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늘 만만한 지역인가?
왜 우리는 늘 만만한 지역인가?
  • 전주일보
  • 승인 2020.05.10 1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순창군 금과면에 전남지역의 폐기물 처리업체가 이전해올 목적으로 군청에 허가신청을 했다는 본지 57일자 11면 보도가 있었다. 전남지역에서 폐기물 처리 운반업을 운영하던 업체가 순창군에 토지를 매입하여 `폐기물수집 운반처리업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순창군 금과면의 이장과 각급 기관장이 모여 사업 허가를 저지하기위한 논의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지난 20191월에 광주의 한 업체가 임실군 신덕면에 토양오염물 처리시설을 하기위해 사업장을 설치하고 광주시의 허가로 전북에서 사업을 진행하다가 여론에 쫓겨 떠났던 일이 생각났다. 당시 해당 업체는 토양오염물 처리업 허가를 광주에서 받아 전북 임실에서 사업장을 운영할 수 있던 법적 맹점을 이용하여 대구 등지의 토양오염물 처리시설을 임실에서 운영했다.

금과면에 허가를 신청한 폐기물 처리 운반업체와는 약간 차이는 있이만, 전남지역의 업체가 전북에 폐기물을 들여와 처리하려는 내용은 상당부분 유사한 점이 있다. 다만, 이 사업의 허가주체가 순창군이라는 점에서 다소 안심은 되지만, 법률적인 문제만을 검토한다면 허가가 가능하기에 신청서를 냈으리라는 짐작을 하면서 불쾌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어도 외지의 폐기물이 도내에 들어오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 전북은 타지역의 공업화와 지역 경제발전에서 철저히 외면을 당하면서 농업중심지역이라는 이름으로 낙후를 천형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발전은 되지 않았지만, 토양과 공기오염은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군산지역에 환경부의 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서는 등 출처를 모르는 폐기물이 늘어가고 공기오염의 주범인 화력발전소가 거듭 세워져 지역오염이 가중되고 있다. 군산뿐만 아니라 완주군에도 폐기물 처리장이 운영되는 등 타 지역의 산업화 찌꺼기가 전북에서 처리되는 등 전북은 꿀은 못 먹고 벌만 쏘이는측은한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

 

그저 후미진 뒷골목 같은 전북

 

기왕에 전북이 농업 중심지라는 이름표를 달았으면 중심지답게 공기가 맑고 토양도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 경제점유율이 낮고 공장이 많지 않아도 좋으니 좋은 공기와 깨끗한 토양이라도 지켜야 할 게 아닌가? 미세먼지 측정 결과는 늘 수도권과 함께 전북 군산 인근 지역이 최악이다. 유해 화학공장과 폐기물 처리장만 남고 현대조선과 쉐보레 자동차 공장도 군산을 떠났다. 선거 때마다 공장들을 돌아오게 한다고 공약하지만, 그게 빈 공약(空約)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지난 8일 기초과학과 첨단 소재 연구에 필수적 시설이라는 방사광 가속기 유치 경쟁에서 전남 나주와 청주시가 경쟁을 벌여 청주시로 낙착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나주시는 호남지역이라는 이름을 앞세웠지만, 수도권에 가까운 청주에 밀렸다. 1조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5조원의 종합투자가 이루어지고 10만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사업에 전북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우리가 삼락농정에 심취해 있는 동안에 다른 지역에서는 거대한 국책사업의 샅바를 먼저 잡기위해 뛰고 있었다. 이번에 겨우 탄소법 개정이 이루어지자 플래카드를 걸어가며 요란을 떨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전북은 탄소산업진흥원 정도에 머물 것이고 정작 탄소가 돈이 되는 시점에 이르면 그 과실은 관련 공장과 소비처가 많은 지역에 내주고 말 것이다.

우리가 몇 푼 안 되는 국가예산을 얻었다고 환호하는 사이에 타 지역에서는 대형 국책사업을 가져가거나, 실속 있는 정부지원을 얻어간다. 50년 동안 전북을 농업중심 지역으로 발전시킨다고 해왔지만, 아직도 전북은 쌀농사나 짓고 어설픈 초보 하우스 농업에 매달려 있다. 경남 김해지역이나 남부 지역의 하우스 농업을 가보면 전북보다 몇 해 앞서있다. 비닐하우스의 구조부터 다르다. 그래도 삼락농정이라니 할 말이 없다.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산다.

 

낙후라는 이름표를 달고 50년을 보냈다. 군사독재에 눌려 눈도 흘기지 못하고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며 밥이나 굶지 않으면 잘 사는 것이라고 위안 삼던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나라경제가 휘청거리는 때이기는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해 우리 몫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아직도 나라의 중요 포스트에 독재의 후예들이 가득하여 중요사업을 그들에 유리하게 계획하고 시행한다. 우리가 낙후와 가난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들의 손에서 나라의 모든 일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추진하여 달성하기위한 TF가 구성되어야 하고 우물 안에서 벗어나 제대로 다른 지역을 배우기도 해야 한다. 방사광 가속기 사업처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사업을 발굴하고 밀어붙이는 추진체가 필요하다. 오랜 공직생활에서 굳어버린 생각보다는 젊고 참신한 창의력을 발휘할 사람이 주체가 되어야 전북이 바뀔 수 있다.

아직도 도민과 시민을 다스린다고 생각하는 단체장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도민과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충직하고 참신한 머리를 가진 봉사자가 나서야 할 때다.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주인의 눈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 그저 개미 쳇바퀴 돌 듯 그 자리를 맴도는 공직자에게 우리의 내일을 맡길 수 없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답답한 행정가들의 손에 전북을 맡겼다. 적당히 공무원들을 주무르고 어르고 달래가며 자신의 안위만을 살피는 행정에 전북이 멍들었다. 그래서 만만한 지역이 되어 걸핏하면 폐기물이나 오염물질 처리시설이 전북으로 들어오려는 것이다. 활기차고 미래를 향하여 가는 전북이었다면 그들이 감히 발붙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