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 김규원
  • 승인 2022.10.31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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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까운 젊은이들 154명이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짐승의 세계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21세기 문명국에서 일어났다. 좁은 골목에 10만이 넘는 인파가 몰려도 134명이 배치되어 있었다는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고 현장에 있었던 이들이 증언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인파가 몰리면 그 안전은 경찰과 행정관서가 보장해야 한다. 그 많은 인파가 걷기도 힘들게 몰리는 현장에서 길을 트거나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활동하는 경찰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면 이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경찰이 있었는데 그 상황을 보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라고 지적할 수 있다. 31일 흘러나오는 정보는 경찰이 현장 CCTV를 종합하여 재구성하면서 밀어라고 선동한 토끼머리띠를 한 청년을 찾는다고 했다.

이 참혹한 사태의 책임을 현장에 있던 누구에게 씌우겠다는 계산이 아니라면 누군가를 찾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그 위험한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도 대비하지도 않은 정부 당국에 모든 핵임이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정부나 소관 자치단체, 경찰이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엉뚱한 대상을 지목하여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이는 악습이 있다. 덤터기를 씌울 대상을 찾기보다는 희생자들이 장례라도 편하게 치르도록 필요한 검안서 등 법적 조치를 돕는 일이 우선이다.

물론 누군가 악의적으로 몰린 인파를 선동하여 사고를 일으키려 했다면 찾아서 조사를 해야 할 터이지만, 사건의 전개를 보면 인파 속에서 자연발생적인 사고인 듯하다. 목격자들의 증언과 사건의 흐름을 종합하면 누군가 일부러 사건을 일으킨 건 아니라고 본다.

용산구에는 대통령실이 있고 토요일이어서 서울 도심 곳곳에서 시위가 발생하여 경찰력이 숫자만 배치되어 있었을 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평상시라면 그정도 인파에 경찰이 가만히 불구경하듯 좌시하지 않았을 터이다.

행안부 이상민 장관이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광화문 시위로 경찰 추가 투입이 어려웠다라는 말은 정말 한심하다. 국민을 지키는 일보다 정권을 지키는 일에 경찰을 투입하는 게 우선이라는 그의 말이 이 사태를 한마디로 설명한 셈이다.

그렇게 우려할 정도의 인파가 아니었다면 누군가 고의로 만들어낸 사고라는 말인가? 그는 스스로 국민을 지켜야 할 경찰이 정권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도록 지휘한 것이라고 자백했다. 공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권력이기에 공권력이라고 한다.

공권력이 스스로 국민을 지키는 일을 포기하거나 등한시하여 오늘의 사태를 만들었다면 그 지휘자인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아까운 젊은 생목숨들이 사람살려요라고 절규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아프다.

다시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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