하다. 신혼부부 대부분이 첫차로 외제 차를 선호하고 능력에 겨운 명품 차를 구매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세계의 명품회사들이 다투어 한국에 지사를 낼 만큼 성업 중이고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라고 한다. 집집마다 명품 가방 하나쯤은 갖고 있고 옷도 한 벌에 천여만 원인 명품을 입어야 행세한다.

이런 허세 소비를 기회로 이용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에서만 비싼 값으로 판매하면서 잇따라 가격을 올리고 있다. 가격을 올리면 구매가 줄어야 하는데 비쌀수록 더 잘 팔리니 자꾸만 가격을 올리게 된다.

최근에 프랑스의 에르메스는 제품 가격을 10%, 장신구는 20% 인상하고 프라다도 10%를 올렸고 다른 제품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해 여러 차례 가격을 올린 샤넬과 프라다 등의 가방은 715만 원에서 1,316만 원으로 85%나 올렸지만, 새 상품이 나오면 밤새워 줄을 서서 충성스럽게 사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방 업체들은 한국에서만 비싼 가격을 매겨 판매한다. 거기다 판매하는 업체가 배짱 장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반 매점처럼 여러 개의 가방을 내놓고 고르는 게 아니라 딱 한 개만 보여주고 손님의 주제를 살펴가며 이 아닌 의 위치에서 문건을 판다고 한다.

한꺼번에 많은 수량을 팔지 않고 그날 수량이 매진되면 줄 서서 기다린 손님을 돌려보내는 한정 수량 판매로 재미를 보기도 한다. 다음 날이나 며칠 후에 다시 한정 수량 판매 소문을 내면 구름처럼 몰려와 자동차 한 대값을 주고 가방 하나를 받아 간다.

이렇게 소비한 명품값이 지난해 168억 달러(215,000억 원)에 이른다. 명품들은 국내에서 만들지 않은 것이어서 그 돈은 모두 외국으로 나가는 돈이다. 한국인의 허세를 이용한 세계의 명품 상술이 국내에 또 다른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전 세계에서 4번 째로 구찌 레스토랑이 지난 3월에 오픈했는데 온라인 사전 한 달 치 예약이 20분 만에 끝났다고 한다. ‘디올카페는 커피 한 잔에 19,000원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이고 저마다 인증샷을 SNS에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가방, 장신구 등을 파는 에르메스도 카페를 열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카페를 운영 중인데 커피와 디저트를 포함하여 1인당 4만 원 전후 가격인데도 가성비가 좋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명품 브랜드 이름을 내건 카페가 곳곳에 문을 열면서 그렇지 않아도 골목마다 있던 카페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왕이면 명품 브랜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인증샷도 올리는 효과를 내는 MZ세대의 취향 때문이다.

이런 허세 소비가 해외 브랜드의 배를 채워주면서 그들은 또 비싼 명품만이 아닌 저가 상품을 내놓으며 비싸서 못 사던 사람들마저 허세 소비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같은 종류의 상품보다는 턱없이 비싼 제품이지만, 브랜드 이미지로 홀리는 방법이다.

또 다른 문화에 대한 해외 언론의 비꼬는 기사가 나왔다. 1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결혼식 전 비싼 장애물 : 4,500달러짜리 청혼이라는 기사를 실어 한국의 청혼 문화를 비꼬았다. 숙박비 하루 100만 원 이상인 호텔에서 명품 가방과 장신구 등을 선물하며 청혼하는 한국인의 이야기다.

오성급 호텔에서 결혼해줘(Marry me)’라고 적힌 풍선을 달아 세우고 명품 가방과 보석 등을 선물하며 청혼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적게 잡아도 400만 원이라고 한다. 호텔 측은 청혼 패키지를 제공하는데 꽃장식과 샴페인까지 제공된다고 한다.

여성들은 호텔 프러포즈를 SNS에 사진과 동영상까지 올리면서 자랑한다. 이런 문화가 호텔 영업 수단으로 확산되었는 지는 알수 없으나, 젊은 여성들은 남들이 받는 걸 나만 못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출산율 세계 꼴찌의 나라에서 청혼하는 데만 몇백만 원이 들고 약혼식, 결혼식에 집 장만까지 생각하니 결혼이 더욱 어려워지고 포기자가 자꾸만 늘어가는 것이다. 일부 젊은이들은 검소하게 야외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알뜰한 사정을 꾸리기도 한다.

뿐만아니라, 코로나19가 풀리면서 급증하는 해외여행도 문제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카드 해외사용 실적이 46억 달러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에만 4979,000명이 출국하여 작년 대비 55.2%가 증가했다.

이런 소비증가 형태는 일본의 버블 경제 시점의 소비 패턴보다 더 심한 상태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환율인상과 물가고 속에서 규모 있게 살림해도 어려워질 형편인데 남들이 한다고 마구 따라가는 소비와 외화 낭비는 결국 심각한 경제위기로 돌아온다.

나라 정치는 대통령의 즉흥 정책 남발로 갈피를 못 잡고, 국민은 허세 소비에 정신이 팔려 허우적거리는 오늘이다. 어렵게 이룬 한국경제가 교묘한 외래 명품 소비 유혹과 오늘 살고 내일 죽을 것처럼 마구 퍼 써버리는 흔전만전 소비에 넘어지기 전에 정신들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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