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특례시'를 위한 제언
전주 '특례시'를 위한 제언
  • 전주일보
  • 승인 2018.12.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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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발행인

한 해가 저무는 12월 중순이다. 구세군 냄비가 등장하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거리는 연말 분위기는 한결 들뜨고 어수선하다. 어제는 전주시 브리핑룸에서 김승수 전주시장과 박병술 시의회 의장이 기자들에게 특별한 브리핑을 했다.

내용은 전주시를 특례시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김 시장은 우리 전북의 예산 규모가 이웃 전남이나 충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전북에 광역시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결과 예산의 배분에 엄청난 차별을 당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광역시나 직할시, 특례시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광역시가 없는 자치단체중 인구 50만 명 이상의 중추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법률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니 이 법률을 통과시켜 전주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광역시나 직할시가 없는 광역자치단체는 전북과 충북, 강원도다. 그래서 충북 청주시와 협력해 광역시나 직할시가 없는 도의 인구 50만 이상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법률안과 지방분권을 위한 법률 개정에 전주시가 특례시로 지정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는 인구 100만 이상이면서도 광역시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도시를 대상으로 특례시로 지정할 수 있는 법률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김병관 의원의 법률안이 통과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그래서 전주시가 나서 서둘러 이 법안을 통과시킬 방안을 범 도민의 관심과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충북과 협력해 양 자치단체 지역출신 의원들이 전방위 설득에 나서고 중앙 정치권을 움직여 성과를 내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김 시장의 생각은 쉽게 성사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든다. 속된말로 민주주의는 쪽수 많은 편의 의견을 채택하는 제도다. 인구가 적으면 어떤 결정에서든 항상 불리하게 마련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구수 100만 이상의 도시에만 특례시로 만들면 부익부 빈익빈의 지역 격차만 자꾸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숫자 많은 쪽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 게 바로 민주주의의 맹점이며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타 지역 국회의원을 설득할 명분을 찾고 그것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어야 우리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세종시는 불과 인구 30만 남짓인데 정부청사가 옮겨지면서 특별자치시가 되었고, 제주도는 관광지역이라는 이유로 특별자치도가 됐다. 그렇다면 전주시도 한옥마을에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됐다. 또 전통문화 도시로 세계인이 꼭 찾아보아야 할 아시아의 특색 도시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특별자치시로 지정할 수 있는 법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했던 일을 보면 조건이 안 맞아서 안 되는 일은 없었다. 조건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합당하게 만들면 된다. 세종시의 경우가 딱 그런 경우다. 정부기관들을 옮기면서 일반 지역과 같은 방법으로 지원해서는 행정수도를 만들 수 없으니 특별법을 만들어 한꺼번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다.

전주도 특별시이든 특례시이든 정부가 만들 뜻만 있으면 안 될 일이 없다. 전통문화의 중심도시, 맛과 한지와 전라감영의 도시로 특색 있게 발전시켜 세계에 내놓을 대한민국 전통도시로 육성하기 위하여 ‘전주 특례시’로 지정하면 그만이다.

전주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하면 된다. 억지로 청주시를 끌어들일 필요도 없다. 현재 지역출신 의원들과 전북 연고 국회의원들 모두와 현 정부 중요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려고만 하면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전북인과 출신 인사들이 과연 헌신적으로 이 일에 열성적으로 나서느냐가 문제다. 일일이 거명하지 않겠지만, 상당수 정치인은 전북이라는 덩어리를 생각하기보다는 우선 내년의 선거에서 내가 당선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각자가 자기 지역구의 이익을 지키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하여 손바닥만 한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거나, 앞장서고 가담하는데 열심이다. 내 지역구에 생색이 나는 일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남이 한 일도 내가 한 일이라고 남의 공을 가로채서 선전하는 사람들이 과연 전북을 위해서 얼마나 헌신할 것인가.

설사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 일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불이익을 받더라도 우리 전북을 위하여 헌신하겠다고 나서는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있을지…. 단언컨대 그런 정치인은 눈 씻고 보아도 없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선거에 유익한 일만 좇아 언론에 노출하느라 갖은 애를 쓰는 정치인만 가득하다.

이런 가운데서 전주시와 전라북도를 비롯한 뜻있는 인사들이 애를 써보아도 마음이 모아지지 않으면 이런 일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온 도민이 똘똘 뭉쳐서 덤벼도 될까 말까 한 일이다. 기왕에 전주시가 특례시 문제를 들고 나왔으면 급하게 서둘기보다는 차분하게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찾아서 기회를 노려야 한다.

정치적으로 여야의 대립이 느슨할 즈음에 가장 설득력 있는 사유와 명분을 찾아내서 제시하고 협조를 구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이런 일은 많은 숫자가 덤벼서 시끄럽게 하기 보다는 조용하게 물밑에서 대강을 만들어놓고 표면화하는 작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주시는 입으로만 떠벌리기 보다는 차분하게 어디서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 세밀한 계획을 세워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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