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패스 통행 시간 제한으로 수달 보호하자.
언더패스 통행 시간 제한으로 수달 보호하자.
  • 전주일보
  • 승인 2019.12.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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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천 수달은 시민의 자랑이다. 전주천과 삼천에 멸종위기 1급 보호동물인 수달이 사는 건 시민들이 하천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두 하천에 놓인 교량 밑으로 언더패스가 설치되어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였으나 가끔 수달이 언더패스에 들어와 자동차에 치이는 사고가 난다. 전주시는 수달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달이 언더패스에 들어갈 수 없도록 철책시설을 마련하고 언더패스 통과 차량에 서행하도록 안내판을 붙이는 등 대책을 펴 왔다.

그런데도 지난 20일 수달 한 마리가 삼천지역 언더패스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었다. 경찰과 환경단체의 조사결과 사망한 수달은 인근 100여 미터 거리의 우수관을 통해 도로에 들어왔다가 언더패스에서 나가지 못하고 차에 치인 것으로 추정됐다. 오수관에 수달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조치하면 비가 많이 왔을 때 물이 쉽게 나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그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야행성 동물인 수달은 행동반경이 넓은 관계로 늦은 밤에 주변을 돌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하거나 짝을 차는 등 주변을 배회한다. 늦은 밤에 차량 운행이 뜸한 시간에 수달이 언더패스에 들어와 차에 치인다면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11시 정도 이후에는 수달이 사는 지역의 언더패스 통행을 막으면 된다.

언더패스를 설치한 이유는 교량 근처에서 차량 운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이다. 그러나 늦은 시간에는 차량운행이 줄어 굳이 언더패스를 활용하지 않아도 교통 흐름에 큰 어려움이 없다. 일정 시간이 되면 언더패스 앞에 차단기를 내려서 차량통행을 막는 시설을 하면 수달이 치여 죽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늦은 밤에도 언더패스를 통과하면 교통 흐름이 더 원활하므로 교통 통제는 안 된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횡포에 의해 점차 개체가 줄어 1급 보호동물이 된 수달을 보호하는 일은 늦은 밤 1~2분 빨리 목적지에 가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 우리와 함께 살던 동물 한 종이 사라지는 건 지구 환경이 그만큼 나빠지는 일이고, 동물의 먹이사슬에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다.

자꾸만 줄어가는 우리 주변의 생명체 균형이 깨어져 질서를 잃으면 결국 지구의 생태계가 변화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아주 작은 결핍이 생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 정도를 파악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한다.

전주천과 삼천의 수달이 돌아와 물고기를 잡으며 헤엄치는 걸 보고 자란 아이들의 기억 속에 귀여운 수달의 추억이 심어지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의 환경을 위해, 후손들에게 깨끗한 생태계를 물려주기 위해 참는 아량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주시는 서둘러 언더패스 통행 시간을 제한할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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