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략적 요충지, 홍콩
우리나라 전략적 요충지, 홍콩
  • 전주일보
  • 승인 2019.09.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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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본부장
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시위가 시작 된지 100일이 넘어섰지만 홍콩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이달 초 홍콩 정부가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와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등을 요구하며 강경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시위 이면에는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약속된 자치권 침해와 홍콩을 중국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통제와 탄압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 불만이 자리 잡고 있어 향후에도 홍콩-본토 간 갈등이 쉽사리 종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 기업의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한국무역협회에서 발간한 '홍콩시위 장기화에 따른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를 보면 홍콩이 우리나라 무역에 얼마나 중요한 요충지인지 잘 나타나 있다. 지난해 홍콩의 수입액은 6,029억 달러를 기록하였으며, 그 중에 87.1%인 5,253억 달러가 재수출(Re-Export)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국으로 재수출된 금액만 2,894억 달러로 홍콩 전체 재수출 금액의 절반을 초과하였다. 이와 같이 홍콩을 중요 경유지로 활용하는 국가로는 중국 본토를 비롯해 대만, 한국, 미국, 일본 등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홍콩 수출액은 460억 달러에 달해 전체 4위의 수출 시장이다. 수출품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메모리반도체다. 국내 기업들은 홍콩-본토 간 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를 활용한 관세 혜택, 낮은 법인세, 우수한 금융·물류 인프라 등으로 홍콩을 중국 수출의 중요한 경유지로 활용해왔다. 실제 지난해 홍콩으로 수출된 우리 제품의 82.6%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만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홍콩에서 재수출된 상품 중 한국을 원산지로 하는 제품의 비중은 6.4%로 중국 본토(57.1%), 대만(9.7%)에 이어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홍콩을 경유하여 중국으로 재수출하는 비중이 여타 주요국에 비해 높아 홍콩-본토 간 긴장 격화로 인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이 중국으로 가는 수출 관문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경제 전문 컨설턴트에 따르면 “홍콩은 명확히 중국의 일부로서‘일국양제’라는 독특한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체제는 다르지만 중국은 홍콩을 동일 국가라고 인식하에 기능적으로는 더 넓은 세계로 가는 허브로 활용해 가치를 존속시키고 발전시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알려주는 것이‘중국 본토와 홍콩 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이다. 중국은 이 협정에 가능한 많은 것을 담고 싶어 한다. 올 7월에는 협정범위를 비(非)서비스업까지 확대하고 ‘최고우대’ 조항도 추가했다. 또 ‘일대일로’ 건설 경제무역 분야 협력까지 편입하는 등 본토의 대부분의 핵심 코어들을 이 협정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은 무관세 처리가 가능하고, 홍콩 서비스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는 우선권을 주기도 한다. 

 다른 장점은 중국과 홍콩 간 위안화 거래가 거의 자유화됐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투자와 송금 시 가장 힘든 것이 환차손이다. 중국과 홍콩은 위안화 거래가 가능해 이런 환차손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홍콩이 우리나라에 중요한 다른 이유로는 한국의 주요 산업의 상당 부분이 홍콩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홍콩은 무역, 물류, 금융, 관광이라는 네 개의 축으로 발전하는 국가다. 또 6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문화·창조산업, 의료서비스, 교육서비스, 환경산업, 시험 및 인증서비스는 한국의 미래 먹거리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실제로 홍콩은 이 분야를 발전시키려 하지만 인구나 비싼 지가로 인해 기반을 만들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은 우리나라에 좋은 경제 파트너가 될 것이다. 

 홍콩의 가치를 알아 본 우리 무역업체들은 그동안 홍콩시장 진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홍콩이 한국 제품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 마켓일뿐 아니라 중국 본토 진출을 위한 필수 코스로써 홍콩을 찾는 연간 5천만명에 이르는 중국 관광객들을 타켓으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 전북 무역업체들은 ‘홍콩 국제 보석 전시회’에 참가해서 바이어를 만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안전의 우려가 있지만 참가 취소에 따른 경제적 손해를 고려하고 전시회가 금년한해 일회성으로 참가하는 것이 아닌 관계로 대다수의 업체가 참가를 결정하였다. 전시 주최사에서는 물론 비상상황에 대한 플랜을 마련해 두고 홍콩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우리 기업들도 개별 행동을 자제하는 등 무엇보다도 개인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11월에도 홍콩에서 국제 미용박람회가 있어 지속적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홍콩이 빨리 안정화되어 미중 무역 갈등,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에 부담을 경감시켜 줄 것을 갈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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