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먹는 식물국회
놀고먹는 식물국회
  • 김규원
  • 승인 2019.05.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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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아직 5월인데 기온이 30도를 넘는 한여름 더위가 시작됐다. 주제넘게 더운 날씨에 시원한 소식이라도 들리면 좋으련만, 지난주일 내내 즐거운 뉴스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덧붙여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류현진 투수가 무실점 이닝을 32이닝에서 끝냈지만 7 : 2로 승리하여 7승째를 챙긴 소식도 있다.

좋은 소식은 거기까지이고 우리나라의 입법기관인 국회는 5월도 또 놀고먹기로 끝날 듯하다. 61일이면 자동으로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과연 며칠이나 일을 할지 의문이다. 5월에도 국회가 열릴 듯했지만,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에 패스트 트랙 처리에 대해 사과하고 철회하라는 요구를 내놓고 다시 장외로 나갔던 점을 상기하면 다시 개점휴업상태로 놀고먹는 국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과하는 일도 이인영 원내대표가 아닌 문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식으로 불가능한 주문을 정상화 조건으로 내놓고 있으니 답답하다.

지난번 이인영, 나경원, 오신환 원내대표들이 회동하여 맥주잔을 기울이면서도 입으로는 국회 정상화를 말했지만, 서로 다른 의견만 확인하고 돌아섰다고 한다. 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계속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가운데서 국회는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다. 지난 2년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한 일이라곤 정부의 모든 정책을 헐뜯고 방해하다시피 한 일이 전부가 아닌가는 생각이다.

오죽했으면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와 180만 명이 동의했겠는가? 그렇게 국민이 분노해도 그들은 끄떡하지 않는다. 국민이 뭐라든 빨간 옷, 빨간 팔토시를 끼고 군중을 선동하는 데 열심이다. 걸핏하면 빨갱이를 들먹거리던 사람들이 요즘은 자신들이 빨간색으로 꾸미고 광장을 누빈다. 어쩐지 섬뜩한 그 붉은색을 제발 내년 하반기에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파랑 신호등이 항상 켜져 있어도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가기 어려운 판에 꺼지지 않는 빨강 신호등이 계속 앞길을 막게 해서는 안 된다.

6월 임시국회가 열려도 현재 33일째 국회에 묶여있는 67,000억 원의 추경예산안이 통과하려면 숱한 난관이 가로막혀 있다. 앞에서 지적한 패스트 트랙 처리 사과와 취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오는 29일로 끝나는 예결위원 임기연장 또는 상임위 변경 등의 절차도 필요하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은 추경예산 가운데 재난 예산 22,000억 원만 분리하여 심의하자고 또 다른 요구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 강원도 산불 지역에 찾아갔던 황교안 대표가 주민들에게 쫓겨나다시피 했던 분위기를 생색으로 바꾸어 보려는 시도일 듯하다. 법이고 뭐고 없이 입맛대로 정부 예산을 주물럭거릴 심산인지 모르지만, 100여명 인원으로 너무 많은 욕심을 내는 거 같아 씁쓸하다.

국민이 뭐라든 제1야당의 숫자를 이용하여 처리를 막고 있는 추경예산과 민생법안은 모두 시급하다. 지난해 12월 패스트 트랙에 올린 유치원 3법과 근로기준법,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 구조개편에 필요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상임위 심사 기간인 6개월이 가까워지지만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패스트 트랙에 올린 법안들이 상임위 심사를 기일 안에 하지 못해서 패스트 트랙조차 무산되면 국민의 여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연봉 14,600여만원은 매달 꼬박꼬박 챙기고 특활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까지 받아간다. 거기에 의정활동비로 425, 6, 7, 9급 보좌관 급여와 의원실 운영비도 매달 750만원을 챙겨 의원 1명이 연간 6억원의 국민 혈세를 축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입법 활동 지원예산이 400여억원 뒷받침되고 국회내 각 직책에 따른 직책 수당과 지원금이 따로 있다. 한마디로 돈 잔치 속에 풍덩 빠진 국회의원이다.

그만큼 국민의 세금을 축내면서 하는 짓은 내 실속 챙기기 뿐이다. 내년 총선에서 재선할 욕심으로 자당, 자파에 유리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야당은 도나캐나 정부를 비난하고 막말을 쏟아내면 투사로 인정받아 다음 공천에 유리할 것이라고 믿고 도에 넘는 막말을 내뱉는 일에 익숙하다.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에 시행하는 사업은 모두 자기가 만들어낸 사업이라고 선전하며 속이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대단히 현명하다. 특정 지역에서는 생떼 잘 쓰고 막말 함부로 하는 인물에게도 표를 주는지 모르지만, 지금 다수 국민은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어쩌면 국민의 마음에서는 정당과 각 국회의원 가운데 퇴출 대상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서 이 지루한 시간이 지나가고 진정으로 국민을 살피고 걱정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그 날을 손꼽고 있을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여 나라의 입법기관이 된 국회의원이라면 자신이나 정당의 이익 앞에 국민을 두고 늘 국민의 뜻을 살펴야 옳다. 국민이 원하는 일이라면 모든 걸 제쳐두고 그 뜻에 따르는 것이 국회의원의 본분이 아니던가? 국민을 제쳐두고 나와 내 패거리만을 생각하는 국회는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지금 강원도 산불 지역의 주민들은 정부 예산이 하루빨리 통과되어 돌아오는 겨울 이전에 거처를 마련하고 삶의 터전을 되돌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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