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이 넘치는 전북인으로
정(情)이 넘치는 전북인으로
  • 김규원
  • 승인 2023.02.02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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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전라북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실적이 전국의 모든 지자체 위에 우뚝 섰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우리 전북은 가난한 지역이지만, 모금 실적은 최상위였다. 어떤 뉴스보다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사설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누는 마음,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 쓰겠다는 생각, 연말연시에 어려운 이들을 기억하여 배려하는 마음은 공생(共生), 함께 살아가자는 뜻이다. 남아서 베푸는 마음이 아니고 우리 함께 세상을 견디며 가자는 울력이다.

우리 전북은 모금 목표액 845,000만 원을 설정하고 119억 원을 모금하여 140.8% 달성했다. 전국 최고의 실적이다. 전국 실적 110.0%를 훨씬 넘었고 2위 세종시의 133.2%, 3120.0% 인천에 훨씬 앞서는 기록이다.

부자들이 사는 울산, 대구, 경기도 등 지역들은 가까스로 목표액을 넘기는 수준이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기업들이 위축된 탓이라고 하지만, 나눔은 먹고 남아서 내는 사람들에게서는 거의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은 웬만큼 남아도 남과 나누지 않는다.

우리 전북의 자랑이고 전주시의 자랑인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7,500만 원을 내놨다. 그분이 보내온 돈을 보면 남아서 뭉텅 잘라 내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연말 성금을 내기 위해 힘들여 저축한 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임실 삼계 익명의 독지가도 자기가 쓸 돈을 아끼고 모아서 보내는 돈일 것이다. 주변에서 구두쇠 소리를 들어가며 자신을 위해 옷 한 벌 제대로 사지 못하는 그런 이들이 이웃을 위해 그런 큰돈을 선뜻 내놓는 마음은 평범한 생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전북인의 심성에는 그런 유전자가 흐른다. 내가 이렇게 어려운데 다른 이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걱정하는 마음이 핏속에 흐르기에 내가 끼니로 먹을 양식을 나누어 이웃과 함께 살아가자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밥을 지을 때, 혹시라도 배고픈 이가 밥을 청하면 나눠 먹기 위해 조금 더 지어 아랫목에 묻어두는 아름다운 마음을 물려받은 우리 전북인이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옛말에 기대하여 좋은 뒤끝을 보겠다는 욕심도 아니다.

춥고 어려운 시기이니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이웃과 함께 가겠다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다. 예년보다 어려워 다른 지역에서는 성금이 나오지 않는데 전북은 반대로 더 많이 나누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남도 사람들이 전북인들을 양반이라고 높여온 이유가 바로 이런 데서 차이를 느껴서 일 것이다.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지를 생각하는 이들이니 양반이라고 대접한 것이다.

나 먹기도 부족한데 어떻게 남에게 내가 먹을 것을 나누어 줄 수 있는지는 전북인들만 아는 높은 경지였다. 그런 전북인인 것을 자랑스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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