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러운 한 주일
껄끄러운 한 주일
  • 전주일보
  • 승인 2020.06.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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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6월이 열려 본격 여름으로 들어선 첫 주일이었다. 초미의 관심사인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 두기는 아무래도 실패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점차 신규 확진자가 늘어 정부의 유지목표인 1,000개 병상 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6일 아침 신규 확진자 수가 51명으로 다시 50명 선을 넘었다.

활동성 높은 젊은이들이 욕구분출을 위해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고, 허황한 꼬임에 빠진 종교집회와 방문판매 활동 등 집단 활동을 자제하지 않은 무개념 행동이 원인이다. 다행스럽게 우리 전북에서는 새로운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으로 위안 삼기에는 현재 상황이 불안하다. 금세 어디서 모르던 무엇이 터질 듯싶은 일요일 오후다. 지난 주일은 여기저기 껄끄러운 일들이 많았다.

5일은 절기로 망종(芒種), 보리를 베고 모를 심는 시기이고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유난히 더울 거라는 올여름 기온 전망에 벌써 겁먹어 에어컨을 돌려 성능 점검도 했다. 기상전망이 아니어도 더위가 시작부터 맹위를 떨치는 느낌이어서 조금은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숱하게 겪어 본 여름인데 조금 덥다 해도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시작부터 꼬인 국회

 

5일 국회가 개원했다. 법정기일을 지켜 개원은 했지만, 통합당 의원들이 국회의장 선출을 거부하고 퇴장하여 193명으로 2/3짜리 개원이었다. 통합당은 여전히 국회 법사위와 예결위원장을 자당에서 차지해야 한다고 버티는 모양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그들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37%의 법안 처리율을 보인 것이 총선 참패의 이유 가운데 하나였음을 알 터인데도 막무가내로 생떼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177석을 준 국민의 여망이 야당 협조 없이도 일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준 것이라며 통합당에 중요 상임위를 맡기지 않을 심산이다. 이게 문제다. 법사위를 양보하여 지난날처럼 다시 휘둘린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구 몰아붙이는 일방통행도 곤란하다. 박병석 의장이 8일까지 중재 수완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국민을 지키고 승리해야 우리가 세계의 새로운 질서에서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려면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바르게 이해하고 수행해야 한다. 야당의 발목잡기 놀이에 휘둘리는 국회를 이제 다시 되풀이할 수 없다. 법도 고쳐서 일하지 않는 의원은 세비를 깎고 주민이 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제발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기 바란다.

그렇다고 소수를 무시하고 일방통행을 거듭하라는 주문은 아니다. 소수의 의견이라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다면 당연히 수용하고 포용해야 한다. 이번 국회 원 구성 문제도 양보와 타협으로 통합당을 동참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 공전의 빌미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통합당이 지난 국회에서 보인 태도가 옳았다면 국민이 민주당에 177석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관행을 들먹이며 법사위원장을 달라고 버티는 그들의 태도는 아직도 국민을 우습게보기 때문이다. 잘못을 반성한다느니, 달라진다느니 하는 말은 그저 총선 참패를 호도하는 수사였다는 말인가? 반성한다면 겸허히 현실을 받아들여 국민의 눈에 들도록 노력하는 게 바른 태도일 것이다. 지금 버티기로는 국민의 눈 밖에 나는 일뿐이다.

 

현충(顯忠)을 잊은 현충일

 

현충일이던 6, 코로나-19에 정부 행사가 단출하게 치러지고 지역 행사도 어물쩍 지나갔다. 관심 가진 유족들만 묘역을 참배하는 정도였다. 시민들은 조기도 걸지 않고 주말의 하루를 그저 지나친 듯하다. 나라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버린 이들,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음을 알면서도 6일 하루, 단 일 분도 생각하지 않는 이름만 현충일이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일하다가 희생된 이들의 거룩한 뜻을 기리고 본받겠다는 뜻으로 제정된 현충일이지만, 유족이나 특별히 행사에 참석하는 이들 밖에는 기억조차 하지 않는 날이다. 현충원과 곳곳에 있는 국립묘지에서 유족이나 그분들의 뜻을 기리는 이들이 참배하고 헌화하는 모습이 화면에 노출되고 신문 지면에 실리는 일도 그날 한 번 뿐이다. 우리는 늘 그 희생을 잊고 산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현충원이나 각 지역의 국립묘지에 절대로 묻힐 수 없는 자들이 버젓이 누워 흠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일본 강점기에 일본군이나 만주군에 들어가 우리 독립투사들을 죽이고 잡아간 자들이 군정을 거쳐 대한민국 장교, 장성으로 둔갑해 지내다가 한국전쟁 때 공을 세웠다고 현충원 등 국립묘지에 누워있다는 것이다.

이응준, 이종춘, 정일권, 김창룡, 백선엽 등 숱한 일본군과 만주군 장교들과 상당수 친일 인물들이 박정희 정권 때 정부 요직에 있었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묘역에 묻혀 있다. 그들을 국가유공자 묘역에서 들어내기 위한 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올랐지만, 번번이 처리하지 않다가 폐기됐다. 박정희를 비롯한 친일파의 유해는 국가유공자 묘역에서 파내야 한다. 그런 자들이 버젓이 나라의 유택을 차지하고 있으니 세상이 시끄럽다.

독립운동에 몸 바친 항일투사들은 국립묘지가 아닌 여기저기 공원에 흩어져 모셔 있거나, 생가와 형식적인 기념공원 등도 피폐해 볼썽사납게 방치되어 있다. 지난 3일자 본지 1면의 카메라고발처럼 부안군 부안읍 신운리의 항일투사 백정기 의사의 생가에 조성된 조형물 가운데 짚으로 이엉을 덮은 구조물은 이엉이 썩어 내려앉았고 심어놓은 나무는 말라 죽어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세상이 변해서 가장 다급한 일이 세상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이라면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이들을 챙기는 일이야말로 근본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기회주의자와 가짜 공적으로 세상을 속인 자들, 그들의 후손이 떵떵거리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나라의 정기가 바로 선다. 부끄러운 시대를 정리해야 새 시대가 탄탄대로를 타고 흐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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