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 전주일보
  • 승인 2019.02.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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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대표

‘인사는 만사’라는 말은 역사 이래 불변의 진리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금언(金言)으로 남을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힘도 인사에서 나오고, 어느 날 허망하게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일도 인사에서 비롯된다. 이 금언은 제국을 호령하는 제왕에서부터 작은 단체, 하다못해 규모가 영세한 자영업자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다.

예컨대 지금 옥중에서 체중이 줄고 건강이 나쁘다고 하소연하는 이 나라의 전임 대통령을 보면 주변에 사람을 잘못 두는 일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딸이라 해서 철없고 무능한 사람을 공주처럼 떠받들며 허수아비 대통령을 만들고 실속을 차린 숱한 인물들과 그 사람이 기용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인사’라는 화두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사람은 ‘사람 인(人)자’가 나타내듯 서로 의지하며 사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보다 높은 지능을 가지고 거대한 집단을 이루어 지구 위의 최상위 먹이사슬을 유지하며 문명을 이룬 것도 서로 일을 나누고 돕는 조직의 힘일 것이다. 거대한 조직의 부서마다 가장 알맞은 인물을 등용하는 것이 지도자의 능력이다.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처럼 마땅한 인물을 마땅한 자리에 두어야 조직이 잘 굴러가고 그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우두머리 역시 사람이어서 구성원 각자의 능력이나 인성보다는 개인적인 친분이나 충성도에 따라 사람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선거 과정의 논공행상은 취임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신이다.

치열한 선거전에서 도와준 모든 사람에게 그 공을 갚는 길은 간단하다. 취임 후에 맡은 소임을 잘하여 선거를 도운 이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다. 선거 논공행상의 표본을 보려면 문 대통령의 최 측근이던 3철을 꼽을 수 있다. 1등 공신이라 할 양정철 전 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그리고 전해철 국회의원이다.

그들이야말로 대통령이 어떤 자리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측근 중에 측근이었다. 양정철 씨는 여전히 해외에 있으면서 대통령에게 조금의 부담도 주지 않겠다고 숨을 죽이고 있고, 이호철 전 민정수석도 부산에 거주하면서 전혀 뉴스에 나타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복이기도 하지만, 한 일도 없이 선거에 승리하면 나타나서 뭔가를 요구하는 선거 참모들이 본받아야 할 일이다.

인사 이야기의 서두가 너무 장황했다. 사실은 도내 단체장들의 인사 문제가 가끔 언론에 회자되거나, 세간의 비난을 받는 경우가 발생해 도민들의 걱정을 끼치는 일이 있어서 장황한 서두를 꺼냈다. 공무원 사회에는 나름의 전통이 있고 특히 민감한 인사 문제는 말썽을 배제하기 위하여 인사원칙이라는 게 있다.

공무원법과 그에 근거한 자치단체의 인사예규 등 인사권자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가 있지만, 단체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변칙 운용도 가능하다. 전주일보는 최근에 김제시가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특정 인물을 중용하느라 이런저런 편법이 동원되었다는 의혹을 몇차례 제기했다.

보도 내용을 요약하면 취임 초에 '클린인사'를 공약했던 박 시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정실인사를 단행했다는 지적이었다. 공무원 출신으로 인사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잘 아는 시장이어서 기대했지만, 여느 시장과 다름이 없었다는 게 인사 후에 쏟아진 불만이었다.

현대사회의 공무원들은 지난 개발시대의 공무원들과 상당히 판이하다. 안전하고 편안한 직장에서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을 선택한다. 따라서 지난날처럼 윗사람이 찍어 누르는 명령에 순종하기보다는 절차를 따지고 공정해야 승복을 한다. 공직에 몸담았던 퇴직자가 단체장이 되면 자신의 과거 경험을 기준으로 공무원들의 복종을 요구하거나 자신의 행정철학을 강행하려 하지만, 지금의 공무원들은 법과 원칙을 요구하며 반발한다.

도내 단체장 가운데 상당수 퇴직공무원 출신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싶다. 유능한 단체장의 제1 덕목은 ‘잡음 없는 인사’다. 인사가 잘되면 각 부서가 유기적인 협조를 이뤄 효율적인 행정으로 이어진다. 톱니처럼 돌아가는 조직에 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가 끼어들면 기계가 멈추든지 아예 부서지는 결과가 온다.

내 손발이나, 이런저런 인연을 들어 적합하지 않은 인사를 강행하면 결국 그 피해는 단체장 본인과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내 사람을 심어서 차기까지 활용하겠다는 짧은 생각이 되레 임기도 마치지 못하게 내 발목을 잡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공정하고 바른 인사로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행정이 잘 되어 단체장이 칭송을 받게 된다.

그러면 다음 선거는 힘 안 들이고 승리 할 수 있다. 잔정에 끌리고 하찮은 명분에 작은 나사 하나를 잘 못 끼우는 어리석은 인사는 해서는 안된다. 그런 사례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잘 드러났다. 모 지역은 말썽 없는 인사로 원활한 행정을 펴서 좋은 평가를 받아 공천부터 선거전까지 순풍에 돛 단 듯이 재선을 이루었는가 하면, 어느 지역은 말썽을 빚더니, 민주당 공천까지 받고서도 끝내 낙선을 했다.

공무원만 아니라 주민들도 이제 달라졌다. 아무리 사탕발림을 해도 속지 않는다. 바른 인사, 바른 처신을 하면 주민들이 먼저 알아본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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