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인구절벽
  • 전주일보
  • 승인 2019.01.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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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원 / 부국장

우리 인구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 정도인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14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8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하여 인구수가 줄지는 않았지만, 출산 가능 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혼인 감소로 출생이 줄어 인구전망이 지극히 어두운 현실이 잘 드러났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수는 5,182만6.059명이다. 이 가운데 50대가 861만 5,884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이상이 524만 3,618명으로 가장 적었다. 10대가 513만1,153명, 10대 미만은 430만 3,062명으로 모두 10%에 미치지 못했다.
0세에서 14세 인구도 작년보다 15만7,355명이 줄어든 662만8,610명이었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9만4,302명이 늘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고령화로 전체 인구가 줄지 않았지만, 30~40대의 출산을 많이 하는 여성 인구가 줄고 혼인이 크게 줄어 노인과 아동의 인구수가 2016년 역전된 이후 그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추세”라고 인구문제를 설명했다.

세종시는 지난 1년간 3만4,026명이 늘어 이구 30만을 넘어섰고 제주도 1만108명이 늘어 인구 66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서울, 부산, 전북, 경북, 대구, 전남 등 11개 시도는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북도는 1만7,775명이 줄어 전국 3번째 인구감소지역이었고 광역시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인구감소 지역이 되었다. 이런 인구 현상은 노인 수명이 계속 늘고 있으므로 당분간 지속 될 것이지만,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례를 따라 심각한 출생감소와 노인 인구가 40%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날이 멀지 않았다. 

우리의 인구문제는 일본의 사례에서 충분히 전망할 수 있고, 실제 상황은 일본보다 훨씬 더 비관적이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05년에 1.26으로 바닥을 친 뒤에 2014년에 1.42까지 출산율이 올라갔지만, 출생아 수는 2005년 106만 명에서 2014년엔 100만명으로 감소했다. 출산율은 늘었지만, 출산 적령기 여성 인구가 줄었기 때문에 실제 인구는 더 줄어든 것이다. 어떻게든 출산율을 높이면 인구가 불어날 것이라고 착각한 정부가 가임여성의 수는 생각지 않고 출산비율만 올리면 저절로 인구가 늘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다.

일본은 앞으로 2040년이 되면 가임여성이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인구가 줄어드는 자치단체가 49.8%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자치단체가 절반가량 없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거기다가 노인 인구도 따라서 줄어들고 있고 인구회복은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전망한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지만, 우리의 형편은 일본보다 더 나쁘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결혼 적령기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하거나, 출산을 아예 포기하며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만을 추구하는 사회 풍조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출산이 줄어들던 현상보다 훨씬 심각한 풍조와 사회구조가 형성되어 앞으로도 결혼이나 출산이 늘 가망이 거의 없기에 문제인 것이다.

각 자치단체가 인구 증가책이라고 시행하는 갖가지 시책들은 다른지역으로 갈 인구를 끌어들이겠다는 정도의 경쟁적 시책이어서 결국 국가 전체의 인구 증가와는 무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고 다자녀 출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때문에 아이를 낳거나 더 낳는 일은 거의 없다. 저마다 생각대로 소신에 따라 임신과 출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결국, 인구절벽을 막는 방법은 가임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싶을 만큼 사회 분위기가 좋아져야 한다. 심하게 말하면 아이만 낳아 놓으면 국가가 양육에서 교육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 해도 쉽게 출산율은 별로 늘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개인주의와 ‘소확행’을 부르짖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일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한차례 겪었던 일이라고 한다. 풍요 속에서 우선 눈앞의 행복만을 생각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귀찮았던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 사회도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심리가 만연하여 아이를 낳아 기르며 느끼는 행복 따위를 무의미한 것으로 인식하는 풍조가 만연한 것이 아닌가는 생각도 한다.

우선 살아가기 힘들고 살아오면서 치렀던 고생을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도 옳은 듯하지만, 우리의 부모세대는 나라에서 인구를 줄이기 위해 강제로 출산을 막는 가운데서도 둘, 셋씩 자녀를 낳아 길렀다. 다시 생각해보면 국민의 인식이 어떻게 흐르느냐에 따라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우선 나라 정치가 안정되어서 나라를 믿고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이랬다저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고 곳곳에 비리가 들끓는 속에서 젊은이들은 내일을 기대하지 못한다. 아울러 황금만능의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국민 각자가 소소한 곳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내일을 생각할 수 있다. 인구문제는 그저 간단히 출산율 따위를 들먹거려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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