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官治) 시대와 '일본 지우기'
관치(官治) 시대와 '일본 지우기'
  • 전주일보
  • 승인 2019.07.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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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전주시 김승수 시장이 현재 공무원 직급을 나타내는 서기 · 주사 · 사무관 · 서기관 따위가 모두 일제 강점기의 공무원 직급이었음을 지적했다. 그러므로 정부에 건의하여 공무원법을 개정하고 우선 전주시부터 적합한 명칭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말했다고 한다.

매우 시기적절한 생각이고 당연한 지적이다. 진즉에 이런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어쩐 일인지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지긋지긋한 일제 강점기의 공무원 직급을 그대로 사용해 왔다. 어쩌면 이런 제도를 연구하는 자들 가운데 일본을 좋아하는 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기 때문에 여태 고치지 못한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아베가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고 싶어서 갖은 악랄한 수단을 동원하는 일도 우리나라의 기득권층에 뿌리 깊은 친일잔당의 힘을 살려 권력을 잡게 하려는 의도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동안 저희 맘대로 휘둘리던 한국 정부가 촛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호락호락하지 않자 배알이 뒤틀려 온갖 해코지를 다 시도하는 것이다.

그 뿌리 깊은 친일 잔재가 뽑히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국민의 뜻이 나라 정책에 반영될 수도 없다. 일본의 아베가 떵떵거리는 힘의 원천은 아직도 그들은 왕이라는 상징적 존재를 두고 과거 관치시대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국민 가운데 정부에 반대하거나 이견을 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무라이가 다스리던 섬나라의 국민에게 ()’은 하늘이다. 그들 개개인은 순하고 친절하게 보여도 엘리트 집단인 공무원이 이끄는 대로 갈 뿐, ‘?’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런 일본식 전통과 위주의 정치를 좋아하는 무리가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보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집단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의 행정조직에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그대로 답습되는 것이다. 이런 일제 강점기의 인식은 비단 행정조직에만 있는 게 아니다. 행정과 민간이 함께 하는 일의 명칭도 민관 합동이니 민관 협력이니 하고 말한다. 행정만 아니라 언론도 마찬가지로 행정과 주민이 뭘 함께하면 민관이라는 머리 수식어를 붙여 보도한다. 이는 일본식 표현이다.

나라의 권력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에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이라는 용어는 합당치 않다. ‘벼슬은 군주 시대에 절대권력을 가진 왕이 부여하던 권한의 이름이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서비스맨이다. 국민이 일정 기간 부여한 제도적 권한을 국민만을 위해 써야 하는 사람이 공무원이다. 대통령에서 총리 · 장관 · 자치단체장 · 9급 공무원까지 모두 국민의 선택으로 권한을 위임받은 머슴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일본은 거창하게 천황이라는 허세 가득한 존재를 둔 입헌 군주국가이다. 그들은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고 그들 가운데서 수상을 선출하여 통치하지만, 그들은 모두 군주의 신하다. 그래서 아직도 사무관이고 서기관이다. 그런 일본의 제도를 민주국가인 우리가 그대로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우리의 제도권 안에 그들 제도를 좋아하고 국민을 적당히 주무르고 싶은 자들이 바탕에 꽉 박혀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학계, 문화계, 언론에 뿌리 깊은 잔재를 털어내는 일은 한순간에 끝날 수 없다. 이번 일본의 책동을 계기로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 흔적을 차근차근 지워나가야 한다. 공무원 직급만 아니라 우리가 쓰는 행정용어, 법률용어 등 치워야 할 잔재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모르고 쓰는 일본식 한자 말과 그들이 편리하게 적을 수 있도록 바꿔놓은 지역 이름도 모두 제대로 돌려놓는 작업을 시작할 때다.

텃골基洞으로, ‘새터新基, 모랫재를 砂峙로 바꾼 그 흔적을 찾아 원래 이름으로 돌려놓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 우리의 바탕에 아직도 무수히 남은 그들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극일(克日)을 말할 수 없다. 전주시 동산동만 고칠 게 아니라, 일제가 임의로 바꾸어 놓은 모든 지역 이름을 바로 돌려놓는 일도 관치를 끝내는 한 과정이다.

일본의 지도층은 아직도 우리 가운데에 그들을 흠모하고 따르는 무리가 있음을 알고 있기에 우리를 우습게 보고 함부로 말하고 행동한다. 과거에 청산하지 못한 그들의 남은 뿌리를 아쉬워만 할 게 아니라, 가능한 것부터 차츰차츰 고쳐나가면 국민의 의식도 달라지고 왜 극일이 필요한지 알게 된다. 늦은 게 아니다. 지금이 제때라고 생각하면 못할 일이 없다.

마침, 일본이 공격해 온 지금이 그들의 흔적을 지우기 알맞은 시기라는 말이다. 그러한 기본 위에서 국민이 단합된 힘을 보인다면 산업구조의 독립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고 극일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활력을 얻을 수 있다. 보수 집단과 일베, 악성 언론 등이 불매운동과 여행 자제 운동을 비웃는 현실을 개탄만 할 게 아니라 온 국민이 동참하는 일본 지우기를 시작할 때다.

일본의 치사한 보복에 맞서는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공무원의 직급명칭을 고치고, 지역 이름을 되찾고, 친일 세력이 만든 언론을 거부하고, 그들을 추앙하는 무리가 어떤 힘도 갖지 못하게 주권을 바르게 행사하는 일이다. 그렇게 우리 주변과 마음에서 일본을 지우고 그들의 책동에 휘둘리지 않는 일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바른 태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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