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도의회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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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21.03.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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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의회가 지난 19일 권혁남 전북연구원장 후보 인사청문회를 열고 전문성과 경험부족 등을 지적하며 지역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지를 문제 삼았었다. 청문회 부위원장인 김이재(전주4) 의원은 "전북연구원은 전북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는 싱크탱크"라면서 "정통 언론학자인 후보자가 비전공 분야의 연구에 적합한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용근 의원(장수)"지난 2005년 전북연구원이 출범한 이후 역대원장의 주요 약력을 보면 기획예산처 실장, 조달청장 등 중앙부처 요직 경험이 풍부하지만, 이번 후보자는 교수 이외의 이렇다 할 경험이 없다"라고 지적하고 "또한 전공의 경우에도 언론학이어서 후보자가 임용된다면, 전북이 장기간 마주하고 있는 경기침체 등 지역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진형석 의원(비례)"그동안 전북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단체장의 추진정책과 다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종속기관으로 전락했다면서 전북연구원이 외부요인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된 연구기관으로 존재하기 위한 후보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권혁남 후보자에 대한 도의회 청문 결과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양상으로 흘렀다. 상당수 의원들이 우려를 표하고 후보자가 전북연구원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양상이었다. 지역 언론도 권 후보자의 경험부족과 의회의 지적을 보도하여 적임자가 아니라는 의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런데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청문결과 경과보고서에는 후보자가 오랜 기간 교육자로서 큰 과오 없이 성실히 근무한 점과 도덕성과 윤리성에 별다른 흠결이 없는 점, 전북연구원장 후보로서 기관에 대한 애정과 외부요인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된 연구기관으로서 연구원을 운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채택하였다.

19일의 분위기와 전혀 다른 내용으로 청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주말 사이에 도의회가 열렸던 것도 아니고, 갑자기 우호적인 분위가로 돌아선 까닭이 무엇인지 퍽 궁금하다. 주말을 지나는 동안 의원들의 마음을 변하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청문회 경과를 보도한 기자만 헛소리를 한 셈이 되었다.

이처럼 얼굴을 바꿀 셈이면 처음부터 전북도가 선정한 인물이니 무조건 동의하자고 말하는 편이 도민들의 눈에도 생소하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몇 번의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자질이 어떻고 전문성이 어떻고 말이 나오다가 정작 청문보고서 채택에서는 좋다로 돌아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민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저 도의회의 권위를 위해 한껏 폼을 잡아 후보자를 겁주고 슬그머니 풀어지는 것인지 도대체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이런 청문이라면 하지 않는 게 낫다. 그러잖아도 무용론이 나오는 청문절차이다. 도의원들의 콧대 높이기를 위해 청문회를 유지하는 건 낭비다. 이런 꼴을 보느니 그냥 전북도가 알아서 하게 두는 게 마음 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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