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폐기물 처리장인가?
전북이 폐기물 처리장인가?
  • 전주일보
  • 승인 2019.01.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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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에 불법 투기하려다 적발되어 오 갈 데 없던 폐기물을 환경부가 군산 소룡동의 폐기물 공공처리 시설에 반입한 사실이 알려져 또 한 번 도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본지 28일자 8면) 지난 24일 오후 8시경에 밀폐된 드럼통 등 확인되지 않은 폐기물 742톤이 25톤 차량 43대 에 실려 군산시 소룡동 폐기물 처리시설에 들어왔다. 이 폐기물은 환경부가 적발한 불법 폐기물로 인천 남동공단에 소재한 업체가 무허가 배출업자에게 넘겨 처리하려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이 폐기물을 군산 처리장에서 처리하려는 것이 아니고, 보관할 곳이 없어서 우선 공공처리시설인 군산으로 실어온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끝나면 폐기물 처리업체를 찾아 처리하게 할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으나, 결국은 전국 유일의 공공처리장에서 처리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역민들은 지우지 못한다. 환경부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배출업자에게 물리고 처벌하는 문제만 집중하고 있지만, 이 폐기물이 보관된 군산 지역의 인근 주민들은 불안하다.

얼마 전에 광주의 오염토양처리업체가 대구에서 발생한 오염 토양 350톤을 임실 신덕면에 반입하여 처리하려다 주민들의 반발을 샀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또 이런 일이 터졌다. 더구나 익산시 장점마을의 유기질 비료 생산업체가 폐기물 정화 슬러지 등을 반입하여 비료를 생산하면서 폐기물을 공장부지에 불법 매립하여 지역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현저하게 높아지는 등 폐기물 공포가 현실로 다가서고 있어 그 충격은 더욱 크다 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분통 터지는 일이다. 생산성 높고 공해 적은 시설과 사업장은 경상권에 다 만들어 인구가 늘어 광역시가 여럿 생겼다. 반면에 우리 전북은 인구가 줄어 180만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 예산은 쥐꼬리만큼 배정되고 중앙의 기관이 이전하면서도 쓸만한 것은 다른 지역으로 갔다. 그중 괜찮은 국민연금공단이 유일한데, 이마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경상권이나 수도권으로 옮기지 못해 발싸심이다.

하물며 농업중심지라고 옮겨온 한국농수산대학마저 경북지역에서 쪼개어 가려고 용역예산을 세워가며 궁리를 한다. 이런 일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거듭됐다. 전북에 있던 중요 국가기관이 모두 광주로 갈 때도 점잖은 전북사람들은 못 이기는 척 다 내주었다.

이런 일이 진행되면 몇몇이 국회에 가서 항의하는 듯 자세만 취하다가 슬그머니 지고 만다. 단 한 번, 위도 방폐장 설치를 반대하여 성공한 외에는 사례가 없다. 그나마 방폐장은 실상 전북에 상당한 이익이 올 일이었다.

항상 뒷심이 모자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 우리 전북인. 앞장선 몇몇만 회유하면 슬그머니 돌아서 버리는 흐지부지한 근성으로 이 시대를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악하다. 우리도 조금 더 영악해져야 한다. 눈 부릅뜨고 지키고 싸워서 땅이라도 깨끗하게 후손에 물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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