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생각하는 3월
독립을 생각하는 3월
  • 김규원
  • 승인 2019.03.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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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절기상 경칩이 지나면서 봄을 알리는 꽃들이 피어 마음이 설레게 한다. 지긋지긋한 미세먼지도 줄어 하늘에 푸른 빛이 나기도 했다. 시간이 가져다주는 계절의 변화는 자연이 인간에게 쉼 없이 흐르는 시간을 알려주고 깨우치는 신호이다. 계절의 변화가 분명한 온대지역에서 문명의 발전 속도가 빨랐던 것도 이러한 자연의 신호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오늘의 세상은 자연의 변화뿐 아니라, 인간 집단의 이해와 이익을 위한 저마다의 행동에 따른 충돌과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쏠림 등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과학 기술의 진화가 날마다 새로워지고 그에 따른 삶의 변화도 가파르게 진행되어 그 흐름에 따르지 못하는 집단은 뒤처지고 지리멸렬하는 게 오늘이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나라와 집단이 아니면 위험하다.

3.1 독립만세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온 나라가 그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고 각성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100주년을 말하는 건 단순히 1세기가 지났다는 시간의 크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시대의 아픔과 뜨거운 마음을 오늘에 되돌아보며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때를 거울삼아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다짐하기 위해서이다.

100년전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이들은 일본의 침략으로 빼앗긴 나라를 만세 운동으로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목숨을 던지며 만세를 부른 건 아니었다. 이 민족이 일본의 무력에 압제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고, 그들의 강점이 폭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확인해주려는 뜻이었다. 아울러 그들의 침략에 동조하고 부추긴 무리와 무능한 왕실에 대한 책임 추궁의 의미도 함께였다.

1919411일 상해에서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명시했다. 100년 전에 민주공화국으로 선포된 나라이고 그 조문은 새로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지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 제대로 민주공화국이었던 적이 없다. 국민이 투표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지만, 모든 제도는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베껴와서 아직도 관()이 백성을 다스리는나라다.

대통령이 절대권력을 행사하도록 법이 에워싸고 있고, 국회의원들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기보다는 통치행위를 돕고 재벌이 돈을 잘 벌수 있도록 법적 보장을 강화하는 법을 만드는 데 익숙하다. 국회의원은 엄청난 특혜를 누리며 거액의 연봉과 활동비를 받아 챙긴다. 또 법률 용어부터 법의 적용해석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것을 그대로 들여와 운용하고 있고, 그에 따른 사법 판단도 한다.

일본의 행정조직, 의회제도, 법률 운용과 해석까지 모두 그대로 두고 해방 후 74년이 지나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는 일본 문명의 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라다. 우리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특정 부문에서는 일본을 능가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핵심 기술은 일본에서 가져와야 하고 제조산업의 핵심인 로붓은 모두 일본 것에 의지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가 큰소리를 치고 아직도 침략을 시인하여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리의 어두운 곳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극일(克日)을 못 한다면 탈일본(脫日本)을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일부 우리말 단체에서 법률용어 순화 운동을 벌여 우리말로 바뀐 용어가 조금 있지만, 아직도 법을 만드는 기본 지침에서부터 운용까지 일본의 잔재가 그득하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행정용어라는 게 거의 다 일제 강점기의 용어를 사용하고 아직도 행정업무를 보는 집은 관청(官廳)이다. 언론도 민·(民官)이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일본 강점기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제도와 문화인데 정신만 바로 가지면 되는 것이지 구태여 버리려 애쓸 필요는 없다.”라는 주장을 한다. 일본을 좋아하고 일본인들의 질서의식이나 국가관이 좋다고 칭송하는 자들도 있다. 일본 덕분에 우리가 빨리 현대문명을 받아들여 신식교육을 받았다고 고마워하는 자들도 있다. 그러므로 일본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사과 요구가 지나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맞은 3.1절과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전북도 교육청이 역사교육과 민족의 저항 역사 등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교재를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일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일본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이 패퇴하고 74년이 지났어도 우리는 독립하지 못했고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버틴다. 그뿐 아니라, 남북화해에도 쌍지팡이를 짚어가며 미국을 긁어 방해하는 데 열심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하루빨리 일제의 잔재를 지우고 털어내서 우리 제도와 법률, 조직까지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도 공문서 제목에 ……이니 하는 문구가 남아 있고 행정용어 대부분은 강점기의 유물이다. 우리가 그들의 그림자를 말끔히 닦아낼 때 비로소 독립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봄이 오면 집 안을 청소하고 깨끗이 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한해 농사를 준비하고 시작한다. 정부와 온 국민이 나서서 묵은 잔재를 털어내고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제대로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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